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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서도 여유만만, 초고온성 미생물의 세계
<KISTI의 과학향기> 제550호 2007년 01월 15일
유리도 순식간에 녹는 온도인 400℃에서 생물이 살 수 있을까? 작년 12월 11일, 국제 해양 생물 개체수 연구팀은 대서양 해저 3.2km지점에 있는 뜨거운 열수구에 새우가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 펄펄 끓는 물에서도 살아남는 그야말로 ‘독한’ 새우다. 하지만 이 새우 말고도 ‘독한’ 생물이 또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생물인 초고온성 미생물(Hyperthermophile)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초고온성 미생물은 최소 80℃가 넘는 곳에서 사는 미생물을 말한다. 이 생물은 1980년대 해저 화산 분출구 지역에서 독일의 스테터 박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뒤로 현재까지 수십 종이 발견됐다. 파이롤로부스 퓨마리(Pyrolobus fumarii), 써모토가 네아폴리타나(Thermotoga neapolitana), 써모토가 써마룸(Thermotoga thermarum)이 대표적인 초고온성 미생물이다. 이들은 100℃가 넘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 400℃가 넘는 열수구 근처 등 일반 생물이라면 살아가기 힘든 극한 환경에도 꿋꿋이 살고 있다. 이들은 고온의 환경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보통 박테리아나 진핵생물(Eukaryote)의 세포막은 2겹 인지질로 이뤄져 있는데 반해 초고온성미생물의 세포막은 1겹 인지질 층이다. 인지질은 콩나물처럼 생긴 모양으로 물과 친한 성질을 가진 머리와 물에 저항이 있는 성질을 띤 꼬리로 이뤄져 있다. 2겹 세포막 층은 콩나물이 2개가 꼬리를 안쪽으로 맞대고 머리가 바깥쪽으로 향하게 누워 있는 모양이고 1겹은 콩나물 꼬리의 양쪽에 머리가 각각 달린 구조다. 인지질 꼬리 부분은 물질이 지나다닐 수 있게끔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꼬리가 2겹인 구조보다는 1겹인 구조가 더 단단하다. 그래서 높은 온도에서도 초고온성 미생물이 견딜 수 있다.
세포막 구조이외에 초고온성 미생물에만 있는 특별한 효소도 열을 견디는데 한 몫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신라대 이동근 교수팀이 발견한 역자이라아제(Reverse gyrase)라는 효소다. DNA는 열을 받으면 구조가 풀려 변성이 쉽게 되기 때문에 고온에서도 DNA 구조를 안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초고온성 미생물에 있는 역자이라아제는 DNA가 복제를 하기 위해 이중나선을 풀 때 관여하여 DNA 구조를 안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자세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 세포 안에 있는 디이노시톨 인산염(Di-inositol phosphate), 디글리세롤 인산염(Diclycerol phosphate)이라는 화학적 물질이 세포를 이루고 있는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단백질은 보통 40℃만 넘으면 접혀있는 모양의 구조가 변형된다. 그러나 초고온성 미생물이 갖고 있는 이런 화학적 물질은 열에 의해 단백질 구조가 비틀려 그 기능을 잃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고온성 미생물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초고온성 미생물은 높은 온도에서도 생화학적 반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응용가치가 아주 높다. 대표적인 것이 써머스 아쿠아티커스(Thermus aquatics)라는 초고온성 미생물에서 뽑아낸 ‘내열성 DNA 중합효소’다.
DNA 중합효소는 다양한 크기의 DNA를 증폭시키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에 꼭 필요하다. 중합효소연쇄반응은 머리카락이나 피에서 뽑아낸 아주 작은 양의 DNA를 순식간에 수백만 배로 증폭시켜 개인의 DNA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중합효소연쇄반응에서 두 가닥의 DNA를 한 가닥의 DNA로 분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데 이 반응은 80℃이상의 고온에서 일어난다.
중합효소연쇄반응에 일반 DNA 중합효소를 사용하면 높은 온도 때문에 효소가 파괴되므로 새로운 효소를 계속 넣어줘야 한다. 그러나 초고온성미생물에서 추출한 DNA 중합효소는 높은 온도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반응의 성공률도 높고 다시 넣어줄 필요도 없다.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또 써모토가(Thermotoga)라는 초고온성 미생물에서 추출한 자일라나제(xylanase)라는 효소는 90℃가 넘는 반응조건에서 자일로올리고당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자일로올리고당은 위 속의 유산균이 증식하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기능성 음료와 식품에 많이 첨가된다. 편의점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유산균 음료에도 초고온성 미생물의 손길이 뻗어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펄프를 제조하거나 폐기물을 분해하는데도 초고온성 미생물이 사용되고 있다.
뜨거운 곳을 이겨내며 살고 있는 초고온성 미생물이 그야말로 ‘뜨거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초고온성 미생물이외에도 아주 추운 곳, 산소가 거의 없는 곳 등 각종 극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이 많다. 이들도 분명 자신이 살고 있는 극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를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숨은 잠재력을 밝혀내는 앞으로의 연구가 주목된다. (글 : 김맑아 과학전문 기자)
초고온성 미생물은 최소 80℃가 넘는 곳에서 사는 미생물을 말한다. 이 생물은 1980년대 해저 화산 분출구 지역에서 독일의 스테터 박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뒤로 현재까지 수십 종이 발견됐다. 파이롤로부스 퓨마리(Pyrolobus fumarii), 써모토가 네아폴리타나(Thermotoga neapolitana), 써모토가 써마룸(Thermotoga thermarum)이 대표적인 초고온성 미생물이다. 이들은 100℃가 넘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 400℃가 넘는 열수구 근처 등 일반 생물이라면 살아가기 힘든 극한 환경에도 꿋꿋이 살고 있다. 이들은 고온의 환경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보통 박테리아나 진핵생물(Eukaryote)의 세포막은 2겹 인지질로 이뤄져 있는데 반해 초고온성미생물의 세포막은 1겹 인지질 층이다. 인지질은 콩나물처럼 생긴 모양으로 물과 친한 성질을 가진 머리와 물에 저항이 있는 성질을 띤 꼬리로 이뤄져 있다. 2겹 세포막 층은 콩나물이 2개가 꼬리를 안쪽으로 맞대고 머리가 바깥쪽으로 향하게 누워 있는 모양이고 1겹은 콩나물 꼬리의 양쪽에 머리가 각각 달린 구조다. 인지질 꼬리 부분은 물질이 지나다닐 수 있게끔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꼬리가 2겹인 구조보다는 1겹인 구조가 더 단단하다. 그래서 높은 온도에서도 초고온성 미생물이 견딜 수 있다.
세포막 구조이외에 초고온성 미생물에만 있는 특별한 효소도 열을 견디는데 한 몫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신라대 이동근 교수팀이 발견한 역자이라아제(Reverse gyrase)라는 효소다. DNA는 열을 받으면 구조가 풀려 변성이 쉽게 되기 때문에 고온에서도 DNA 구조를 안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초고온성 미생물에 있는 역자이라아제는 DNA가 복제를 하기 위해 이중나선을 풀 때 관여하여 DNA 구조를 안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자세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 세포 안에 있는 디이노시톨 인산염(Di-inositol phosphate), 디글리세롤 인산염(Diclycerol phosphate)이라는 화학적 물질이 세포를 이루고 있는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단백질은 보통 40℃만 넘으면 접혀있는 모양의 구조가 변형된다. 그러나 초고온성 미생물이 갖고 있는 이런 화학적 물질은 열에 의해 단백질 구조가 비틀려 그 기능을 잃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고온성 미생물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초고온성 미생물은 높은 온도에서도 생화학적 반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응용가치가 아주 높다. 대표적인 것이 써머스 아쿠아티커스(Thermus aquatics)라는 초고온성 미생물에서 뽑아낸 ‘내열성 DNA 중합효소’다.
DNA 중합효소는 다양한 크기의 DNA를 증폭시키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에 꼭 필요하다. 중합효소연쇄반응은 머리카락이나 피에서 뽑아낸 아주 작은 양의 DNA를 순식간에 수백만 배로 증폭시켜 개인의 DNA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중합효소연쇄반응에서 두 가닥의 DNA를 한 가닥의 DNA로 분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데 이 반응은 80℃이상의 고온에서 일어난다.
중합효소연쇄반응에 일반 DNA 중합효소를 사용하면 높은 온도 때문에 효소가 파괴되므로 새로운 효소를 계속 넣어줘야 한다. 그러나 초고온성미생물에서 추출한 DNA 중합효소는 높은 온도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반응의 성공률도 높고 다시 넣어줄 필요도 없다.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또 써모토가(Thermotoga)라는 초고온성 미생물에서 추출한 자일라나제(xylanase)라는 효소는 90℃가 넘는 반응조건에서 자일로올리고당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자일로올리고당은 위 속의 유산균이 증식하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기능성 음료와 식품에 많이 첨가된다. 편의점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유산균 음료에도 초고온성 미생물의 손길이 뻗어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펄프를 제조하거나 폐기물을 분해하는데도 초고온성 미생물이 사용되고 있다.
뜨거운 곳을 이겨내며 살고 있는 초고온성 미생물이 그야말로 ‘뜨거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초고온성 미생물이외에도 아주 추운 곳, 산소가 거의 없는 곳 등 각종 극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이 많다. 이들도 분명 자신이 살고 있는 극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를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숨은 잠재력을 밝혀내는 앞으로의 연구가 주목된다. (글 : 김맑아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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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과학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네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2009-04-06
답글 0
와 정말 신기하네요... 높은 열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생물들이 있다니...
좋은것 알아갑니다^^ 과학향기 받아보길 정말 잘한것 같네요!
그나저나 기자님이름 참 예쁘신데요ㅋㅋ
2007-02-10
답글 0
재밌군요. 금성이나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2007-02-05
답글 0
정말 잘난척 심한데?
2007-01-24
답글 0
잘난척하지마
2007-01-23
답글 0
기자분이름 참 신기하네 ㅋㅋ
2007-01-22
답글 0
어깨과 님 때문에 기자 이름 봤다가.. 풋... ㅋㅋ 근데 인지질이... 한겹일 수도 있구낭... (1년 전 쯤에 배웟음... ㅋㅋ 중1인데 이런걸 알고 있는..)
2007-01-19
답글 0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113도에서 사는 고세균인 Pyrolobus가 가장 높은 온도에서 사는 종류입니다. 이런 종류가 400도 근처의 물이 솟아나오는 열수구 근처에서 발견되는 것이지 400도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까지는 150도가 생물체가 살 수 있는 한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07-01-15
답글 0
기자분 이름이 특이하시네요!
기사도 특이하고요! TV에서 해저 분화구 근처에 사는 새우를 본 적 있어요!
400도까지 견딘다면 소방관이 입는 옷 등에 적용한다면 어떨까요?
2007-01-15
답글 0
아쉽네요
사진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2007-01-15
답글 0
굿!
메일로 오는걸로 보니 정말 멋지네요?!
2007-01-15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