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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똑똑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575호 2020년 09월 14일우리는 흔히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놀릴 때 ‘새 머리’라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하지만 새가 인간의 말을 알아 듣는다면 상당히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새들도 지능이 있고 자신이 사는 환경에서 이 지능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새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소통하는 닭
닭이 똑똑하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왕립자연과학학회지’에는 병아리들이 고통을 받으면 이를 인식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병아리들에 강한 바람을 쏴 깃털이 구겨지자 엄마 닭의 심장 박동이 높아지는 등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닭도 공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유명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는 ‘똑똑한 새’라는 글이 실렸는데, 그 새도 다름 아닌 닭이었다. 닭의 울음소리는 2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울음소리로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반응도 다르다는 것. 닭을 잡아먹는 포식자를 발견한 수탉은 경고음을 낸다. 하지만 주변에 수탉만 있을 경우는 경고음을 내지 않았다. 다른 수탉, 즉 라이벌이 잡아먹히면 오히려 이득이기 때문이다.
사진. 통념과 달리 닭은 절대로 모자라지 않다. (출처: shutterstock)
똑똑한 새의 대표 까마귀
똑똑한 동물의 대명사 침팬지보다 더 똑똑한 새도 있다. 바로 까마귀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알렉스 카셀니크 연구팀이 뉴칼레도니아 까마귀에게 문제를 냈다. 긴 시험관에 아주 작은 양동이를 넣고 그 안에 먹이를 놓은 뒤, 그 옆에는 갈고리 모양의 막대기를 두어서 갈고리로 양동이를 끌어올려 먹이를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한 것이다. 원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은 나무속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꺼내 먹기 위해 막대기를 사용한다. 까마귀는 문제없이 시험관에 갈고리를 넣어 양동이를 꺼낸 뒤 먹이를 먹었다.
놀라운 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똑같은 상황에서 펴진 철사를 주고 까마귀의 반응을 본 것이다.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부리로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양동이의 먹이를 꺼내 먹었다. 과학자들은 야생동물 중 가장 똑똑하다는 침팬지도 인공 재료로 갈고리를 만들 수는 없다며 몹시 놀라워했다.
미끼로 낚시를 하는 해오라기
새들의 지능에 놀랐는가?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새가 낚시를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일본의 해오라기는 빵이나 과자로 물고기를 낚는다. 공원의 연못에 사는 잉어들은 사람이 과자나 빵을 던지면 수면 위로 올라온다. 해오라기는 이 모습을 보고 빵 조각을 물어다 수면 위에 떨어뜨린 후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빵이 없으면 작은 곤충을 이용하기도 한다.
똥을 미끼로 사용하는 새도 있다. 굴파기올빼미는 이름처럼 땅에 굴을 파서 둥지로 사용하는데, 둥지에 말과 개, 고양이와 같은 포유류의 똥을 수집한다. 이 똥이 쇠똥구리와 같이 똥을 먹고 사는 곤충을 유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똥이 놓인 땅굴에 사는 굴파기올빼미는 똥이 없을 때보다 쇠똥구리와 같이 똥을 먹고 사는 곤충을 10배나 더 많이 잡아먹을 수 있다.
새가 숫자를 세고, 단어를 안다고?!
새가 숫자를 셀 수 있고, 단어의 의미도 안다면? 새들에 대한 평가를 정말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비둘기가 숫자를 셀 수 있고, 숫자의 크기도 비교할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가 있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1~3개의 도형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고 도형이 그려진 개수대로 카드를 정렬하도록 교육했다. 그 결과 비둘기는 교육받았던 1~3개는 물론 4~9까지도 구분하고 이를 정렬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회색앵무새 알렉스는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 페퍼버그 교수에게 30년 동안 말을 배웠다. 그 결과 알렉스는 150여 개 영어 단어의 의미와 색깔, 모양, 개수를 이해했다. 파란 열쇠 두 개와 빨간 열쇠 두 개를 보여 주고 파란 열쇠가 몇 개인지 물으면 ‘두 개’, 둘 사이에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물으면 ‘색깔’이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놀라운 새들의 지능, 이젠 새대가리, 닭대가리라는 말을 들으면 칭찬으로 여겨야 하는 건 아닐까?
글 : 현수랑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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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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