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민간우주발사사업의 공룡과 개미

<KISTI의 과학향기> 제3103호   2018년 03월 05일
2018년 2월 6일, 미국의 민간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가 1420톤짜리 초대형 로켓인 ‘팰콘 헤비’ 발사에 성공했다. 전기차 테슬라의 CEO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의 야망을 담은 이 로켓은 그의 애차인 ‘테슬라 로드스타’를 실은 채 화성에 도달하는 궤도에 진입하여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에 비해 2018년 1월 21일에는 미국과 뉴질랜드의 스타트업인 '로켓랩'이 불과 10톤짜리 초소형 로켓인 ‘일렉트론’으로 3개의 초소형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켜 또 다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초대형과 초소형이라는 극과 극 민간기업의 성공으로 21세기 우주개발 역사는 새롭게 쓰였다. 20세기 우주개발이 국가주도였다면 21세기는 민간주도이며 우주로 접근하는 비용도 합리적으로 낮아져 우주이용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발사체의 공룡, 대형 로켓과 개미, 초소형 발사체 개발의 세계적 흐름과 이에 숨은 로켓기술을 살펴보자.   
 
발사체의 공룡, 초대형 발사체가 가져올 미래 

우주개발 민간기업 중 가장 앞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지구궤도에서 화성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미항공우주국(NASA) 정도나 할 수 있었던 광활한 우주공간을 비즈니스 무대로 삼고 있다. 우주공간에서 현재 가장 돈이 되는 궤도는 700km내외의 태양동기궤도와 3만 6000km의 정지궤도이다.

우리나라의 아리랑 위성이 날고 있는 700km내외의 태양동기궤도에는 스페이스X가 가진 500톤 가량의 팰콘 9(1단 엔진이 9개란 뜻)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보다 50배가 넘는 높이의 정지궤도에 대형 위성을 올려놓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로켓이 필요하다. 현재 이 시장은 러시아의 프로톤(690톤)과 유럽우주기구의 아리안 5(777톤)가 주로 점유하고 있는데, 이에 2배의 몸집을 가진 420톤의 거인이 등장하여 우주택배 시장은 요동치게 되었다. 아마 팰콘 헤비는 그의 몸집에 맞게 보통 6~8톤에 이르는 정지위성 3개를 한꺼번에 발사하여 위성 고객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제안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존의 팰콘 9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로켓 회수기술을 적용한  팰콘 헤비의 대당 발사비용은 1회용인 다른 경쟁 발사체에 비해 견줄 수 없다. 현재 예측으로는 기존 발사체의 3분의 1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유인화성탐사를 꿈꾸는 일론 머스크에게 팰콘 헤비는 화성으로 16톤이나 되는 짐을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대형 실험선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이에 앞서 달관광선을 팰콘 헤비를 통해 발사한다. 아폴로 17호 이후 끊어졌던 달로의 여행이 팰콘 헤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화성 유인탐사와 거주를 위한 구조물을 보내려면 이보다 더 거대한 로켓이 필요하다. 이에 일론 머스크는 무려 4400톤이나 나가는 거인 로켓, 'BFR'을 준비 중이다.

팰콘 헤비 발사는 나사 케네디우주센터의 39A 발사대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은 원래 달 로켓과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던 나사의 자랑과 같은 발사대이지만 이제는 일개 민간기업에게 그 자리를 양보한 상태이다. 나사가 별도로 준비중인 차세대 발사체(SLS)는 그 옆에 위치한 39B 발사대를 이용한다. 한편 일론 머스크에 맞선 대항마를 준비 중인 민간회사는 베조스 아마존 회장이 주도하는 블루 오리진사의 ‘뉴 글렌’ 로켓으로 2020년경에 처음으로 비행을 시도할 예정이다.
 
사진1 스페이스X
사진 1. 미국의 민간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의 팰콘 헤비발사대는 나사가 우주왕복선 발사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민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주개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출처: 정홍철) 
 
 
발사체의 개미, 초소형 발사체는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는 우주로 가는 로켓을 생각하면 흔히 거대한 크기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우주 로켓을 가까이 보면 약간은 작다. 우리는 사람을 달로 보낸 새턴 5급(2900톤)의 초대형 로켓에 관한 정보는 많이 접하지만 우주개발 초기에 있었던 초소형 발사체인 미국의 뱅가드(22톤), 일본의 람다(9톤), 영국의 블랙 애로우(18톤), 프랑스의 디아망(18톤), 인도의 SLV(17톤)같은 로켓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참고로 우리의 나로호는 무게가 140톤으로 이들 초소형 발사체에 비하면 10배나 무거운 편이다. 그럼 나로호보다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이런 초소형 발사체로도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리기 위해 로켓에 필요한 것은 2가지이다. 첫 번째는 스피드이다. 로켓을 우주용으로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스피드를 낼 수 엔진이기 때문이다. 속도가 1초에 무려 8km는 되어야 하는데 이는 로켓의 크기나 무게와 무관하게 추진제의 성능과 다단 로켓 기술을 이용하여 달성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최종 우주 궤도에 올려놓을 인공위성의 무게를 좌우하는 로켓의 성능이다. 현대의 로켓은 보통 자기 몸무게의 1%를 우주에 올려놓을 수 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보면 만약 1kg의 무게를 우주에 쏘고 싶다면 그것의 100배에 달하는 로켓을 만들면 된다. 우리나라의 한국형 발사체는 200톤 무게로 자신 몸무게의 1%도 안 되는 1.5톤의 위성을 운반한다.

따라서 무거운 위성을 우주로 운반하지만 않는다면 10톤 내외의 초경량급만으로도 충분히 우주 발사체를 완성할 수 있다. 문제는 1kg의 초경량 물체로는 아무 기능 없는 우주 쓰레기가 될 뿐이다. 따라서 우주개발 초기에만 100kg내외의 단순한 위성이 있었을 뿐 최근까지 위성은 점점 대형화됐고 이에 맞춰 로켓의 몸집도 커졌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1kg도 위성이 될 수 있고 이를 운반하는 초소형 발사체 시장도 생겼다.
    
공룡에 맞선 개미, 초소형 발사체는 생존가능한가? 

크기가 10cm이고 무게가 1kg내외인 초소형 위성은' 큐브위성' 또는' 큐브샛'으로 불린다. 이 위성은 원래 1999년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이 공동으로 학생들의 교육 실습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큐브샛은 학생들의 연습작품 수준을 넘어섰다. 위성통신 분야 스타트업 ‘원웹’(OneWeb)에서는 648기의 큐브샛 통신위성을 발사해 2020년까지 전 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초고속 우주 인터넷망 구축을 추진하려 한다. 이제 문제는 성능이 좋은 작은 위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발사하느냐이다.

현재까지 초소형 위성은 대형 위성을 발사할 때 생기는 빈 자리를 이용해 발사했다. 1kg의 초소형 위성만을 싣고 우주로 발사하기에 기존의 로켓들은 너무나 대형으로 싸게는 100만원 내외면 만들 수 있는 초소형 위성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발사 비용이 든다. 따라서 초소형 위성들은 결코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발사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도 2012년, 2013년 국내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선정된 5개 팀의 위성은 2년 넘게 기다리다 2018년 1월에 인도의 PSLV로 다른 소형 위성 27개와 함께 발사했다. 큐브샛은 발사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보통 여러 대를 모아 공동으로 발사하는데 지난 2017년 2월에는 무려 104개의 초소형 위성이 한 번에 발사했다.

이처럼 날로 늘어나는 초소형 위성급 발사 시장을 주목한 것이 뉴질랜드와 미국의 합작회사 로켓랩이다. 로켓랩은 3D프린터를 이용한 부품 제작, 초경량의 탄소섬유 동체 제작, 세계 최초로 전기 모터를 이용한 추진제 공급 장치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아 길이 17m에 무게 10톤의 미니 우주 발사체를 제작했다. 5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225kg의 무게를 올릴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이다. 로켓랩의 목표는 1회 발사 비용을 60억 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사진2 로켓랩
사진 2. 길이 17m에 무게가 10톤밖에 되지 않는 초소형 우주 발사체 일렉트론. 3개의 큐브샛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우주택배의 틈새시장을 노린다. (출처: 정홍철)

일본도 이런 초경량 위성 발사 요구에 맞춰 초소형 로켓을 개발하여 지난 2월 3일 발사에 성공했다. 길이가 10m에 무게가 겨우 2.9톤밖에  나가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초미니 우주 로켓 SS-520(로켓 직경이 520mm란 뜻)이다. 이것은 원래 그냥 우주로만 높이 쏘던 사운딩 로켓(과학관측로켓)을 개량한 것이다. 이 로켓으로 궤도 진입에 성공한  위성은 도쿄대가 개발한 3㎏짜리 큐브샛이다.
 
사진3 일본 SS 520
사진 3. 1kg내외의 큐브샛 발사 수요가 늘어나자 일본도 사운딩 로켓을 개량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초소형 우주발사체SS-520을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다.

초소형 위성의 발전과 함께 요구되는 초소형 발사체의 수요에 대해 향후 우리나라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올 10월 추력 75톤 엔진 하나를 이용한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가 있다. 추력 75톤이면 추력 20톤의 로켓랩 로켓에 비해 3배이상의 성능으로 사실 여기에 2단과 3단을 올려 스피드를 제1 우주 속도(초속8km)로까지 증가시키면 초소형 발사체가 되는 것이다. 당장은 1.5톤급의 실용 위성 발사를 위한 발사체 개발이 우리에게 급선무이기는 하지만 고가의 대형 위성만을 고집하기보다 개발기간과 비용이 적고 실패가 높은 실험적인 탑재체를 실을 수 있는 소형위성과 초소형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중저가 발사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평가하기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일링 구독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