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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 속 티폰, 현실이 되나?
<KISTI의 과학향기> 제978호 2009년 09월 07일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2005년 8월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한 걸프연안 지역을 강타해 무려 1600여명에 달하는 희생자와 400억 달러 이상의 재산피해를 냈다. 한 달 후 같은 지역을 엄습한 허리케인 리타로 인해 다시 11명이 사망하고 수십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재기의 희망마저 빼앗아 가버렸다. 흑인밀집지역이라서 정부가 늑장 대응했다는 비난과 함께 인종차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런 대형태풍은 미국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혔다. 대형태풍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꼽혔는데 미국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미적댔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자본을 등에 업고 두 번이나 집권한 부시 대통령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호된 야단을 맞았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등을 돌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교토의정서에서 발을 뺐으며, 그 이후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감축노력에도 불참했다. 그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독일 환경부 장관은 “도대체 몇 번이나 카트리나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가?”라며 독설을 서슴지도 않았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허리케인은 하늘의 일이지 사람의 일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견지했다. 심지어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의 무관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아시아 북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태풍(颱風)은 ‘큰 바람’을 의미하는 광동어(廣東語) 대풍(大風)이 그 어원이다. 주로 한자문화권이 지배하는 아시아 지역을 강타했기 때문에 어원 역시 중국에서 나왔다.
비슷한 발음으로 태풍을 의미하는 영어 타이푼(typhoon)은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있다. 티폰(Typhon, 또는 Typheus)은 무시무시한 괴력을 가진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무서운 거대한 거인이다.
이 거인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땅 밑 암흑세계의 신 타르타로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머리에서 허벅지까지는 인간의 모습이고, 그 밑으로는 꽈리를 튼 거대한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티폰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나무들이 부러지고 흙이 파헤쳐지며 모든 것들이 날아가버리거나 혹은 타 버려 생물의 그림자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였다. 거센 바람과 함께 불을 뿜는 굉장한 힘의 소유자로 심지어 제우스를 죽이려고 하다가 제우스의 번갯불에 타 죽고 말았다.
그리스신화의 티폰이 현실이 되는 것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메가톤 급의 태풍이 밀려올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우려가 외신을 타고 전해온다.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위력이 지난 25년간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플로리다대 기상학과의 제임스 B 엘리너 교수는 메가태풍을 경고하는 과학자 중 하나다. 그는 1981년부터 2006년 동안의 인공위성 자료를 토대로 해수면 온도가 섭씨 28.22도에서28.5도로 올라갔다고 말한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최대 풍속도 1981년 시속 225킬로미터에서 2006년 251킬로미터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열이 허리케인이나 태풍에 더 많은 회전을 가하고 있어서, 더 강한 태풍이나 허리케인을 만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강도를 연결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취하는 학자도 있다. 사실 허리케인의 경우 2005년 카트리나 이후 심각한 위협을 주는 사례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 이후 지난 6년간 이렇다 할 피해를 안겨다 준 태풍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발생수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수가 많아질지, 아니면 강도가 세질지는 정확히 진단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 태풍의 에너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메가 태풍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우선 해수면 상승으로 태풍의 발생지역이 점차 올라오고 있다. 이전의 태풍들은 주로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발달해 북상하다가 제주도 근처를 지나면서 찬 공기 때문에 점차 소멸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제주도 인근에서도 태풍이 시작될 수 있으며 북상하면서 한반도에도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 바닷물 온도의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허리케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리케인을 약화시켜 카트리나와 같은 피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는 동료 발명가들과 함께 허리케인을 잡을 수 있는 묘책을 특허청에 신청했다. 특허내용은 많은 배를 동원해 깊은 바닷속 차가운 물과 해수표면의 따뜻한 물을 뒤섞어 물의 온도를 낮춘다는 것. 즉 허리케인으로부터 에너지를 빼앗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자연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오히려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어쨌든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강력한 태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미국 뉴올리안즈를 강타한 카트리나가 한반도에 오지 말란 법은 없다. 메가 태풍은 제발 일어나지 말아달라고 기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 다음에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다.
글 : 김형근 과학칼럼니스트
이런 대형태풍은 미국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혔다. 대형태풍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꼽혔는데 미국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미적댔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자본을 등에 업고 두 번이나 집권한 부시 대통령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호된 야단을 맞았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등을 돌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교토의정서에서 발을 뺐으며, 그 이후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감축노력에도 불참했다. 그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독일 환경부 장관은 “도대체 몇 번이나 카트리나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가?”라며 독설을 서슴지도 않았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허리케인은 하늘의 일이지 사람의 일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견지했다. 심지어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의 무관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아시아 북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태풍(颱風)은 ‘큰 바람’을 의미하는 광동어(廣東語) 대풍(大風)이 그 어원이다. 주로 한자문화권이 지배하는 아시아 지역을 강타했기 때문에 어원 역시 중국에서 나왔다.
비슷한 발음으로 태풍을 의미하는 영어 타이푼(typhoon)은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있다. 티폰(Typhon, 또는 Typheus)은 무시무시한 괴력을 가진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무서운 거대한 거인이다.
이 거인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땅 밑 암흑세계의 신 타르타로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머리에서 허벅지까지는 인간의 모습이고, 그 밑으로는 꽈리를 튼 거대한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티폰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나무들이 부러지고 흙이 파헤쳐지며 모든 것들이 날아가버리거나 혹은 타 버려 생물의 그림자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였다. 거센 바람과 함께 불을 뿜는 굉장한 힘의 소유자로 심지어 제우스를 죽이려고 하다가 제우스의 번갯불에 타 죽고 말았다.
그리스신화의 티폰이 현실이 되는 것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메가톤 급의 태풍이 밀려올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우려가 외신을 타고 전해온다.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위력이 지난 25년간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플로리다대 기상학과의 제임스 B 엘리너 교수는 메가태풍을 경고하는 과학자 중 하나다. 그는 1981년부터 2006년 동안의 인공위성 자료를 토대로 해수면 온도가 섭씨 28.22도에서28.5도로 올라갔다고 말한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최대 풍속도 1981년 시속 225킬로미터에서 2006년 251킬로미터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열이 허리케인이나 태풍에 더 많은 회전을 가하고 있어서, 더 강한 태풍이나 허리케인을 만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강도를 연결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취하는 학자도 있다. 사실 허리케인의 경우 2005년 카트리나 이후 심각한 위협을 주는 사례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 이후 지난 6년간 이렇다 할 피해를 안겨다 준 태풍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발생수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수가 많아질지, 아니면 강도가 세질지는 정확히 진단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 태풍의 에너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메가 태풍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우선 해수면 상승으로 태풍의 발생지역이 점차 올라오고 있다. 이전의 태풍들은 주로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발달해 북상하다가 제주도 근처를 지나면서 찬 공기 때문에 점차 소멸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제주도 인근에서도 태풍이 시작될 수 있으며 북상하면서 한반도에도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 바닷물 온도의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허리케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리케인을 약화시켜 카트리나와 같은 피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는 동료 발명가들과 함께 허리케인을 잡을 수 있는 묘책을 특허청에 신청했다. 특허내용은 많은 배를 동원해 깊은 바닷속 차가운 물과 해수표면의 따뜻한 물을 뒤섞어 물의 온도를 낮춘다는 것. 즉 허리케인으로부터 에너지를 빼앗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자연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오히려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어쨌든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강력한 태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미국 뉴올리안즈를 강타한 카트리나가 한반도에 오지 말란 법은 없다. 메가 태풍은 제발 일어나지 말아달라고 기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 다음에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다.
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치태풍에 의한 폭풍해일의 수치모의 [바로가기] 재해예측모형 구축을 위한 변수 선정 : 태풍 [바로가기] 태풍의 특성변화에 따른 경남해역 해일양상 고찰 [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해양 심층수의 취수 및 배수장치 [바로가기] 조립식 이동가옥 [바로가기] 운반 및 취급이 용이한 가로등 [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허리케인 피해 조사를 위해 30만 불의 지원을 받는 플로리다 기술대학 [바로가기] 기후 변화에 대항해서 아시아 국가들은 녹색혁명을 이루어내어야 [바로가기] 태풍과 천식의 관계는? [바로가기] | |||
글 : 김형근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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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1
답글 0
태풍 그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좋은 발상이 아닌 것 같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그러나 인강의 행위로 말미암은 재앙은 없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에는 전지구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나라 또한 더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09-09-13
답글 0
꽈리...똬리...또아리...?
2009-09-09
답글 0
어쨌든 지구온난화가 환경변화나 오염의 주범이 아닐까요?
2009-09-09
답글 0
유익하면서 재미까지 있는 과학이야기라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2009-09-08
답글 0
꽈리는 똬리로 해야 바른말이 아닌가요?
2009-09-07
답글 0
과학의 향기가 달라졌네요 어찌됐던 저는 과학의 향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칼럼 많이 많이 부탁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2009-09-07
답글 0
저 위에나온 글에 관련된 통계자료를 제 이메일로 보내 주실 수 없을까요?
2009-09-0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