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과학자들의 ‘경제야 놀자!’

<KISTI의 과학향기> 제686호   2007년 11월 28일
‘만약 당신이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라는 설문조사 질문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똑같은 답변을 했다. 그 답변은 ‘서울 강남 지역에 땅을 사겠다’였다고 한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알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주가가 널뛰기를 하며 투자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조차 제각각이다. 만약 미래를 예측하는 확률을 단 1%라도 높일 수 있다면 수익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투자에 과학, 특히 물리학이 활발하게 동원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으로 진출한 대표적인 물리학 법칙을 알아보자.

멱급수의 법칙=고전 경제학자들은 주가 변화의 분포가 정규분포의 모양을 띤다고 생각했다. 즉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큰 폭으로 오르는 경우는 정규분포의 가장자리이기 때문에 일어날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가의 급격한 등락은 예상보다 자주 일어났다. 고전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틀린 것이다.

1995년 미국 보스턴대 물리학자들이 모여 ‘통계물리적 해석’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기업의 수익률 분포가 정규분포가 아니라 ‘멱급수의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멱급수는 y=a/xk의 방정식으로 표현되는데 시스템을 이루는 요소들의 상호의존이 높아서 가장자리가 더 두터운 모양으로 나타난다. 즉 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현상이 실제 주식 시장에서는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물리학의 시각으로 경제를 보는 경제물리학이 탄생했다.

양자역학=물리학과 경제의 관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식 시장에 양자역학을 적용할 수 있다. 양자역학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은 관찰 수단에 의해 변한다. 즉 전자를 관찰하려고 해도 전자를 관찰하는 현미경 같은 도구가 전자의 위치, 속도에 영향을 준다.

이와 같이 주식 시장에서는 참여하는 사람 각각은 시장을 관찰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좋은 도구가 개발됐다 해도,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순간 그 도구는 효용성을 잃는다. 어떤 펀드의 수익률이 좋다고 소문이 나고 그 펀드에 돈이 몰리는 순간 수익률은 떨어지기 일쑤다.

입자의 정확한 양자역학적 상태를 알 수 없듯 주식 시장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입자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나 전체의 방향성과 확률을 내는 것처럼 주식 시장도 전체적인 방향성은 양자역학으로 계산할 수 있다.

열역학=미래 가치를 사고파는 파생상품은 열역학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파생상품이란 미래 가격을 기준으로 현재에 사고파는 것으로 선물(Futures)과 옵션(Options)이 있다. 선물은 주식의 미래의 가격을 예측해 현재 거래하는 것이다. 주식을 산 사람은 거래한 가격보다 주식의 가치가 오르면 돈을 벌지만, 반대의 경우는 손해를 본다. 옵션은 미래에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만 현재 거래하는 것이다. 옵션은 주가가 많이 오르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복권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파생상품은 보통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금융상품 중에서 가장 복잡하기로 유명한 이 파생상품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금융가로 진출하면서 크게 발전했다. 파생상품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파생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피셔 블랙과 아이런 숄즈가 개발한 ‘블랙-숄즈 모형’이다. 이 모형을 쓰면 몇 가지 가정 하에 주식 옵션의 이론적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 옵션 판매에 따르는 위험을 95%까지 없앨 수 있다.

블랙-숄즈 모형은 주식 가격이 기하학적 브라운운동을 나타낸다는 관찰에서 시작한다. 브라운운동은 가루가 액체 분자에 부딪혀 복잡하게 움직이는 현상으로 수리물리를 쓰면 숫자와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중 하나가 아인슈타인의 열전도방정식으로 공기에서 입자의 확산을 잘 설명한다. 블랙-숄즈 모형은 이 열전도방정식을 이용해 옵션의 가격을 푸는 데 성공했고 결국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단순한 구조가 반복돼 복잡한 구조를 만드는 플랙탈, 1,1,2,3,4,8,13 으로 이어지는 피보나치 수열, 기상 예보에 사용되는 복잡계 물리학 등 다양한 물리학 이론이 주식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제 현대 경제학은 자연과학을 떼고서는 설명할 수 없게 됐다. 과학적 분석 없이 느낌으로 투자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과학자들이 자연과학과 공학에 이어 금융가로 진군하고 있다. (글 : 김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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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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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주식과 경제학, 수학, 과학이 모두 연관성이 있군요.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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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 평점   별 5점

저도 저런 방법으로 주식과 펀드를 계산해보려했는데 너무 어렵든데요.그러나 복권의 확률은 조금씩 맞아 떨어지는거 같아요.

200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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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 평점   별 5점

만류귀종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그러나 깊이있는 공부 한 가지 도 없는 저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사지만 그림의 떡 과 같네요-_-;;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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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 평점   별 5점

나중에 나이들고 할일이 없어지면 이러한 수학공부 다시하여 주식시장에 나가 볼까나? 아니면 해변가 쓰레기 청소하는 봉사활동을 할까나?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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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
  • 평점   별 5점

예전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파운데이션]이라는 소설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인데요..
거기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네요..

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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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
  • 평점   별 5점

좋은 기사에 옥의 티가 있어서 하나 지적해도 될까요.
『1,1,2,3,4,8,13 으로 이어지는 피보나치 수열』에서
1,1,2,3,5,8,13,입니다. 4가 아니고 5입니다.

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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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 평점   별 5점

경제학에서 물리학을 빼면 경제학은 거의 시체가 되죠. 마샬의 한계이론이후부터 물리학에서 차용된 수많은 방법론이 사용되고, 이를 통해서 이론이 발전하고, 현실이 설명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복잡계까지...

경제학을 사회과학의 여왕이라고 하는 이유...경제학의 모든 이론은 수학으로 설명가능하기 때문이죠.

문제는...방법론에서 너무도 수학적이고, 자연과학적인 기법이 차용이 되면서...연구를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죠.

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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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 평점   별 5점

좋은 현상입니다. 과학인들이 여러방면에서 더 많은 가치를 인정 받고 존중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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