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디지털 엑스트라 - 영화속의 특수 효과(SFX)

<KISTI의 과학향기> 제107호   2004년 03월 17일
수만명의 피난민 행렬.. 고지를 두고 벌어지는 엄청난 병사들 전투장면.. 과연 이 모든 장면들은 어떻게 촬영한 것일까? 실제로 이렇게 많은 엑스트라들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실미도>에 이어 한국영화의 흥행기록을 연일 갱신해가고 있는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오는 스펙터클한 장면의 비밀은 바로 디지털 SFX,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특수효과 이다. 사실 예전에는 그런 장면을 찍으려면 실제로 몇 만 명 단위의 엑스트라가 동원되기도 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2차 대전 막바지에 <콜베르크 Kolberg>라는 선전영화를 만들면서 무려 18만 7천명의 엑스트라 배우를 쓴 기록도 있다.(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1945년 베를린에서 개봉된 뒤 관람객 수가 출연한 사람 수보다 적었다는 사실이다.)



간혹 특수효과(Special Effects)라는 SFX와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의미인 SF를 SFX=SF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SF 영화라면 거의 예외 없이 특수효과가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 두 용어는 분명히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대규모 군중씬은 원래 100 ~ 200명 정도의 엑스트라만을 기용해서 실사 촬영을 한 다음 이를 디지털 화면으로 복제하여 배경에 합성해 넣는 식으로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전체 장면의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인물 하나하나에 개성적 움직임을 부여하는데, 이런 방식은 작년 말 나온 영화 <반지의 제왕 3>에 나오는 수많은 오크들과 인간들이 싸우는 장면이라던가 대지를 검게 물들이며 행진하는 오크의 군대와 같은 장면에 사용 된 방법이다.

이렇게 부풀리는 것과는 다르게, 있는 그림을 없앨 때에도 컴퓨터 그래픽이 활용된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스턴트맨이 위험한 연기를 직접 해야 했던 장면도 지금은 안전하게 촬영을 마치고 나서 컴퓨터로 수정작업을 한다.



80년대까지 헐리우드에서 가장 뛰어난 스턴트맨이었던 ‘다 로빈슨’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컴퓨터그래픽의 발달과 맞물려 좋은 사례로 남아있다. 그는 오늘날처럼 번지점프가 대중화되기 전부터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곤 하는 위험한 연기를 실연했는데, 그럴 경우 발에 매단 줄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아야 하므로 아주 가느다란 피아노 줄 같은 것을 사용했고 또 밑에 그물이나 쿠션 같은 것도 두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비슷한 장면을 찍을 경우 충분히 안전을 고려해서 튼튼하고 굵은 줄을 사용하고 있으며 바닥에도 넓게 보호 쿠션을 설치한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다 컴퓨터로 지우면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다 로빈슨은 촬영 도중에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는데, 아마 요즘처럼 충분한 안전장치를 확보했더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부풀리거나 없애기 외에 또 컴퓨터그래픽으로 가능한 것이 ‘오려 붙이기’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트루라이즈>를 보면 그가 해리어 전투기를 직접 조종하며 날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아놀드가 조종석 세트에 앉은 부분만 따로 찍어서 날아가는 전투기와 합성한 것이다. 게다가 조종석 세트에 앉은 사람도 사실은 다른 스턴트맨이고 아놀드의 얼굴만 촬영해서 그래픽으로 갖다 붙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영화가 컴퓨터그래픽만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정교한 모형이나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정지동작을 연속 촬영해 이어 붙이는 ‘스톱모션’ 기법, 그리고 인형 속에 기계적 작동 메커니즘을 집어넣은 뒤 원격 조종해서 움직이도록 하는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 기술 등은 요즘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쥬라기공원>에서 알을 까고 나오는 새끼 공룡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바로 이 방법으로 촬영한 것이다.



SFX의 미래는 이제 단순히 놀라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듯이 역사적 사실에다 허구를 삽입할 수도 있고(주인공인 검프가 케네디나 존 레논 같은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다큐 필름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또 일방적으로 관객에게만 전달되는 영상매체의 특성까지도 변화될 조짐이 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달에 힘입어 이른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즉 쌍방향 매체로서 영화가 새롭게 재정의 될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래 하나의 이야기였던 작품도 관객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버전으로 확대 재생산 될 수 있다.



그때에는 같이 영화를 보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다양성이 넘쳐 나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글 : 박상준 - SF/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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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컴퓨터 그래픽 신기하죠 ^^ 저도 기회가 된다면, CG기술을 배워보고 싶어요. 재미있을것 같아요.

2009-04-06

답글 0

홍보인
  • 평점   별 1점

이건 왠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얘기 아닌가? 원리를 과학적으로 특별히 설명한 얘기도 아니고...

2004-03-17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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