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머리 크면 똑똑할까?

<KISTI의 과학향기> 제1382호   2011년 07월 04일
“난 내 머리 무게가 궁금해~.”

머리 큰 걸로 유명한 개그맨, 컬투 김태균이 자신의 머리를 체중계에 올렸다. 7.8kg! 앞서 머리 무게를 쟀던 정찬우보다 0.8kg이 더 나갔다. 보통 사람들의 머리 무게가 4kg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2011년 6월 13일에 방송된 SBS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이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장면을 보다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머리 크기가 지능과 상관이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컬투의 입담과 재치도 혹시 남들보다 크고 무거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원시 인류에 비해 현생 인류의 평균 뇌 용량은 2~3배 커졌기 때문이다. 400만년 전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량은 380~450cc인데, 이후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의 뇌 용량은 530~800cc로 커졌다. 완전히 직립 보행한 호모 에렉투스의 뇌 용량은 900~1,100cc이고 20만년~5만년 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뇌 용량은 1,300~1,600cc였다.

19세기 미국의 자연인류학자 사무엘 조지 모턴(Samuel George Morton)은 아예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이 좋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모은 인종별 두개골 약 1,000개의 크기를 쟀다. 그는 작은 겨자씨를 두개골에 가득 채운 다음 그것을 실린더에 부어 부피를 측정했다. 하지만 겨자씨의 크기가 모두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지름 0.125인치의 납으로 된 탄환으로 부피를 쟀다.

모턴의 연구 결과 두개골 크기는 백인이 가장 크고 흑인이 가장 작았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두 인종의 중간이었다. 모턴은 이를 이용해 ‘뇌가 큰 백인종이 지능도 가장 높다’라는 주장을 폈다. 물론 그의 연구결과는 과학적 인종주의라는 비판을 받았고 과학자의 주관이 연구에 개입된 사례로 남겨졌다.

하지만 2011년 6월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린 논문은 모턴의 연구를 옹호하고 나섰다. 적어도 모턴이 연구결과를 조작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이 모턴이 사용한 두개골을 다시 측정한 결과 모턴의 측량이 대부분 정확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도 높다’는 주장까지 옳다고 할 수는 없다.

● 뇌 용량보다 중요한 건 ‘대뇌피질’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뇌는 일반인보다 작았다고 알려졌다. 또 프랑스의 문학비평가인 아나톨 프랑스의 뇌 용량은 1,000cc인데 비해 영국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뇌 용량은 2,230cc였다. 두 사람은 모두 문학 천재로 불리지만 두개골 용량이 현저히 다른 것이다. 또 2004년 10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난쟁이 인간’의 화석도 뇌가 클수록 지능이 높다는 생각에 반론을 제기한다.

키가 1m로 작은 이 화석에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가 생존했던 시기는 2만 5,000여년 전으로 추정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살던 시기와 겹친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의 두개골이 무척 작다는 점이다. 두개골 크기로 짐작한 뇌 용량은 400cc 정도. 하지만 주변에 정교한 화살촉과 돌칼이 함께 발견돼 지능은 호모 사피엔스 수준으로 똑똑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능과 관계있는 것은 무엇일까.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대뇌피질’에 주목했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의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인데 화석의 주인공은 이 부분이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언어를 이해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측두엽(대뇌피질 옆부분)’이 크고 학습과 판단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대뇌피질 앞부분)’이 많이 접혀있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뇌는 침팬지의 뇌와 비슷한 용량이지만 지능은 훨씬 발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대뇌피질 두께와 지능지수(IQ)에 관한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가 어린이 307명을 대상으로 대뇌피질의 발달 과정을 조사했다. 지능지수가 평균보다 높은 아이들은 7살 정도까지 대뇌피질이 매우 얇았고 12살이 되면서 급속도로 두꺼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지능지수가 평균 정도인 아이들은 처음부터 대뇌피질이 두꺼운 편이었다. 얇은 대뇌피질이 두꺼워지는 과정에서 지능지수가 점차 발달한다는 이야기다.

● 인간의 뇌는 작아지는 중…효율의 논리

최근에는 인간의 뇌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자주 나오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진화 전문가인 마르타 라르 박사팀은 인류의 체구와 뇌 크기가 선사시대보다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2011년 6월 영국 왕립협회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만년 전 80∼85kg이었던 인간의 몸무게가 현재 평균 70∼79kg으로 줄었고 두뇌 용량도 크로마뇽인은 1,500cc였지만 현대인은 1,350cc로 작아졌다. 150cc정도 줄어든 두뇌 용량, 혹시 인류의 뇌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르 박사는 이 의문에 대해 ‘뇌 크기가 줄어드는 것도 진화의 일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답한다. 인간의 뇌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고 분업화되면서 직접 고민하고 생각하는 활동이 줄었다는 게 현재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인류의 진화에서 체형이 직립에 적합하게 바뀌고 뇌 용량이 커진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결국 뇌 용량이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뇌 크기만으로 지능을 얘기할 수는 없다. 뇌 크기가 지능이나 뇌의 복잡성과 비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사람의 뇌 크기와 지능의 관계를 속 시원히 밝힌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뇌 크기가 지능과 비례한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자. 오랜 세월 동안 멋진 문명을 이룬 인류의 지능이 단순히 뇌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도 사실 이상하지 않은가.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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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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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사고는 자연의 현상에 의문을 갖는걸로 시작합니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달이 직접 고민하고 생각하는 활동을 늘릴겁니다.
직접 고민하고 생각하는 활동이 줄어든 이유는 기술발달보단 분업화 같은 사회적인 문제죠

20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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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
  • 평점   별 5점

뇌의 용량이 지능과 비례하다고 하는사람들은 저 칼럼을 읽고하는얘기인건가?
아인슈타인도 뇌용량은 작은편이였다고 하잖습니까?
뇌과학은 알려지지 않은게 많은 연구분야인건 만인이 아는 사실인데 그렇게 확신을 할수 있다니.. 대단한건지 어리석은건지 모르겠네요

20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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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 평점   별 5점

적어도 반박할땐 논거를 들어서 말해주세요

20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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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 평점   별 5점

그거야 당신만의 무식한 생각이죠...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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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e
  • 평점   별 1점

뇌크기는 황인 >> 백인 >>>>>> 넘사벽 >>>>>> 흑인 아니였나요?

팩트제시좀 해주시죠

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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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나그네
  • 평점   별 1점

그 동안 두뇌의 크기는 황인>백인>흑인 순서라고 믿고 있다가 갑자기 그게 아니라. 실제로는 백인>황인>흑인 순서라는 결과가 나오니 국내 학자들 다들 쉴드치기 바쁘군요.

인류의 뇌가 작아진 이유는 인류가 더 멍청해졌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인간은 농사를 지으면서 부터 키도 더 작아졌고 뇌도 더 작아졌습니다. 수렵과 채집을 통해서 얻던 다양한 종류의 영양소(다양한 육류와 식물)가 농경시대로 들어서면서 몇가지 안되는 곡물에 의존하기 시작한 이후 인류가 섭취하는 영양소의 다양성이 감소 했습니다.

그럼 왜 인종에 따라서 뇌의 크기가 다를까? 라면 이것도 간단 합니다.
기후 조건 때문임. 식량이 부족한 환경(너무 덥거나 반대로 너무 춥거나)이라면 섭취 할 수 있는 영양소의 양이나 질 다양성에서 더 열악한 조건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두뇌 발달에 악조건이죠.

뇌는 에너지 소비효률로 보았을 때 인체에서 아주 비효율 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반듯이 이러한 뇌가 커지려면 그만큼의 영양이 공급이 되어야 합니다. 아프리카는 너무 더웠고 동아시아는 빙하기에 너무 추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게 덥지 않으면서 동시에 빙하기의 영향을 덜 받은 유럽인의 뇌가 더 크게 발달 한거죠..

에너지 보존 법칙을 적용해보면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말은 뇌가 더 많은 일을 하려면 더 많은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뜻이 되죠. 지능이 생존에 필수라면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 뇌는 더 커질 수 밖에 없고 그러려면 더 다양한 종류의 영양소를 공급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조건에서 유리한 지역에 살고 있는 인종이 더 뇌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201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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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won
  • 평점   별 5점

제가 생각하기엔 뇌 크기가 지능에 비례하진 않을 것 같아요. 이 세상의 똑똑한 사람들이 모두 머리가 클 것 같진 않거든요..^^

201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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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
  • 평점   별 5점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고 분업화되면서 직접 고민하고 생각하는 활동이 줄었다...' 때론 인간이 정말 인간답기 위해선 기술의 발달이 그만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네요.

201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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