-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거품이 많은 맥주가 맛있나?!
<KISTI의 과학향기> 제2709호 2016년 08월 03일
언제부턴가 ‘생맥주는 크림생맥주’라는 공식이라도 생긴 듯, 모든 술집에서 크림생맥주를 판매한다. 크림생맥주는 거품의 양이 많고, 크기가 다른 생맥주에 비해 조밀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거품을 맛보기 위해서는 맥주 본연의 맛을 조금은 양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우리가 몰랐던 크림생맥주의 비밀은 무엇일까.
■ 거품 만드는 데 뭣이 중헌디?!
거품의 양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바로 맥주의 ‘성분’이다. 맥주에는 기본적으로 효모가 발효하면서 내놓는 탄산기체(이산화탄소)가 0.3~0.4% 포함돼 있다. 여기까지는 모든 맥주가 동일하다. 맥주는 생맥주 기계 안의 좁은 관을 통과하면서 높은 압력으로 압축된다. 이때 물에 잘 녹지 않는 질소를 충전한 맥주는 보다 높은 압력을 받고 더 많은 탄산기체가 녹는다. 기체의 용해도는 압력과 비례한다는 ‘헨리의 법칙’ 때문이다. 맥주에 녹은 탄산기체가 좁은 관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거품이 된다. 질소 기체가 많이 충전된 맥주는 상대적으로 많은 거품을 만든다. 기네스는 전체 맥주 속 기체의 70% 가량이 질소다.
하지만 질소가 많아진다고 거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체가 그냥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를 막는 것이 맥아의 단백질과 홉의 폴리페놀이다. 덩굴 식물인 홉에 있는 폴리페놀은 녹차나 포도주, 사과 등에도 들어있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이 기체를 둘러싸야 비로소 거품이 완성된다. 하지만 홉은 맥주의 맛을 쓰게 만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없어 질 수 있다. 질소기체 역시 너무 많이 넣으면 맥주 특유의 청량감이 사라진다.
김정하 브루마스터(맥주의 제조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맥주 전문가)는 “거품을 늘리기 위해 맥주의 성분의 비율을 너무 과하게 바꾸면 맥주의 맛이 변한다”며 “대부분의 크림생맥주는 성분보다는 따르는 방식을 차별화해 거품을 많이 낸다”고 말했다.
■ 따르는 방법에 따라 거품의 양 달라진다
크림생맥주의 본 고장인 일본의 유명한 맥주마스터 마쓰오 코헤이는 “처음 따를 때 낙차를 크게 주는 방법”을 이용한다. 맥주가 잔의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생기는 마찰력으로 거품이 많이 생기는 원리다. 이렇게 만든 거품은 크기가 크다. 그 상태를 1분 정도 유지하면 맥주의 표면장력 때문에 거품의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그 상태에서 맥주를 마저 따르면 작아진 거품이 위로 올라오며 크림생맥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품이 작아지는(안정화되는) 시간이 최소 5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성격 급한’ 우리나라에서는 억지로 거품을 짜내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맥주를 잘 따르는 사람을 선발하는 ‘하이네켄 글로벌 바텐더 파이널(NBF)’ 2015년 우승자인 박재웅 맥주바텐더는 “스월링”이라는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스월링은 와인을 마시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로 와인의 향을 발산시키기 위해 잔을 둥글게 돌려주는 행동을 말한다. 맥주에서는 맥주를 따를 때 잔을 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맥주를 저장하는 케그에서는 맥주가 굉장히 안정된 상태기 때문에 스월링을 하면서 그 상태를 깨준다. 박 맥주바텐더는 “스월링을 과하게 하면 거품이 많이 나온다”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억지로 거품을 만들면 맥주 속에 탄산이 다 빠져버려, 김 빠진 맥주가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크림생맥주가 유행한 이유가 세금 때문이라고?!
그럼 왜 이렇게 크림생맥주가 인기 있는 걸까. 박 맥주바텐더는 ‘유행’이라고 말했다. 거품을 위한 생맥주 기계가 따로 있고, 따르는 방법도 따로 연구할 정도로 거품을 중요시 하는 일본의 맥주 문화가 유행처럼 번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는 일본에 맥주 거품이 발달한 이유로 ‘술에 부과하는 세금’을 꼽았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맥아의 양이 일정비율 이상이 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정 교수는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맥아의 비율이 적은 밍밍한 맥주(발포주)를 출시하게 됐고, 밍밍함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거품인 셈”이라고 말했다. 거품이 조밀하고 양이 많으면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고, 처음 마실 때의 부드러움 때문에 맥주 맛에 관대해 진다는 것이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 정답은 없다. 원인도 결론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판단과 취향의 문제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크림생맥주의 비밀을 알게 된 지금, 과연 여러분이 느끼던 크림생맥주의 맛은 어제와 같을까.
글 : 최지원 과학칼럼니스트
■ 거품 만드는 데 뭣이 중헌디?!
거품의 양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바로 맥주의 ‘성분’이다. 맥주에는 기본적으로 효모가 발효하면서 내놓는 탄산기체(이산화탄소)가 0.3~0.4% 포함돼 있다. 여기까지는 모든 맥주가 동일하다. 맥주는 생맥주 기계 안의 좁은 관을 통과하면서 높은 압력으로 압축된다. 이때 물에 잘 녹지 않는 질소를 충전한 맥주는 보다 높은 압력을 받고 더 많은 탄산기체가 녹는다. 기체의 용해도는 압력과 비례한다는 ‘헨리의 법칙’ 때문이다. 맥주에 녹은 탄산기체가 좁은 관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거품이 된다. 질소 기체가 많이 충전된 맥주는 상대적으로 많은 거품을 만든다. 기네스는 전체 맥주 속 기체의 70% 가량이 질소다.
하지만 질소가 많아진다고 거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체가 그냥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를 막는 것이 맥아의 단백질과 홉의 폴리페놀이다. 덩굴 식물인 홉에 있는 폴리페놀은 녹차나 포도주, 사과 등에도 들어있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이 기체를 둘러싸야 비로소 거품이 완성된다. 하지만 홉은 맥주의 맛을 쓰게 만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없어 질 수 있다. 질소기체 역시 너무 많이 넣으면 맥주 특유의 청량감이 사라진다.
김정하 브루마스터(맥주의 제조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맥주 전문가)는 “거품을 늘리기 위해 맥주의 성분의 비율을 너무 과하게 바꾸면 맥주의 맛이 변한다”며 “대부분의 크림생맥주는 성분보다는 따르는 방식을 차별화해 거품을 많이 낸다”고 말했다.
■ 따르는 방법에 따라 거품의 양 달라진다
크림생맥주의 본 고장인 일본의 유명한 맥주마스터 마쓰오 코헤이는 “처음 따를 때 낙차를 크게 주는 방법”을 이용한다. 맥주가 잔의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생기는 마찰력으로 거품이 많이 생기는 원리다. 이렇게 만든 거품은 크기가 크다. 그 상태를 1분 정도 유지하면 맥주의 표면장력 때문에 거품의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그 상태에서 맥주를 마저 따르면 작아진 거품이 위로 올라오며 크림생맥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품이 작아지는(안정화되는) 시간이 최소 5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성격 급한’ 우리나라에서는 억지로 거품을 짜내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맥주를 잘 따르는 사람을 선발하는 ‘하이네켄 글로벌 바텐더 파이널(NBF)’ 2015년 우승자인 박재웅 맥주바텐더는 “스월링”이라는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스월링은 와인을 마시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로 와인의 향을 발산시키기 위해 잔을 둥글게 돌려주는 행동을 말한다. 맥주에서는 맥주를 따를 때 잔을 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맥주를 저장하는 케그에서는 맥주가 굉장히 안정된 상태기 때문에 스월링을 하면서 그 상태를 깨준다. 박 맥주바텐더는 “스월링을 과하게 하면 거품이 많이 나온다”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억지로 거품을 만들면 맥주 속에 탄산이 다 빠져버려, 김 빠진 맥주가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크림생맥주가 유행한 이유가 세금 때문이라고?!
그럼 왜 이렇게 크림생맥주가 인기 있는 걸까. 박 맥주바텐더는 ‘유행’이라고 말했다. 거품을 위한 생맥주 기계가 따로 있고, 따르는 방법도 따로 연구할 정도로 거품을 중요시 하는 일본의 맥주 문화가 유행처럼 번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는 일본에 맥주 거품이 발달한 이유로 ‘술에 부과하는 세금’을 꼽았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맥아의 양이 일정비율 이상이 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정 교수는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맥아의 비율이 적은 밍밍한 맥주(발포주)를 출시하게 됐고, 밍밍함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거품인 셈”이라고 말했다. 거품이 조밀하고 양이 많으면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고, 처음 마실 때의 부드러움 때문에 맥주 맛에 관대해 진다는 것이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 정답은 없다. 원인도 결론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판단과 취향의 문제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크림생맥주의 비밀을 알게 된 지금, 과연 여러분이 느끼던 크림생맥주의 맛은 어제와 같을까.
글 : 최지원 과학칼럼니스트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과학향기 Story] 울퉁불퉁 도로의 포트홀, 해바라기유로 고친다?
- [과학향기 for Kids] 잘 모를 때 친구 따라 하는 이유!
- [과학향기 Story] AI 전문가, 인간과 함께 미래 유망기술을 꼽다
- [과학향기 Story]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원숭이가 있다?
- [과학향기 for Kids] ‘항문으로 숨을 쉴 수 있다?’…엉뚱한 이그노벨상 연구들
- [과학향기 Story] 음악이 변했다? 음악이 진화했다!
- [과학향기 Story] 3시간 후에 침수가 일어난다? ‘데이터’는 알고 있다
- [과학향기 for Kids] 체감온도는 왜 기온과 다를까?
- [과학향기 Story] 우유로 만든 숙취해소제가 나왔다?
....잘 보고 갑니다, 크림맥주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는ㅡㅡㅡㅡ암튼 감사요^^
2016-08-16
답글 0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맥주는 일본 기준에서는 발포주에 해당합니다.
카스, 하이트도 당연히 발포주로 분류되는데 문제는 같은 발포주인데도 우리나라 맥주엔 그나마 거품도 없다는거죠.
2016-08-12
답글 0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크림 맥주맛이 어제와는 틀릴듯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맥아에 따른 세금이 일본과 달라서 밍밍하지는 않을듯 합니다~
좋은 정보에 꾸뻑 인사드리며~^^
2016-08-04
답글 0
맥주는 거품보단 온도! 시원한 맥주~ ㅎ
2016-08-03
답글 0
맥주에대한좋은지식고맙습니다---!
2016-08-03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