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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의 놀라운 능력
<KISTI의 과학향기> 제3567호 2020년 08월 17일6~8월은 더위와 높은 습기로 바퀴벌레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3억5천만 년 전에 나타난 바퀴벌레는 지구상의 가장 오래된 주민 중 하나다. 인간은 물론 공룡보다 먼저 지구에 출현한 것. 이처럼 오랜 세월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생물보다 뛰어난 생존력 덕분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바퀴벌레에 대한 다양한 사실들을 살펴보자.
뛰어난 생존 능력
바퀴벌레는 자기 몸의 몇 천 배 높이에서 떨어져도 끄떡없으며 몸을 회전하는 운동능력도 매우 빠르다. 생존능력이 뛰어난 모든 동물이 그렇듯이 번식력도 대단하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1년 동안 불릴 수 있는 새끼는 수는 약 10만 마리에 달할 정도.
바퀴벌레의 번성은 인간에겐 재앙이다. 삼킨 음식을 다시 뱉은 다음 동료와 나눠 먹는 습성으로 인해 사람에게 식중독을 유발하며 40여 가지의 병원균을 전파한다. 또 바퀴벌레의 배설물이나 탈피된 껍질은 천식과 아토피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생물학 및 기계공학자들의 실험실에서는 가장 환영받고 있는 동물 중 하나다. 바퀴벌레가 과학자들로부터 찬탄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놀라운 달리기 능력 및 장애물 통과 능력 때문이다.
바퀴벌레는 자신보다 3배 더 높은 장애물을 넘을 때에도 단지 약 20% 느리게 움직일 만큼 달리는 능력이 우수하다. 감각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인식해 행동으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0.001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헤브로대학 연구진이 초당 250장의 장면을 찍는 고속카메라를 이용해 바퀴벌레의 달리기 실력을 측정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바퀴벌레는 초당 25번의 방향 전환을 하면서 초속 1m의 속도로 내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키 1.7m의 사람으로 치면 시속 150㎞의 속도에 해당한다.
바퀴벌레의 놀라운 능력
바퀴벌레가 이처럼 몸의 방향을 민첩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눈이 아니라 더듬이를 사용해 장애물을 발견하는 즉시 몸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퀴벌레는 하루 24시간 중 18시간을 주로 더듬이 청소에 소비해 더듬이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습성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바퀴벌레는 자기 몸보다 더 좁은 틈도 수월하게 빠져나간다. 키가 9㎜인 미국 바퀴벌레는 높이 3㎜정도에 불과한 틈새나 폭 4㎜도 통과할 수 있다. 자신의 몸을 1/4까지 축소시킬 수 있는 놀라운 탄성 능력 덕분이다.
바퀴벌레는 풀과 같은 수직 기둥의 장애물을 통과할 때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횡전(roll) 동작을 사용하기도 한다. 횡전이란 비행기가 곡예비행을 할 때 전후 방향의 세로축에 대해 가로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공중 동작을 말한다. 이때 바퀴벌레는 몸통을 틀어 가장 얇은 측면이 수직 기둥 사이로 들어가게 하고 다리는 수직 기둥을 밀어서 장애물을 통과한다.
이외에 재난 현장의 생존자 파악에 사용되는 사이보그 동물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개발되고 있는 동물도 바로 바퀴벌레다. 사이보그 동물이란 전자장치를 부착해 살아 있는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거나 신체 일부를 기계로 개조한 동물을 의미한다. 로봇처럼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기계장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동물을 통제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지난해 3월 미국 텍사스A&M대 연구진은 바퀴벌레의 다리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신경에 전기자극 장치를 연결해 연구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이보그 바퀴벌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퀴벌레는 생김새도 움직임도 징그럽다. 그 끈질긴 생명력마저 징그럽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밟혀도 잘 죽지 않는 비결이, 또 자기 몸보다 작은 구멍을 문제없이 드나들 수 있는 비결이 재난 현장의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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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에서 바퀴벌레 나와서 얜 초능력없나 하고 보고가요..솔직히 정신승리라도 하고싶어서 의식의 흐름대로 왔는데..
⁰U⁰ 역한건 같지만.. 40여개의 병균이 있다해서 더 역해졌어요.
2022-04-08
답글 0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어 감사합니다.
2021-12-03
답글 0
과학적인 접근은 좋은데 징그러워요 ㅠㅠ
2021-11-13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