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멸종 위기 동물의 복제 -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가?

<KISTI의 과학향기> 제344호   2005년 09월 21일
배아줄기세포 및 복제에 관한 연구로 전 세계 생명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최근에는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켜 다시 한 번 뉴스의 중심으로 떠오른 바 있다. 오랜 옛날부터 인간과 함께 공존해왔기에 ‘인류의 친구’라고도 할 수 있는 개의 복제 성공 소식에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죽음을 앞둔 정든 애완동물을 복제해주는 상업적인 비즈니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또한 한반도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멸종 위기 동물인 백두산 호랑이, 즉 한국 호랑이를 복제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황우석 교수팀은 몇 년 전에 이미 백두산 호랑이의 체세포 복제 실험을 상당부분 진척시켰었다. 백두산 호랑이의 체세포 핵을 소의 난자에 이식한 후 암사자에게 착상시켜, 임신 말기까지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던 것이다. 비록 출산에는 실패하였으나, 이는 당시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종(異種)간의 핵이식을 시도했던 의미있는 연구였다.



백두산 호랑이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은 숱하게 많은데, 세계야생기금(WWF)은 지구 온난화 및 인간에 의한 삼림개발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하여 전 세계 동식물 서식지의 3분의 1 정도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여러 과학자들은 수많은 생물 종들의 멸종속도가 과거에 비해 1천 배 내지 1만 배나 더 빨라지는 등, ‘제6의 대멸종’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오랜 옛날에 하느님이 내린 대홍수 심판을 받아 모든 인간과 동물이 전멸하고 말았지만, 미리 계시를 받아 거대한 방주를 만든 노아(Noah)는 자신의 가족과 한 쌍씩의 동물들을 방주에 태워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고립되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동물들을 체세포 복제 방법으로 살리려는 시도는 이른바 ‘현대판 노아의 방주’ 계획으로 불린다.



생김새와 동작이 귀여워서 동물원마다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자이언트 팬더(Giant Panda)는 복제기술에 의한 보존이 필요하다고 손꼽히는 동물이다. 흔히 팬더곰이라고도 부르지만 너구리와도 유사한 이 동물은 전 세계적으로 1천여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데다가, 보기와는 달리 성질이 몹시 까다로워서 사육하여 번식시키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크고 구부러진 뿔을 지닌 중앙아시아의 야생 양 ‘아르갈리(Argali)’ 역시 복제 연구가 진행된 바 있고 그 밖에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호랑이, 아프리카 봉고의 영양 등이 멸종 위기의 동물로서 체세포 복제에 의한 번식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가 멸종 위기의 인도산 야생들소인 가우어(Gaur)를 복제한 바 있다. 유전적으로 차이가 없는 아이오아 암소를 대리모로 하여 복제된 가우어는 노아의 방주에서 이름을 따서 ‘노아’라는 이름도 붙여진 바 있다. 세계 최초의 이종간 복제로 관심을 모았던 노아는 대리모 암소에 의해 출산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이질에 감염되어 태어난 지 48시간 만에 생을 달리해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뿐만 아니라, 이미 멸종되어 자취를 감춘 동물도 체세포 복제에 의한 복원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태즈메이니아 호랑이(Tasmanian Tiger) 이다. 몸에 줄무늬가 있어서 호랑이라 불리지만 몸집이나 머리 모습은 늑대에 가깝고, 캥거루처럼 아기 주머니를 지닌 특이한 동물이다. 이 동물은 1936년에 이미 멸종됐으나 새끼의 표본이 1866년부터 알코올 병에 담겨져 보존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들은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새끼의 표본으로부터 DNA를 성공적으로 추출해냈을 뿐 아니라, 사체조직의 간, 심장, 근육 등의 샘플을 분석하여 DNA가 세포분열이 가능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실제로 복제에 성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죽은 지 100년이 훨씬 넘은 동물로부터 세포분열이 가능할 정도로 양호한 DNA를 얻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20년대에 멸종한 뉴질랜드의 토착 조류인 휘아새(Huia Bird) 역시 비슷하게 복원하려는 동물의 하나이다. 커다랗고 멋진 꼬리 깃털을 지닌 휘아새는 유럽인들의 인기를 끄는 바람에 남획되어 멸종한 조류로서,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에게는 숭배 대상의 새였다고 한다.



1만 년에서 수천 년 전에서 이미 멸종한 코끼리의 조상 매머드(Mammoth)를 복원하려는 계획도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이 주축이 된 국제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77년에 추운 시베리아 지방에서 얼어붙은 채 발견된 매머드 사체의 피부, 내부 장기 등이 매우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매머드의 DNA를 추출한 후 현생 코끼리를 대리모로 하여 복제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따른 DNA의 손상이나 오염으로 인해 당장 매머드를 성공적으로 복제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멸종 동물 혹은 멸종 위기 동물의 복제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복제된 동물들이 과연 야생에서 제대로 생존할 수 있을지, 그리고 대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고, 도리어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첨단의 복제기술에 의한 노아의 방주는 숱한 멸종 위기 생물들을 다 담기에는 너무 좁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쥐라기 공원’의 공룡까지는 아니더라도, 코끼리보다 훨씬 크고 털로 뒤덮인 몸집과 거대한 상아를 지닌 매머드를 동물원에서나마 볼 수 있게 된다면 참으로 흥분되지 않는가? (글: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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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동물이 멸종을 한다는것은 인간도 멸종을 할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자연환경 파괴를 막고,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수 있는 길을 하루 빨리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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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 평점   별 2점

정말 놀라운일이지만 정말 찬성할 수는 없군요.
사람이 다 멸종시켜놓고 이번엔 복제라니,,,
다시생각해야하는문제같아요,

200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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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 평점   별 5점

논객 말씀에 일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해결책도 제시된 것 같지도 않구요. 결국 인류의 복지를 위한 것이고 인간복제는 하지 않겠다고 천명을 하였는데 아직도 부시같은 생각을 하는 한국인도 있는 것 같군요. 미국은 결국 부시의 보수적 정책때문에 황우석박사같은 업적을 남길만한 과학자를 배출하지 못한 듯 합니다.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호하자는 데 이렇게 딴지를 걸어서야 어떻게 할까요. 온 국민이 응원을 해도 어려운 판국에 잘되게끔 밀어주지 못할망정 발목잡는 우를 범하는 짓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생명과학이 무언지 좀 생각을 하는 정도만 된다면 말이죠.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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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일
  • 평점   별 5점

님의 말씀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멸종해가는 동물을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놔두는것도 옳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원인은 인간 때문이니까요.

200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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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orious
  • 평점   별 5점

도태종을 복사하면 안된다? 왜죠? 도태종이 나오도록 만든건 사람입니다. 지금 생태계 파괴의 원흉은 지구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복제를 통한 보존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200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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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orious
  • 평점   별 5점

개 복제가 대단한거 아닌가요? 우리나라에서 황우석교수가 나오니까 이제 개 복제쯤은 별거 아닌걸로 보이시나보군요. 아직도 완치율이 제로에 가까운 수많은 난치병과 그리고 가벼운 인플루엔자등을 생각할 적에 우리들이 생각할 것은 불균등한 기술들간의 발전을 지금에서부터 배려해줘야하는게 당연한듯 싶습니다.

200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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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
  • 평점   별 2점

멸종동물 복제는 문제의 근본을 치유하지 않고 엉뚱한 데서 해법을 가져오려하는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보호에 대한 무관심으로부터 야기된 동물의 멸종을 그저 단순히 복제로서 해결하려 한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손쉽게 복제할수 있으니 환경에는 지금보다 덜 신경을 쓰게 되겠죠. 게다가 이것저것 무분별하게 복제하기 시작하다보면 인간 복제도 우습게 여기게 될것입니다. 복제라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리는 행위입니다. 재미삼아 할만한 일은 아니지요. 아무리 생명이 존엄하다 해도 자연의 순리를 거스리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황우석 신드롬이 민족주의행동으로까지 비화되는 요즘의 실상이 걱정스럽습니다.

20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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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평점   별 4점

인간이라는 포식자에 의해 생태계에 대혼란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혼란 후에 새로이 조성된 생태계 또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멸종해버린 것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 수 없는 도태종인데 그걸 굳이 복원할 필요가 없읍니다. 인간의 환경보호 노력으로 새로운 종 또는 잔여 종들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면 되는 것이고, 멸종한 종을 되살리는 것은 호기심 충족과 과학실험의 의미라는 솔직한 표현이 필요합니다. 매머드나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를 되살려봐야 동물원에서만 키울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지금 남아있는 코끼리들도 그 서식범위가 자연공원&ු사실상의 동물원&෕으로 축소된 걸 생각하면 멸종동물의 복제는 주라기공원의 재탕일 뿐입니다.

20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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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일
  • 평점   별 5점

멸종 위기의 동물에 대한 보호로서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분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문제에 대한 원천적인 해법이란것은 다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지요. 하지만 당장 환경보호를 실현한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1.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며 단시일내에 이루어 지기 힘듭니다. 또한 이런 조치로 인한 효과는 수 년, 수 십년, 수 백년에 걸쳐서 나타납니다. 어쩌면 인간이 자연을 망쳐놓은 그 시간보다 몇 백 배의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르지요.

20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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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 평점   별 4점

개의 복제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유별나게 떠드는지 모르겠네. 그동안 동물 복제는 여러곳에서 많이 해왔는데 유별나게 개의 복제만 가지고 그렇게들 난리인지 알수가 없네.

20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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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일
  • 평점   별 5점

비유를 통해 말씀드린다면,
모터보트과 잠수함 정도의 차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20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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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일
  • 평점   별 5점

2. 인간의 문명과 배치되는 면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종의 피해를 막기위해서는 전 지구상의 화석연료를 상당히 큰 폭으로 낮춰야 합니다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3. 원천적인 조치만을 믿고 기다리기에는 앞으로 잃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들 그대로 놔둔다면 거의 대부분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하기에 그 시간을 좀 더 늦춰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복제를 통한 개체수의 인위적 증가입니다.

결론적으로, 원칙적으로는 환경보호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얘기하기엔 너무나 늦어버린 얘기라는 것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장기적으로 인간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기위한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과 함께, 여러 수단을 동원하여 적어도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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