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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영역 속 제2의 지구를 찾아라
<KISTI의 과학향기> 제2030호 2013년 12월 30일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물가상승은 거의 없는 이상적인 상태를 가리켜 흔히 ‘골디락스’라고 한다.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소녀 이름에서 유래했다. 소녀는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곰의 집에 들어가 스프 세 접시를 발견한다. 마침 배가 고팠던 소녀는 뜨거운 스프, 차가운 스프, 적당한 온도의 스프 중 적당한 것을 맛있게 먹는다. 이를 비유해서 이상적인 경제 상태를 골디락스 경제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골디락스’라는 단어는 천문학에도 사용되고 있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이 있어야 하고, 기온이 높지도 낮지도 않아야 하며, 태양과 같은 항성의 빛을 꾸준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조건을 갖춘 지역을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또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이라고 부르고, 이 부근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아왔다.
2013년 11월 4일 미국 하와이의 켁(Keck)천문대는 UC 버클리와 하와이대 공동연구팀이 우리 은하에서 태양 같은 별의 약 20%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구 크기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외계행성 관련 포털사이트 ‘플래닛 퀘스트(PlanetQuest)’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 외계행성으로 확인된 개수는 931개, 외계행성 후보는 3,602개에 이른다.
2009년 NASA는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해 케플러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 탐사선에 실린 우주망원경은 4년 동안 15만 개의 별을 사진으로 찍어 3,500개 이상의 외계행성 후보를 발견했다. 11월 현재 NASA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중에서 50% 정도가 지구 크기의 두 배보다는 작은 수준이고, 나머지 50% 정도는 해왕성, 목성과 비슷한 거대 행성이다.
하지만 지구 크기의 2배보다 작은 외계행성 후보 1,750개가 모두 ‘제2의 지구’는 아니다. 아직까지 이들이 외계행성으로 확인되지 않기도 했지만, 실제로 지구를 닮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계행성이 지구를 얼마나 닮아야 ‘제2의 지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먼저 지구 크기의 외계행성이라고 해도 지구처럼 그 행성이 돌고 있는 별인 모성(母星)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서 돌고 있어야 하고 행성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야 한다. 따라서 지구 크기의 행성이 골디락스 영역에 위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구 크기의 행성이 골디락스 영역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생명체가 살기에 알맞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행성 사냥꾼’ 제프리 마시 UC 버클리 교수는 “어떤 행성은 두꺼운 대기를 가져 DNA 같은 분자가 살아남기에 그 표면이 너무 뜨거울 수 있고, 다른 행성은 암석 표면을 가져 생명체에 적합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마시 교수팀은 지구 크기의 행성들이 실제 암석질이라는 희망을 불어넣었다. 연구팀이 지구 크기의 행성 ‘케플러 78b’가 지구와 동일한 밀도를 가져 필시 지구처럼 암석과 철로 구성돼 있을 것 같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UC 버클리와 하와이대 공동연구팀은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켁천문대 자료를 어떻게 분석했을까. 자료의 분석을 주도했던 UC 버클리 대학원생 에릭 페티구라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별들 중에서 가능하면 많은 수를 켁천문대의 지름 10m의 쌍둥이 망원경으로 스펙트럼 관측을 했다. 별의 실제 밝기와 행성의 지름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태양과 비슷하거나 태양보다 약간 차갑고 작은 별 4만 2,000개에 집중했고, 그 별들을 돌고 있는 행성 후보 603개를 발견했다. 이들 중에서 단지 10개만이 지구 크기였는데, 크기가 지구 지름의 1~2배이고 온도는 모성으로부터 적당히 열을 받아 생명체에 적합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양의 1/4~4배를 받는 행성을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이라고 정의했다.
에릭 페티구라는 ‘행성 찾기 알고리즘’을 개발해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지구 크기의 행성들을 찾도록 했고 이 알고리즘이 목표 행성들을 잘 찾는지를 살펴봤다. 실제로는 케플러 자료에 가짜 행성을 집어넣는 트릭을 사용했고, 이 알고리즘이 목표 행성을 얼마나 놓치는지에 주목했다.
이렇게 하면 연구팀이 놓친 실제 행성의 수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외계행성의 통계조사를 할 수 있다. 결국 연구팀은 우리 은하에서 태양 같은 별의 22%가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지구 크기의 행성을 품고 있다고 추정했다. 오차는 ±8%였다.
이로써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주요 미션을 달성한 셈이다. 우리 은하에 있는 1,000억 개의 별 중에서 얼마나 많은 수가 잠재적으로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을 갖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주요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밤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을 쳐다볼 때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지구 크기의 행성 중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지구에서 12광년(1광년=9조 4,600억 km)보다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이 행성을 품고 있는 별은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릭 페티구라의 설명이다.
앞으로 케플러 우주망원경 이후에 지구 크기 행성의 사진과 스펙트럼을 얻기 위한 미션은 손쉽게 진행될 전망이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지구 크기의 표본을 찾기 위해 수십 개의 가까운 별만 관측하면 되니까 말이다.
글 : 이충환 과학칼럼니스트
그런데 ‘골디락스’라는 단어는 천문학에도 사용되고 있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이 있어야 하고, 기온이 높지도 낮지도 않아야 하며, 태양과 같은 항성의 빛을 꾸준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조건을 갖춘 지역을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또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이라고 부르고, 이 부근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아왔다.
2013년 11월 4일 미국 하와이의 켁(Keck)천문대는 UC 버클리와 하와이대 공동연구팀이 우리 은하에서 태양 같은 별의 약 20%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구 크기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외계행성 관련 포털사이트 ‘플래닛 퀘스트(PlanetQuest)’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 외계행성으로 확인된 개수는 931개, 외계행성 후보는 3,602개에 이른다.
2009년 NASA는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해 케플러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 탐사선에 실린 우주망원경은 4년 동안 15만 개의 별을 사진으로 찍어 3,500개 이상의 외계행성 후보를 발견했다. 11월 현재 NASA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중에서 50% 정도가 지구 크기의 두 배보다는 작은 수준이고, 나머지 50% 정도는 해왕성, 목성과 비슷한 거대 행성이다.
하지만 지구 크기의 2배보다 작은 외계행성 후보 1,750개가 모두 ‘제2의 지구’는 아니다. 아직까지 이들이 외계행성으로 확인되지 않기도 했지만, 실제로 지구를 닮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계행성이 지구를 얼마나 닮아야 ‘제2의 지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먼저 지구 크기의 외계행성이라고 해도 지구처럼 그 행성이 돌고 있는 별인 모성(母星)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서 돌고 있어야 하고 행성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야 한다. 따라서 지구 크기의 행성이 골디락스 영역에 위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구 크기의 행성이 골디락스 영역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생명체가 살기에 알맞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행성 사냥꾼’ 제프리 마시 UC 버클리 교수는 “어떤 행성은 두꺼운 대기를 가져 DNA 같은 분자가 살아남기에 그 표면이 너무 뜨거울 수 있고, 다른 행성은 암석 표면을 가져 생명체에 적합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마시 교수팀은 지구 크기의 행성들이 실제 암석질이라는 희망을 불어넣었다. 연구팀이 지구 크기의 행성 ‘케플러 78b’가 지구와 동일한 밀도를 가져 필시 지구처럼 암석과 철로 구성돼 있을 것 같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UC 버클리와 하와이대 공동연구팀은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켁천문대 자료를 어떻게 분석했을까. 자료의 분석을 주도했던 UC 버클리 대학원생 에릭 페티구라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별들 중에서 가능하면 많은 수를 켁천문대의 지름 10m의 쌍둥이 망원경으로 스펙트럼 관측을 했다. 별의 실제 밝기와 행성의 지름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태양과 비슷하거나 태양보다 약간 차갑고 작은 별 4만 2,000개에 집중했고, 그 별들을 돌고 있는 행성 후보 603개를 발견했다. 이들 중에서 단지 10개만이 지구 크기였는데, 크기가 지구 지름의 1~2배이고 온도는 모성으로부터 적당히 열을 받아 생명체에 적합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양의 1/4~4배를 받는 행성을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이라고 정의했다.
에릭 페티구라는 ‘행성 찾기 알고리즘’을 개발해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지구 크기의 행성들을 찾도록 했고 이 알고리즘이 목표 행성들을 잘 찾는지를 살펴봤다. 실제로는 케플러 자료에 가짜 행성을 집어넣는 트릭을 사용했고, 이 알고리즘이 목표 행성을 얼마나 놓치는지에 주목했다.
이렇게 하면 연구팀이 놓친 실제 행성의 수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외계행성의 통계조사를 할 수 있다. 결국 연구팀은 우리 은하에서 태양 같은 별의 22%가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지구 크기의 행성을 품고 있다고 추정했다. 오차는 ±8%였다.
이로써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주요 미션을 달성한 셈이다. 우리 은하에 있는 1,000억 개의 별 중에서 얼마나 많은 수가 잠재적으로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을 갖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주요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밤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을 쳐다볼 때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지구 크기의 행성 중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지구에서 12광년(1광년=9조 4,600억 km)보다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이 행성을 품고 있는 별은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릭 페티구라의 설명이다.
앞으로 케플러 우주망원경 이후에 지구 크기 행성의 사진과 스펙트럼을 얻기 위한 미션은 손쉽게 진행될 전망이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지구 크기의 표본을 찾기 위해 수십 개의 가까운 별만 관측하면 되니까 말이다.
글 : 이충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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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라는 이름이 다양한 영역에서 이상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살아생전 우주여행의 꿈을 잠시 꿔 봅니다. 정보 감사해요.
2014-01-08
답글 0
골디락스 영역의 행성을 찾아도 갈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2014-01-06
답글 0
....우주 이주설의 현실이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르는....굿
2014-01-04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