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투명하고 촉감 느끼고…신개념 로봇 등장!

<KISTI의 과학향기> 제2898호   2017년 03월 22일
흔히들 ‘로봇’이라고 하면 하드웨어만을 생각한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금속으로 된 몸체에 모터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기계장치를 떠올린다.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는 동유럽어에서 주로 육체노동을 뜻하는 어근 롭(rob)을 이용해서 로봇(robot)이라는 이름을 처음 만들어냈다. 이후 로봇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기 위해 단순한 외형에 큰 힘을 발휘하는 쪽으로 개발돼 왔다.
 
공장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은 여러 개의 관절이 움직이는 커다란 팔 모양으로 출발해 아직도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 기업의 공장을 견학하면 여기저기서 수많은 로봇 팔이 미리 정해진 움직임으로 철판을 나르고 자르고 붙이고 칠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그에 대응해 적절한 행동을 하기 위해 카메라와 센서가 부착되면서, 마치 머리가 달린 것 같은 생물체 형태로 발전했다. 이동을 위해 바퀴나 궤도를 붙이기도 했고 두 다리로 걷는 이족보행 방식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 물로 만든 투명한 로봇 등장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에 등장한 푹신하고 퉁퉁한 모습의 소프트로봇을 비롯해서 외형 재료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이어지는 추세다. 지난 2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쉬안허 자오 건설환경공학과 교수팀은 고분자 하이드로젤 2%와 물 98%로 이루어진 ‘하이드로젤 로봇’을 발표했다. 기저귀나 콘택트렌즈의 재료로 쓰이는 하이드로젤은 물을 쉽게 흡수해서 인체 내에 삽입해도 고무나 플라스틱보다 면역거부반응 및 이물감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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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쉬안허 자오 MIT 교수팀이 개발한 ‘하이드로젤 로봇’. 구성 성분의 98%가 물로 이루어져 투명하다. (출처: MIT)
 
이 로봇은 뼈대와 껍질이 얇은 하이드로젤 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에는 물이 들어 있다. 로봇에 연결된 얇은 선을 통해 물에 압력을 주면 로봇이 움직인다. 현재는 주먹을 쥐었다 펴거나 살아있는 물고기를 쥐는 동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좀 더 세밀한 조종이 가능해지면 금속으로 된 내시경을 대체하거나 몸속에 약물을 전달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 인간처럼 촉감 느끼는 ‘로봇 피부’
로봇의 표면 재질을 사람처럼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시각이나 청각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 높은 성능을 발휘하지만 촉감은 아직도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최근 우리나라 KAIST 기계공학과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주목할 만하다. 사람의 피부처럼 외부 충격이나 자극을 감지하고 재생도 가능한 ‘로봇 피부’ 기술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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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AIST가 제작한 촉각 센서와 연결돼 저항에 반응하는 로봇 손. (출처: KAIST)
연구팀은 실리콘과 탄소나노튜브를 섞어 만든 복합재에 전기 임피던스 촬영법(EIT)을 적용해 외부의 자극을 파악하는 센서 역할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전기 배선 없이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충격에도 잘 견디고 센서의 일부가 파손돼도 쉽게 복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다른 형태의 위치나 크기 등을 촉각적으로 구분할 수 있고 충격 흡수가 가능한 로봇의 피부, 소프트 로봇 산업 및 착용형 의료기기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로봇은 외형은 물론 그 기능도 점점 진화해가고 있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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