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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야구의 꽃, 홈런이 탄생하기까지
<KISTI의 과학향기> 제2109호 2014년 04월 16일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드디어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덩달아 태연과 아빠도 신이 난다. 어린 시절, 어린이 야구단 점퍼와 모자가 좋아 무작정 야구에 빠져들었던 아빠는 아직까지도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야구 마니아다. 물론 태연은 야구에 관심이 전혀 없다. 다만, 야구장 응원 열기에 휩싸여 먹는 치킨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놀라운 진실을 알고 있을 뿐!
이유야 어쨌든 야구장을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완벽하게 의견이 일치하는 부녀. 막대풍선을 하나씩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초반 폭풍 같은 응원 열기가 슬슬 잦아들고, 치킨이 바닥나기 시작하자 태연은 지루함을 견딜 수 없다.
“아, 재미없어. 아빠 그만 가요. 홈런이라도 딱딱 나와야지 5회에 1대 0이 뭐야. 별에서 온 우리 도민준씨 같았으면 초능력 써서 벌써 홈런 백 개는 날렸을 텐데. 역시 지구인은 이게 문제예요.”
“홈런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건 줄 알아? 그건 신이 내리는 거라고.”
“말도 안 돼. 저번엔 다른 게 신이 내려주신 거라면서요? 저의 떡 벌어진 어깨를 보세요. 저도 얼마든지 칠 수 있다고요.”
“자, 하나하나 짚어볼까? 투수가 공을 던지면 대략 0.4초 뒤에 타자에게 도달해. 이걸 맞추려면 타자는 0.2초 안에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어떤 궤적으로 날아오는지 등 여러 가지를 분석해야 하지. 이걸 완벽하게 했다 하더라도 배트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공을 맞히는 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일이야. 또 타자가 자신의 힘을 순간적으로 배트에 싣는 훈련을 덜했다면 당연히 펜스를 넘기지 못하겠지. 그뿐 아니라 배트를 잡는 길이, 타격 타이밍, 배트의 무게, 타격 밸런스, 풀스윙 여부, 스윙 궤적 등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홈런이 나온단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요! 또 스위트 스폿은 다 뭐고요. 뭔가 달달하고 맛있는 건가?”
“헐~, 역시 너의 식신 본능은 어디서든 빛을 발하는구나. 스위트 스폿은 배트가 공을 때리는 순간 일어나는 진동을 합쳤을 때 그 값이 최소가 되는 지점을 말하는데, 여기 맞으면 공은 타자가 원하는 대로 가장 멋지게 날아간단다. 보통 배트의 끝에서 5~10cm 떨어진 지점을 말하지. 하지만 매번 공의 속도와 방향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니까 정확하게 맞추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야.”
“뭐에요, 그럼 진동이 최소가 되는 그 달달한 지점을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0.2초 만에 판단해야 한다면서 그걸 언제 계산해요! 난 뭐, 하루를 줘도 못하겠지만.”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쳐내야지. 그래서 예전에는 홈런 타자는 타고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단다. 하지만 요즘에는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홈런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어.”
“정말요? 어떻게요?”
“공을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추는 순간판단력을 기르면 되는 거지.”
“말이 쉽지, 그게 노력으로 되겠어요?”
“사람 뇌에는 움직이는 물체의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측두피질(MT)이라는 부위가 있단다. 대부분 홈런 타자는 이 부위가 특별히 발달해 있는데,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공이 어떻게 날아올지 예상하고 정확하게 배트를 대서 홈런을 만들어내지.”
“거 봐요. 연습해도 안 된다니깐.”
“하지만 근육을 자주 쓰면 발달하듯 뇌도 많이 사용할수록 기능이 향상되거든.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반복적으로 보는 연습을 치열하게 하면서 중측두피질의 능력을 높이면 타고나는 선수들을 어느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야. 또 날아오는 공을 최대한 끝까지 보고 배트를 대는 능력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역시 피나는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는구나.”
“아, 뭐예요. 타고난다는 거예요, 아님 노력해도 된다는 거예요. 아빠 그렇게 애매하게 말씀하시면 앙돼요~!!”
“음…, 비유하자면 이런 거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좋은 머리를 타고난 데다 노력도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재능이 좀 부족해도 두 배, 세배 엄청난 노력을 해서 따라잡는 아이들도 있단 말이야. 홈런 타자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여기서 아빠가 하려는 말의 요지가 뭐냐 하면, 너도 머리가 나쁘다고 실망만 하지 말고….”
“에이, 걱정 마세요. 제가 공부 머리는 나빠도 중측두피질 하나는 어마어마하게 발달해 있다고요. 수업 시간에 제가 졸면 선생님이 분필을 던지시겠죠? 그러나 저는 절대 맞지 않아요. 꿈속에서도 분필이 날아오는 정확한 속도와 방향을 분석해서 싹싹 잘 피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나중에 공부 대신에 홈런으로 성공할 테니까, 염려는 전광판에나 붙들어 매 두세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이유야 어쨌든 야구장을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완벽하게 의견이 일치하는 부녀. 막대풍선을 하나씩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초반 폭풍 같은 응원 열기가 슬슬 잦아들고, 치킨이 바닥나기 시작하자 태연은 지루함을 견딜 수 없다.
“아, 재미없어. 아빠 그만 가요. 홈런이라도 딱딱 나와야지 5회에 1대 0이 뭐야. 별에서 온 우리 도민준씨 같았으면 초능력 써서 벌써 홈런 백 개는 날렸을 텐데. 역시 지구인은 이게 문제예요.”
“홈런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건 줄 알아? 그건 신이 내리는 거라고.”
“말도 안 돼. 저번엔 다른 게 신이 내려주신 거라면서요? 저의 떡 벌어진 어깨를 보세요. 저도 얼마든지 칠 수 있다고요.”
“자, 하나하나 짚어볼까? 투수가 공을 던지면 대략 0.4초 뒤에 타자에게 도달해. 이걸 맞추려면 타자는 0.2초 안에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어떤 궤적으로 날아오는지 등 여러 가지를 분석해야 하지. 이걸 완벽하게 했다 하더라도 배트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공을 맞히는 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일이야. 또 타자가 자신의 힘을 순간적으로 배트에 싣는 훈련을 덜했다면 당연히 펜스를 넘기지 못하겠지. 그뿐 아니라 배트를 잡는 길이, 타격 타이밍, 배트의 무게, 타격 밸런스, 풀스윙 여부, 스윙 궤적 등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홈런이 나온단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요! 또 스위트 스폿은 다 뭐고요. 뭔가 달달하고 맛있는 건가?”
“헐~, 역시 너의 식신 본능은 어디서든 빛을 발하는구나. 스위트 스폿은 배트가 공을 때리는 순간 일어나는 진동을 합쳤을 때 그 값이 최소가 되는 지점을 말하는데, 여기 맞으면 공은 타자가 원하는 대로 가장 멋지게 날아간단다. 보통 배트의 끝에서 5~10cm 떨어진 지점을 말하지. 하지만 매번 공의 속도와 방향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니까 정확하게 맞추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야.”
“뭐에요, 그럼 진동이 최소가 되는 그 달달한 지점을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0.2초 만에 판단해야 한다면서 그걸 언제 계산해요! 난 뭐, 하루를 줘도 못하겠지만.”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쳐내야지. 그래서 예전에는 홈런 타자는 타고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단다. 하지만 요즘에는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홈런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어.”
“정말요? 어떻게요?”
“공을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추는 순간판단력을 기르면 되는 거지.”
“말이 쉽지, 그게 노력으로 되겠어요?”
“사람 뇌에는 움직이는 물체의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측두피질(MT)이라는 부위가 있단다. 대부분 홈런 타자는 이 부위가 특별히 발달해 있는데,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공이 어떻게 날아올지 예상하고 정확하게 배트를 대서 홈런을 만들어내지.”
“거 봐요. 연습해도 안 된다니깐.”
“하지만 근육을 자주 쓰면 발달하듯 뇌도 많이 사용할수록 기능이 향상되거든.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반복적으로 보는 연습을 치열하게 하면서 중측두피질의 능력을 높이면 타고나는 선수들을 어느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야. 또 날아오는 공을 최대한 끝까지 보고 배트를 대는 능력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역시 피나는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는구나.”
“아, 뭐예요. 타고난다는 거예요, 아님 노력해도 된다는 거예요. 아빠 그렇게 애매하게 말씀하시면 앙돼요~!!”
“음…, 비유하자면 이런 거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좋은 머리를 타고난 데다 노력도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재능이 좀 부족해도 두 배, 세배 엄청난 노력을 해서 따라잡는 아이들도 있단 말이야. 홈런 타자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여기서 아빠가 하려는 말의 요지가 뭐냐 하면, 너도 머리가 나쁘다고 실망만 하지 말고….”
“에이, 걱정 마세요. 제가 공부 머리는 나빠도 중측두피질 하나는 어마어마하게 발달해 있다고요. 수업 시간에 제가 졸면 선생님이 분필을 던지시겠죠? 그러나 저는 절대 맞지 않아요. 꿈속에서도 분필이 날아오는 정확한 속도와 방향을 분석해서 싹싹 잘 피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나중에 공부 대신에 홈런으로 성공할 테니까, 염려는 전광판에나 붙들어 매 두세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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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재밌네요
2016-01-25
답글 0
칼럼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으하하하하!
2014-05-05
답글 0
....하하하하 잘 보고 갑니다
2014-04-1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