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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변신의 귀재, 문어
<KISTI의 과학향기> 제1275호 2010년 12월 06일
자신의 천적과 마주쳤을 때 동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하지만 이렇게 도망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애벌레와 같이 모든 동물의 행동이 날렵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고 약한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최상의 방법은 천적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모습이 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 색깔이나 무늬를 주위와 비슷하게 바꾸는 위장술, 바로 보호색을 사용하도록 진화해 왔다.
이 중 바다 생명체 ‘문어’는 위장술의 달인, 변신의 귀재로 통한다. 문어는 보호색과 의태를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바다의 카멜레온으로 통한다. 바위에 붙으면 바위 색으로 변하고, 산호 옆에 있으면 산호처럼 보일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해안에 서식하는 ‘인도네시아 문어’(Octopus marginatus)는 바닥을 기어 다니는 평상시 모습과 달리, 천적이 나타나면 바다 밑에 널려 있는 야자나무 열매인 코코넛처럼 위장해 걸어 다닌다. 온몸이 흐물흐물한 무척추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두 다리로 밑바닥을 걸으면서 여섯 개의 다리로는 공처럼 몸을 말아 마치 코코넛처럼 보이게 한다. 걸을 때는 맨 뒷다리를 앞으로 돌리고, 그 다음 다리를 다시 앞으로 보내기를 반복해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를 구르듯 걷는다. 흐느적거리며 움직이지만, 도망치는 속도는 다리를 모두 사용해 이동할 때보다 훨씬 빠르다.
‘호주 문어(Octopus aculeatus)’ 역시 다리를 사용해 걷거나 달릴 수 있다. 인도네시아 문어에 비해 크기가 작은 호주 문어는 해조 덩어리로 위장해 도망친다. 호두알 크기인 이 문어는 6개의 다리를 머리 위로 말아 올리고 나머지 두 다리로 달리는데, 1초에 최대 14c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이렇듯 문어의 ‘두 다리로 걷기’ 위장은 무척추동물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다는 편견을 깨버린 놀라운 발견이었다.
호주 멜버른대의 마크 노만 교수는 술라웨시 해안에서 60cm 길이의 문어를 발견하기도 했다. 연구팀이 2년 동안 관찰한 결과, 이 문어는 바다뱀, 바닷물고기인 쏠배감펭, 넙치 등 세 가지 생물의 모양으로 변신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굴과 바다 바닥을 오가면서 다른 바다생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2010년 9월에는 문어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도네시아 연안에 서식하는 ‘흉내 문어’가 그것으로, 기존에 밝혀진 3가지보다 훨씬 많은, 무려 40가지 생물로 변신할 수 있는 문어다. 이 문어는 몸을 납작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8개의 다리를 다양한 형태로 배열할 수 있다. 문어는 이런 특성을 이용해 자이언트 크랩, 바다뱀, 넙치, 불가사리 등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진화생물학자 힐리 해밀턴은 흉내 문어의 변신 기술이 그 완성도면에서는 완벽하지 못하지만 천적을 속이는 데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어가 자유자재로 몸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문어 껍질에 있는 색소 세포가 주변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수시로 몸 색깔을 바꾸기 때문이다. 색을 바꾸는 속도나 색의 종류에 있어서는 오히려 카멜레온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문어는 어떻게 자유자재로 몸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문어 껍질에는 색소 주머니가 있는데, 근육 섬유에 연결돼 있다. 근육이 수축하면 주머니가 커지면서 그 주변의 피부가 주머니 속의 색소와 같은 색을 띠게 되고, 근육이 이완돼 주머니가 다시 줄어들면 색이 사라지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어의 보호색 원리를 연구해 신물질을 개발하기도 했다. 2003년 일본 후지 제록스사의 료지로 아카시 박사 연구팀은 재료공학 전문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에 니팜(NIPAM)이라는 고분자물질로 오징어나 문어의 피부에 있는 것과 같은 수축성 색소 주머니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색소 주머니에 검은색을 띠는 색소를 집어넣었다. 색소 주머니가 팽창됐을 때의 직경은 0.02~0.2mm 정도다.
긴 사슬 모양의 니팜 고분자물질을 서로 교차시키면 부드러운 겔 상태가 된다. 겔의 부피는 온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를 이용해 색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실내온도에서는 겔이 팽창해 그 안의 색소 주머니가 커짐에 따라 검은색을 띠게 되지만, 섭씨 40도로 가열되면 수축돼 투명해진다. 연구진은 이 겔을 유리창 사이에 넣어 온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스마트 유리를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된 스마트 고분자물질은 온도의 변화 외에도 전류, 산도, 빛의 유무, 특정 독성물질이나 약물의 유무에도 반응하게 할 수 있다. 때문에 전류의 변화에만 반응하는 기존의 스마트 유리보다 더욱 다양한 곳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스마트 유리는 단색만 있었지만, 니팜 물질은 주머니에 넣을 색소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색을 연출할 수 있다.
문어와 같은 바다 생물뿐만 아니라 육지의 수많은 생물들도 위장술을 사용하고 있다. 사는 장소에 따라 몸의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올빼미의 눈처럼 위장한 올빼미나비 등이 그들이다. 호랑나비는 애벌레 시절부터 새똥인 척 위장해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애벌레를 탈피해 번데기가 될 때까지는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의 색에 따라 초록색이나 갈색으로 색을 바꿀 수 있다.
이외에도 동물의 세계에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위장술이 판치고 있는지 모른다. 살아남으려는 동물들의 지혜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과학자들은 생물들의 이런 지혜를 빌어와 과학기술에 응용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생물들은 언제나 과학연구에 가장 좋은 스승이 되고 있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747호 ‘위장술의 달인을 찾아라(2008년 04월 18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작고 약한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최상의 방법은 천적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모습이 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 색깔이나 무늬를 주위와 비슷하게 바꾸는 위장술, 바로 보호색을 사용하도록 진화해 왔다.
이 중 바다 생명체 ‘문어’는 위장술의 달인, 변신의 귀재로 통한다. 문어는 보호색과 의태를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바다의 카멜레온으로 통한다. 바위에 붙으면 바위 색으로 변하고, 산호 옆에 있으면 산호처럼 보일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해안에 서식하는 ‘인도네시아 문어’(Octopus marginatus)는 바닥을 기어 다니는 평상시 모습과 달리, 천적이 나타나면 바다 밑에 널려 있는 야자나무 열매인 코코넛처럼 위장해 걸어 다닌다. 온몸이 흐물흐물한 무척추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두 다리로 밑바닥을 걸으면서 여섯 개의 다리로는 공처럼 몸을 말아 마치 코코넛처럼 보이게 한다. 걸을 때는 맨 뒷다리를 앞으로 돌리고, 그 다음 다리를 다시 앞으로 보내기를 반복해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를 구르듯 걷는다. 흐느적거리며 움직이지만, 도망치는 속도는 다리를 모두 사용해 이동할 때보다 훨씬 빠르다.
‘호주 문어(Octopus aculeatus)’ 역시 다리를 사용해 걷거나 달릴 수 있다. 인도네시아 문어에 비해 크기가 작은 호주 문어는 해조 덩어리로 위장해 도망친다. 호두알 크기인 이 문어는 6개의 다리를 머리 위로 말아 올리고 나머지 두 다리로 달리는데, 1초에 최대 14c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이렇듯 문어의 ‘두 다리로 걷기’ 위장은 무척추동물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다는 편견을 깨버린 놀라운 발견이었다.
호주 멜버른대의 마크 노만 교수는 술라웨시 해안에서 60cm 길이의 문어를 발견하기도 했다. 연구팀이 2년 동안 관찰한 결과, 이 문어는 바다뱀, 바닷물고기인 쏠배감펭, 넙치 등 세 가지 생물의 모양으로 변신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굴과 바다 바닥을 오가면서 다른 바다생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2010년 9월에는 문어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도네시아 연안에 서식하는 ‘흉내 문어’가 그것으로, 기존에 밝혀진 3가지보다 훨씬 많은, 무려 40가지 생물로 변신할 수 있는 문어다. 이 문어는 몸을 납작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8개의 다리를 다양한 형태로 배열할 수 있다. 문어는 이런 특성을 이용해 자이언트 크랩, 바다뱀, 넙치, 불가사리 등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진화생물학자 힐리 해밀턴은 흉내 문어의 변신 기술이 그 완성도면에서는 완벽하지 못하지만 천적을 속이는 데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어가 자유자재로 몸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문어 껍질에 있는 색소 세포가 주변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수시로 몸 색깔을 바꾸기 때문이다. 색을 바꾸는 속도나 색의 종류에 있어서는 오히려 카멜레온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문어는 어떻게 자유자재로 몸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문어 껍질에는 색소 주머니가 있는데, 근육 섬유에 연결돼 있다. 근육이 수축하면 주머니가 커지면서 그 주변의 피부가 주머니 속의 색소와 같은 색을 띠게 되고, 근육이 이완돼 주머니가 다시 줄어들면 색이 사라지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어의 보호색 원리를 연구해 신물질을 개발하기도 했다. 2003년 일본 후지 제록스사의 료지로 아카시 박사 연구팀은 재료공학 전문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에 니팜(NIPAM)이라는 고분자물질로 오징어나 문어의 피부에 있는 것과 같은 수축성 색소 주머니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색소 주머니에 검은색을 띠는 색소를 집어넣었다. 색소 주머니가 팽창됐을 때의 직경은 0.02~0.2mm 정도다.
긴 사슬 모양의 니팜 고분자물질을 서로 교차시키면 부드러운 겔 상태가 된다. 겔의 부피는 온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를 이용해 색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실내온도에서는 겔이 팽창해 그 안의 색소 주머니가 커짐에 따라 검은색을 띠게 되지만, 섭씨 40도로 가열되면 수축돼 투명해진다. 연구진은 이 겔을 유리창 사이에 넣어 온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스마트 유리를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된 스마트 고분자물질은 온도의 변화 외에도 전류, 산도, 빛의 유무, 특정 독성물질이나 약물의 유무에도 반응하게 할 수 있다. 때문에 전류의 변화에만 반응하는 기존의 스마트 유리보다 더욱 다양한 곳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스마트 유리는 단색만 있었지만, 니팜 물질은 주머니에 넣을 색소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색을 연출할 수 있다.
문어와 같은 바다 생물뿐만 아니라 육지의 수많은 생물들도 위장술을 사용하고 있다. 사는 장소에 따라 몸의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올빼미의 눈처럼 위장한 올빼미나비 등이 그들이다. 호랑나비는 애벌레 시절부터 새똥인 척 위장해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애벌레를 탈피해 번데기가 될 때까지는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의 색에 따라 초록색이나 갈색으로 색을 바꿀 수 있다.
이외에도 동물의 세계에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위장술이 판치고 있는지 모른다. 살아남으려는 동물들의 지혜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과학자들은 생물들의 이런 지혜를 빌어와 과학기술에 응용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생물들은 언제나 과학연구에 가장 좋은 스승이 되고 있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747호 ‘위장술의 달인을 찾아라(2008년 04월 18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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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말고도 가자미 또한 바탕과 같은 색깔을 낼 수 있다고 하네요.
예를 들자면 체스판에 가자미를 올려두면(물속에서) 가자미가 체스판 모양이 된데요. 그래서 가자미 어장 같은 곳에 가보면 식욕 좋게 검은 색이나 갈색으로 칠해놓습니다. 아무래도 누런색이나 초록색보다는 식욕이 생기니까요.
2012-09-13
답글 0
흉내문어.. 정말 신기해요ㅎㅎㅋ 변하는 모습 보고싶어요 ㅋㅋ
2011-02-16
답글 0
자연에 있는 문어를 바탕으로 신물질을 발견했다니 신기하네요.
2011-02-13
답글 0
40여가지나 변신할수 있는 흉내문어~ 너무 신기합니다. 꼭 한번 보고싶네요.
2010-12-3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