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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한국 우주시대 희망을 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694호 2021년 11월 01일10월 21일 오후 5시.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섬 외나로도(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발사!”
그림 1.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되고 있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 성공했지만, 위성 모사체 궤도 안착은 실패
발사대 한켠에 곧게 서 있던 길이 47.2m, 무게 200t에 달하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와 불꽃을 쏟아내며 하늘로 솟구쳤다. 30년에 달하는 한국 우주개발 역사가 오롯이 담긴 누리호는 한 치의 오차 없이 계산됐던 하늘길을 따라 우주로 향했다. 이륙한 지 127초 만에 고도 50km를 돌파하며 1단 로켓이 분리됐다. 곧바로 2단 로켓이 점화됐다. 발사 233초가 지났을 때 위성을 덮고 있던 보호막인 ‘페어링’이 분리됐고, 고도 258km에 다다랐을 때 2단 로켓도 분리됐다. 3단 로켓이 점화됐고 성공이 눈앞에 놓였다. 발사 후 967초가 지났을 때 누리호는 고도 700km를 돌파했다.
누리호 비행 절차
- 1. 이륙
- 2. 1단 분리
- 3. 페어링 분리
- 4. 2단 분리
- 5. 위성모사체 분리
- 시간 : 약 16분
- 고도 : 700km
그림 2. 누리호 비행 과정.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하지만 아쉽게도 위성을 고도에 정확히 내려놓는 데는 실패했다. 3단 로켓인 7t급 액체엔진에서 475초 동안 연소가 발생했어야 했는데 이보다 59초 가량 부족한 462초만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3단에 탑재돼 있던 위성 모사체가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안착해야 하지만 3단 로켓의 연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이보다 느린 속도로 로켓과 분리됐고, 결국 지구를 탈출하지 못하고 호주 인근 바다로 떨어졌다.
인공위성과 같은 물체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발사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높은 고도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지기 때문에 비행기로는 고도 100km 이상 날기 힘들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엄청난 힘을 땅으로 쏟아부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날아가는 로켓이다.
지구 중력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우주 공간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로켓이 초속 11.2km의 속도로 날아야 한다. 이는 공기 저항을 비롯해 다른 요인이 작용하지 않을 때 필요한 이론값이다. 누리호는 1.5t의 위성을 고도 700km에 내려놓는 임무를 갖고 있었는데 이때 필요한 속도는 초속 7.5km이다. 이 속도로 위성이 분리되어야만 지구 중력을 버텨내 떨어지지 않고 지구 궤도를 공전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3단 로켓의 연소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100% 성공은 아니지만 큰 성과
비록 위성 모사체를 원하는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지만, 이번 누리호 발사로 한국은 ‘뉴스페이스’로 불리는 우주개발 시대에 희망을 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켓의 핵심으로 불리는 1~2단이 제대로 작동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과거 나로호 발사 때는 러시아제 1단 로켓을 썼기 때문에 발사에 성공했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큰 힘을 내는 1단 로켓을 처음 개발한 만큼, 누리호 첫 발사 목표는 우주발사체 수송능력과 비행성능 확인이었다. 누리호가 실제 위성이 아닌 위성 모사체를 싣고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 3. 누리호 1단 로켓의 모습. 이번 발사로 로켓의 핵심인 1~2단 로켓이 제대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2차 시험 발사는 2022년 5월로 예정돼 있다. 이때는 위성 모사체가 아닌 통신 등 기본적인 위성 기능만 갖춘 성능검증 위성이 탑재된다. 현재까지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까지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동 6개국뿐이다. 지난 50년간 우주 선진국들이 새로 개발한 발사체가 첫 발사에서 성공한 확률은 27.2%. 비록 이번 발사가 100% 성공은 아니지만 이에 근접한 만큼 이번 발사는 충분히 의미 있고 박수받을 만한 성과다.
연구진은 3단 로켓 실패 원인 분석 중
현재 누리호 발사를 이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연구진은 발사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3단 로켓의 연소가 부족했던 이유를 찾고 있다. 발사 직후 이뤄진 회의에서는 연소 도중 산화제 탱크 내부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한 사실을 찾아냈지만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발사 당일 연소 시간이 46초 부족했다고 밝혔지만 리뷰 결과 59초가량 모자랐던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크게 5~6가지 원인을 두고 원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산화제 탱크 자체의 밝혀지지 않은 결함이 있을 수도 있고, 헬륨 주입을 통해 산화제 탱크의 내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가압 시스템이 오작동했을 수도 있다. 명령을 내리는 제어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산화제 탱크의 내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산화제 탱크와 헬륨 탱크의 밸브가 고장 난 경우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기술을 총동원해 예상 원인을 찾고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연구진은 발사 후 비행 환경을 모사하는 시험을 통해 검증 실험을 수행할 방안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호가 쏘아올린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
내년 5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2022년 말부터 누리호는 실제 위성을 싣고 올라가게 된다. 과학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초소형 위성 1호’ 등 2027년까지 총 4차례에 걸친 중소형 위성 발사 계획이 예정돼 있다. 2030년에는 한국형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자력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리호 위에 고체엔진을 4단으로 얹으면 달까지 보낼 수 있는 화물 중량 730kg을 확보할 수 있다.
1단 로켓이 없던 한국. 이번 발사를 통해 단숨에 1단 기술을 확보하며 우주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달 탐사는 물론 소행성 탐사 등 우주개발 강국의 전유물이었던 심우주 탐사도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을 봤다. 한국에게 우주는 더 이상 먼 미래도, 높은 벽도 아니다.
글: 원호섭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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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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