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비만은 환경 적응의 산물인가?비만과 유전자

<KISTI의 과학향기> 제77호   2004년 01월 07일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은 데이트 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핑크빛 일탈을 위해 섹시한 팬티를 입을 것이냐, 아니면 툭 튀어나온 똥배를 감추기 위해 체형 보정용 속옷을 입을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다.실제 이 영화에서 브리짓 역을 맡은 배우 르네 젤위거는 이 역을 위해 체중을 10킬로 이상 불려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주요 관심사항은 젤위거가 일부러 체중을 찌운 것보다는 젤위거가 과연 예전 체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살은 찌기는 쉬워도 빼기는 힘들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다음 영화 <시카고>에서는 그녀는 사람들의 우려를 잠재우고 살을 쫙 뺀 늘씬한 모습으로 다시 스크린 앞에 섰다. 르네 젤위거 같은 경우는 자신의 일을 위해 극단적으로 체중을 조절한 경우지만, 요즘 들어 비만 탈출에 대한 열풍은 말 그대로 ‘열풍’에 가까울 정도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비만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만이 위험한 것은 과다하게 많은 지방이 체내에 존재함으로써 2차적으로 오는 합병증(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지방간, 관절이상 등)에 있다. 그래서 각국은 이제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수없이 많은 비만에 대한 약, 보조식품, 음료수, 다이어트 요법, 운동기구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살을 빼 준다는 방법은 수없이 난무하지만, 실제로 비만인 사람은 자꾸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비만이 증가하는 이유는 체내에 과다한 에너지가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 에너지를 지방으로 바꾸어 언젠가를 대비해 저장해 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저장된 지방은 체내의 포도당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보다 사용 순위가 훨씬 더 낮다. 왜 우리 몸은 이런 시스템을 갖게 되었을까? 먹고 남는 건 체내에 쌓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배설시키는 시스템이었거나 지방부터 에너지로 사용하는 시스템이었다면 비만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비만의 원인을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자에서 찾아보자.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던 환경은 아주 척박했다. 기실 인류에게 이렇게 먹을 것이 풍부해진 것은 고작 몇 십 년 전이고, 아직도 전세계 인구의 1/4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먹을 것이 풍부해진 것은 유전자적인 입장에서 보건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우리의 유전자는 수 백 만년 이상을 영양이 부족한 환경에서 악전고투해야 했고, 이런 상황에서 먹고 남은 에너지를 배설하는 소모적인 시스템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유전자가 지방을 에너지 저장원으로 택한 이유도, 지방은 1g당 9kcal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서 g당 4kcal 밖에 내지 못하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보다 한정된 육체 속에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식을 선택해야 했고, 생존을 위해 이 지방은 아끼고 아꼈다가 제일 마지막에 사용하는 시스템이 진화적으로 유리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에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복부와 둔부에 지방을 쌓아두는 것은 집단 존속을 위한 절대적인 몸부림이었다.



이렇게 지방 친화적으로 발달된 우리 몸. 수백만 년 동안 유전자에 고착되어 온 성향을 겨우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바꿔버리는 것은 무리이다. 진화와 환경 적응은 눈에 보일 만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급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우리 몸은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비만이, 단지 지방 세포가 남들보다 좀더 많다는 이유 하나가 직접적으로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 자체가 과도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오랜 세월 훨씬 더 윤택하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아왔다면, 그에 적응하여 뚱뚱하다는 것이 큰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유전자는 또 한번의 환경 적응과 진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글: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과학 읽어주는 여자’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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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과학의 향기 기사를 읽다보니,, 다소 중복된 내용의 기사들이 더러 눈에 보이는것 같아요. 앞으로 좀더 다양한 지식의 보고가 될수 있는 과학의향기가 되길 바랍니다.

2009-04-03

답글 0

이지민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답글 0

홍탱탱~
  • 평점   별 4점

헉.. =_=;;;

그런데 살이 쪘을때 운동하면 근육이 되나요?

200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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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형
  • 평점   별 4점

적당한 운동과 식사 문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운동은 하루에 30분 이상 걸어야 하고, 식사는 먹는 시각과 먹는 양을 일정히 하고 끼니를 건너뛰거나 과식하지 않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작 성찰을 하는 것도 몸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중요합니다.

2004-01-08

답글 0

젼짱a
  • 평점   별 4점

살빼는 방법도 알려줘요-_-!

2004-01-07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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