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별에서 온 운석, 높은 연구 가치로서 운석 판별법

<KISTI의 과학향기> 제2090호   2014년 03월 24일
2014년 3월 9일, 한반도를 방문한 별(소행성)에서 온 그대(운석)가 진주에서 발견되면서 이곳에는 운석 사냥꾼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운석의 가장 높은 가치는 과학자들이 직접 우주의 물질을 만져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샘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표본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지구의 환경에 오염된 운석보다 신선한 운석이 더욱 연구 가치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광범위하게 흩어진 운석을 빠른 시간 안에 찾기란 쉽지 않아 운석을 찾는 여러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이렇게 연구 가치를 위한, 순수한 노력의 일환으로 운석 찾기에 참여한다면 운석 사냥꾼이 아닌 ‘운석 탐사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운석 탐사객을 위한 운석 탐색법을 간단히 살펴본다.

■ 진주 운석의 낙하 경로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것이 ‘지금 진주에 가도 발견하지 못한 운석이 정말 있을까?’ 일 것이다. 물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크고 작은 운석들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근거는 먼저 발견된 운석이 석질운석이라는 점이다. 석질운석은 철운석에 비해 강도가 약해 지구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쉽게 부서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진주 운석 낙하 장소 주변에 수십 개의 운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 이 운석들은 어디에 흩어져 있을까?

먼저 발견된 진주 대곡면 단목리 비닐하우스에 떨어진 운석은 무게 9.4kg이다. 다음으로 진주 미천면 오방리 중촌마을 콩밭에서 발견된 것이 이보다 작은 4.1kg이고 진주 미천면 오방리의 다른 밭에서 발견한 운석이 가장 작은 1kg이다. 이들 발견 장소를 연결하면 진주 운석의 낙하경로가 되며 발견된 장소에 따라 운석의 무게가 다른 것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유성이 대기권을 비스듬히 진입하는 과정에서 쪼개져 낙하하게 되면 가장 가벼운 것은 대기와의 마찰로 속도가 빨리 느려져 가장 먼저 낙하 경로 상의 지상에 떨어진다. 그리고 가장 무거운 것은 가장 먼 곳에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진주 운석 중 1kg의 운석이 가장 먼저 오방리 밭에 떨어지고 무거운 9.3kg의 운석은 더 오랜 비행을 하며 대곡면 비닐하우스에 떨어진 것이다. 낙하 경로를 생각한다면 미천면 오방리 밭 주변에는 1kg보다 작은 운석들이, 대곡면 비닐하우스 주변에는 10kg이상의 운석들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운석은 일직선 낙하경로를 따라 수십 km 정도의 타원형 지역에 떨어진다. 이렇게 본다면 진주의 발견 장소를 부근으로 하여 상당 부분이 운석의 낙하 장소가 된다.

■ 운석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럼 운석은 주변의 돌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운석의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색깔이다. 운석은 초속 10km이상의 속도로 대기권을 진입하는 동안 운석의 앞쪽에 생긴 대기의 압축에 의해 만들어진 1,800℃이상의 고온에 노출되면서 검은색 또는 검붉은 색을 띄게 된다. 고온으로 타고 남은 바깥 부분을 용융각(fusion crust)이라 하며 특징은 마치 과일의 껍질처럼 1mm이하의 매우 얇은 두께라는 것이다. 따라서 진주 운석처럼 석질운석은 겉과 속이 다른 색으로 되어 있으며 만약 속까지 검은 돌이라면 철운석이 아닌 이상 운석이 아니다.

다음 특징은 철운석뿐 아니라 석질운석의 경우에도 철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석에 반응을 한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진주 운석에도 철 성분이 10-20% 안팎으로 상당량이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외국의 운석 사냥꾼들은 보통 막대기 끝에 자석을 붙인 도구나 금속 탐지기를 이용하여 숨어 있는 운석을 찾는다. 운석에 철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운석의 모천체가 가진 역사에 기인한다.

태양계 초기에 있었던 작은 소행성들이 충돌하여 큰 소행성이나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행성의 물질들은 충돌과 열로 많은 변형이 생기는데, 특히 뜨거운 초기 큰 소행성이나 행성에서 무거운 철은 중심에 모여 핵을 형성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큰 소행성이나 행성의 일부가 되지 못한 운석들에는 철이 분포하게 된다. 이런 충돌과 열로 인한 변형을 겪지 않은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을 시원(始原) 운석이라 하며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이 이에 속한다.

이에 비해 철로만 이루어진 철운석이나 철의 함량이 매우 높은 석철질 운석은 조금 다르다. 철운석은 핵이 만들어진 큰 규모의 소행성이 충돌로 인해 내부의 철핵이 떨어져 나간 경우에 생기고, 석철질 운석은 철핵과 주변의 돌이 섞여 떨어져 나간 경우에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이런 운석을 분화 운석이라 한다.

다음 특징은 내부의 모습을 통해 운석을 판별할 수 있다.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의 경우 잘라보면 0.1mm에서 1mm 크기의 콘드률이란 작은 암석구슬로 이루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진주 운석을 석질운석 중에서 콘드라이트라고 하며 암석화적 특징이나 화학조성에 따라 오디너리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로 분류된다. 콘드률은 태양계 초기에 있었던 여러 고온의 현상으로 작은 먼지 덩어리가 녹은 후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석질운석 중에는 이런 콘드률과 같은 특별한 특징이 없는 에이콘드라이트의 경우에는 큰 소행성이나 달 또는 화성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운석을 자르지 않고 판별하는 측정법을 소개한다. 운석은 지구의 돌에 비해 철과 마그네슘 등의 무거운 성분이 많아 밀도(어떤 물질의 단위 부피만큼의 질량)가 높다. 이 밀도를 여러분이 확인할 수 있는 간단 방법은 아르키메데스가 한 목욕탕 실험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전자저울을 이용하여 운석으로 생각되는 돌의 무게를 잰다. 이때 돌의 무게가 105g이 나왔다고 하자. 그리고 컵에 적당히 물을 담아 저울에 놓고 눈금을 제로에 맞춘다. 돌을 실로 감아 나무젓가락에 연결한 후 물 컵에 중간쯤 담근 후에 바닥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무게를 잰다. 이때 물의 무게가 30g이라 하자. 이 늘어난 물의 무게는 돌의 부피와 같다. 따라서 돌의 부피는 30㎤가 된다. 밀도를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돌의 질량 105g을 돌의 부피 30㎤로 나누면 되는데 이때 3.5g/㎤가 밀도가 된다. 그럼 이 돌은 운석일까? 지구상의 돌의 밀도는 보통 2-3g/㎤이고 이에 비해 무거운 운석의 밀도는 3-7g/㎤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발견한 돌의 밀도가 3g/㎤이상이 나왔다면 일단 운석일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가장 좋은 판별법은 가능한 훼손이나 오염을 시키지 않고 관련 연구 기관의 분석을 받아보는 것이다. 연구 기관에서는 제공된 운석을 냉각하여 외부에 부착된 이물질을 제거하고 5%정도의 무게를 절개한 후 이 박편을 이용하여 전자 현미경 분석과 레이저 불화 방식 산소 동위 원소 분석을 통해 지구상의 암석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화학 조성, 조직, 광물 등의 특성을 찾아내게 된다. 연구 기관에서는 제공된 시료가 운석으로 판명될 경우 국제운석학회에 분석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현재까지 국제운석학회에 보고된 운석은 약 4만6,000여개가 된다.

■ 진주 운석의 일생

진주 운석의 일생은 대략 다음과 같이 추론된다. 진주 운석의 모천체는 46억 년 전 태양계 초기, 소행성이나 행성이 되지 못하고 화성과 목성사이의 소행성대에 머물며 살았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벗어나게 된 이 천체는 우연히 지구의 중력에 붙잡혀 수 십 억년의 방랑자 생활을 끝낸 것이다. 고도 118km에서부터 대기와 마찰로 빛을 내기 시작하며 유성(별똥별)이 되었다. 80km에서는 유성의 앞면에 있는 공기가 압축돼 섭씨 1,800도 이상의 뜨거운 플라즈마가 되는데, 이때 대부분의 유성은 증발하게 된다.

하지만 9일에 떨어진 유성은 다행히 이 과정에서 살아남아 고도 25km에서 공중분해 됐으며, 이것이 낙하하여 진주 운석이 된 것이다. 아마 이 과정에서 유성의 진입 속도는 대기와의 마찰로 없어지고 지구의 중력만으로 자유 낙하하여 결국 시속 100~150㎞의 종단 속도(공기 저항으로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 속도)로 지상과 충돌, 큰 분화구는 생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진주 운석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이다. 즉 진주 운석은 태양계 초기엔 행성의 일부가 되지 못했지만 46억 년 지난 지금에야 행성의 일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 운석 탐사객의 에티켓

운석을 찾는 탐사객에게도 에티켓이 필요하다. 해방 이후 한 번도 운석이 방문한 적이 없는 우리의 경우, 관련한 법이 없어 운석은 민법상에 주인 없는 물건인 무주물로 보아 최초 발견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는 의견이 다수인 듯하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땅 주인을 소유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어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가 운석을 찾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번에 진주를 방문한 운석은 일확천금을 벌게 하는 것이나 횡재가 아니다. 우리가 46억 년의 역사를 가진 태양계 속의 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연구 가치로서의 과학사료(科學史料)이다.

글 :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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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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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어릴적 산에서 놀다가 소나무밭에 박힌돌을 빼서가지고 놀다가 버렸는데 지금생각해보니 운석이 아닌가 싶네요크기는 메론보다 작고 타원형이고 손에 시커멌게 그을음이 묻얻었고 그돌을 깨보려고 큰돌에 몇번 내리쳤습니다.갑자기 퍽소리와함께 화약 연기가 나면서 순간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주저앉았던 기억이 나네요.그돌은 산에서 가지고 놀다가 버렸네요 어릴적 기억이라.

201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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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 평점   별 5점

오염을 최대한 피해야 할 시료인데 물에 넣다니요.
밀도가 그만큼 차이가 난다면 그냥 들어보면 알겠지요.

201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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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잘 보았습니다. 우주의 생성과 그 발전을 알 수 있는 운석을 연구하여 보다 큰 과학의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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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은
  • 평점   별 5점

사람들이 돈에 눈이 뒤집혀 큰 싸움이나 사고가 안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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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 평점   별 5점

저도 한 번 운석이라는 돌덩이를 주워보고 싶네요.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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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지금의 대한민국은 로또 즉 한방에 다들 미쳐있다,,,,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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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 평점   별 5점

이번 칼럼도 역시 유익했지만, 한번에 읽히는 맛은 다소 떨어졌네요. 아마도 제가 과학 내공을 더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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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길
  • 평점   별 5점

밀도 계산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돌의 무게가 105g 이고 물에 담갔을 때 무게가 30g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물로 가벼워진 무게는 75g이며, 이 것은 이 돌의 부피가 75cc 라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밀도는 무게/부피 가 되므로, 105/75 = 1.5 g/cc 가 밀도입니다.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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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주
  • 평점   별 5점

별똥별이 과연 무엇으로 됐을까 궁금하였는데 그 내용을 알게 되어서 아주 잘 보고갑니다 아주 감사합니다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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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 평점   별 5점

운석인지 별똥인지 덜어지는것을 보았는데 찿아야하는지요 ?
중요하다면 찿아야하는데 누가 찿아야될까요 ?
덜어진 위치를 알고있는데 주변을 찿아야 할텐데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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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편집부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과학향기입니다. 우선 저희 과학향기를 애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물에 담갔을 때의 무게가 30g인 것은 늘어난 물의 무게를 뜻한다는 의도였습니다. 따라서 이 늘어난 물의 무게는 돌의 부피와 같으므로 돌의 부피는 30㎤가 됩니다.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기사에서도 수정을 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과학향기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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