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서 위로 뛰면 살 수 있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132호   2004년 05월 14일
살다 보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전 국민의 5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때에 누구나 한 번쯤은 우리 집 식구 가운데 누군가가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탄 엘리베이터의 줄이 12층에서 끊어져 추락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속담은 이때도 통하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로 살 수가 없다.12층(30미터)에서 추락한다면 땅에 닿을 때의 속도는 시속 88킬로미터, 줄이 끊어지고 추락할 때까지 불과 2.4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깜짝 놀라 “어, 무슨 일이지?” 하는 사이에 벌써 땅에 도착한다.정신 차릴 틈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63빌딩에서 사건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63빌딩의 높이는 249미터. 남산이 250미터이니 정말 높기는 높다. 249미터 상공에서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져서 자유낙하 한다면 추락 순간의 속도는 자그마치 시속 251킬로미터. 하지만 걸리는 시간은 다행히 7.7초나 된다. 공기 저항도 있을 테니 넉넉잡고 10초라고 가정해 보자. 정신을 바짝 차리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어떻게 살 궁리를 할 것인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방법은 땅에 닿기 전에 발을 굴러 살짝 뛰어오르는 것이다. 한 1미터 정도.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추락하고 난 후 사람은 안전하게 1미터 높이에서 땅으로 떨어지겠다는 계산이다. 물론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속에서도 뛰어오를 수 있다. 이때 발을 살짝만 구르도록 주의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힘껏 구르면 천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 오히려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낙하를 할 때는 무중력 상태가 된다. 혹시 그럴 기회가 있다면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어 보시라. 바늘은 ‘0’을 가리킬 것이다(아인슈타인 선생님의 말씀이니 안심하고 믿으시라). 자유낙하 하는 엘리베이터는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의 내부와 같다. 그 속에서 사람은 한 번 힘을 주면 영원히 등속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주 좋게 살짝 뛰어올라 엘리베이터가 땅에 부딪치는 순간에 붕 떠 있었다 하더라도 목숨을 건질 수는 없다. 단지 엘리베이터보다 조금 늦게 떨어졌을 뿐, 249미터에서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유낙하 하는 순간부터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이고 승객은 승객이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럴 수 있다. 우리는 간단한 실험으로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와 승객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종이컵에 물을 담고 아래쪽에 구멍을 뚫자. 그러면 물이 밑으로 새는 것을 볼 수 있다. 컵은 사람이 잡고 있으니까 위에 그대로 있지만, 물의 경우에는 사람은 잡고 있지 않지만 지구가 잡아당기므로 밑으로 떨어진다. 그것을 우리는 중력이라고 부른다. 이번에는 뚫린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물을 담아보자. 그리고 컵을 떨어뜨려 보자. 추락하는 동안에는 컵의 구멍으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물과 컵 모두 중력에 의해 자유낙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자유낙하 중인 엘리베이터와 승객의 관계이다.



그렇다고 63빌딩의 엘리베이터가 떨어질까 겁낼 필요는 전혀 없다. 63빌딩의 엘리베이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엘리베이터와 전혀 다른 구조와 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63빌딩의 엘리베이터는 쇠줄 대신 벽에 자석이 붙어 있는 레일을 설치하였다. 여기에 +와 - 전기를 연속해서 바꿔주어 자석의 극성을 바꿈으로써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도록 하였다. 자기부상 열차와 같은 원리이다. 하긴, 놀이동산의 ‘자이로드롭’도 자유낙하 하다가 바닥에 닿기 직전 급격히 속도가 줄면서 천천히 멈추도록 장치를 해 놓았는데, 하물며 초 현대식 건물의 엘리베이터에서 괜한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글 : 이정모-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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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스펀지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엘리베이터 추락시 바닥에 엎드리는 것이 보다 살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자유낙하시 물체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데요. 하지만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서 종이컵에 구멍뚫고 실험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20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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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가끔 그런 상상해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써 놓으셨네요.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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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
  • 평점   별 3점

상계주공 아파트는... 아마 살기 힘들꺼야~
걸어다닐까? 15층인데...

200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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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큰넘
  • 평점   별 3점

그러면 우주선이 달에 내려올때 역분사 로켓을 점화하여 천천히
내려오는데 그건 어찌된건가요

200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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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 평점   별 5점

힘껏뛰어오른다고 해도. 1미터 남짓 아닌가요? 초속 9.8m로 떨어지는 가운데 역행의 방향으로 1m정도 뛰어오를 여분의 힘을 위로 준다고 해도 별로 줄지 않을듯...;; 아마 간의 기별도 안될지도....

200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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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평점   별 3점

보통 엘리베이터도 추락하지 않도록 몇중으로 해놔서 절대 안떨어진다고 하던데;;

200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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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굼
  • 평점   별 3점

그럼 정전이 되면 자석레일이 작동되지 않으니까
떨어지나요? 아님 비상용으로 비축해둔 전류를 쓰나요?
비상발전기가 있더라도 오래못갈텐데..그럼 할수없이
떨어져 죽나요?
글구 63빌딩도 전정된적이 있는지 궁굼하네요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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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 평점   별 5점

줄넘기는 그만하고 생명보험에나 들어야 겠다...쩝..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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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 평점   별 2점

그럼. 일단 엘베 떨어지면 살 방도는 없는 거구
운명에 맡겨야 한다는 거네요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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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훈
  • 평점   별 3점

63빌딩인데....
정전이 돼도 비상용 전기나
또 엘리베이터 위에 쇳줄이 있겠져........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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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냐링
  • 평점   별 5점

엘리베이터는 이제 레일말구 자석이 붙어 있는 것을 타야 겠네 ㅡ,.ㅡ; 근데 어떻게 구분하지??? 아! 자석 방식은 전기가 끝기면 어떻게 되지? 힘없이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ㅡㅡ;;;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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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 평점   별 1점

그래도 조금 효과가 있지는 않을까요..? 특히 63층이 아닌 저층에서 떨어져서 속도가 크게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떨어진다면 엘리베이터와 사람은 같은 속도로 떨어지겠지만, 사람이 그 순간 발을 구른다면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의하여 엘리베이터는 아래쪽으로 더 힘을 받아서 속도가 빨라지고(물론 엘리베이터가 사람에 비해 많이 무거우니까 속도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사람은 그 반작용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을까요...?

특히 위가 뚤려 있어 힘차게 발을 구를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도 같은데....



63층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이 아주 빠른 속도로 떨어져서 발을 구름으로 인해 떨어지는 속도가 감속되더라도 죽고 사는데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을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속도가 생사를 결정짓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발을 구르는 것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요....어떻게 생각하시는지?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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