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생수병에 콜라 담으면 안되는 이유는?

<KISTI의 과학향기> 제695호   2007년 12월 19일
건강과 미용에 좋다는 ‘웰빙’ 혼합차가 한창 인기다. 길을 가는 여성들의 손은 테이크아웃 커피 대신 혼합차병을 들고 있다. 이런 유행이 가능한 데에는 갖고 다니기 쉬운 용기, 즉 페트병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만일 유리병이나 캔에 담겼다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혼합차 페트병은 생수병과 좀 다르다. 훨씬 단단하고, 뚜껑이 있는 주둥이 부분이 투명하지 않고 하얀 색이다. 혼합차 성분을 오랫동안 변함없이 유지하기 위해서다. 생수를 시작으로 탄산음료, 과즙음료, 맥주, 혼합차까지 페트병이 담을 수 있는 음료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능성을 갖는 페트병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변신을 거듭하는 페트병에 대해 알아보자.

페트(PET)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alate)의 약자로 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플라스틱은 그 구성성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예를 들어 칫솔, 볼펜 같은 플라스틱제 생활용품은 주로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다. 가볍고 싸고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스틱병은 거의 100% 페트재질이다. 다른 재질에 비해 페트가 병으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페트는 투명도가 유리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다. PE나 PP가 따라갈 수 없다. 기체 투과도도 중요한 요소다. 내용물이 물이라면 별 문제가 아니지만 탄산음료나 주스가 되면 병의 자격조건이 까다로워진다. 병속의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가도 안 되고 바깥의 공기 중 산소가 안으로 들어와도 문제가 생긴다. 페트는 PE나 PP에 비해 기체 차단성이 50배나 더 높다.

페트의 높은 강도도 장점이다. 같은 두께일 경우 PE나 PP에 비해 페트가 더 단단하다. 비슷한 강도를 지닌 병을 만들 경우 그만큼 재료를 아낄 수 있다. 단열성도 뛰어나서 영하 160℃까지 내려가는 국제우주정거장 표면에 페트재질의 단열층이 붙어있을 정도다. 이런 여러 장점 덕분에 음료를 담을 용기로 페트가 선택됐다.

같은 재질로 돼 있지만 페트병은 내용물에 따라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페트재질 자체도 조금씩 다르다. 경제성과 기능성을 고려해 목적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찾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수병과 콜라병을 놓고 보면 같은 용량일 경우 생수병이 더 두께가 더 얇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밑 부분이다. 생수병은 편평한데 비해 콜라병은 굴곡이 있다. 자세히 보면 밑이 반구처럼 볼록한 병을 세우기 위해 둘레로 대여섯 개의 지지대, 즉 발이 있는 형태다. 톡 쏘는 탄산음료를 담고 있으니까 병모양도 튀게 만든 것일까?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페트병이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한 이유는 내부의 압력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병 내부의 압력이 2.5~3.5기압이나 된다. 생수병 모양이라면 아래 부분이 압력을 이기기 못해 불룩 튀어나오게 된다.

따라서 제조된 날부터 소비자가 마실 때까지 고압의 내용물을 담고 있으려면 내부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페트병이 담고 있는 내용물의 성질, 보관조건에 따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적의 모양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생수병에 탄산음료를 넣고 시뮬레이션해보면 힘을 많이 받는 병 밑 가운데 부분이 불룩 튀어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페트병이 담는 음료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웰빙 음료, 맥주 등을 담을 기능성 페트병도 개발되고 있다. 웰빙 음료는 대체로 미생물에 취약하다. 생수는 영양분이 없고 탄산음료는 산성이라 미생물이 자라기 어렵다. 그런데 웰빙 음료는 보통 중성이고 영양분이 있어 미생물이 자라는데도 ‘웰빙’이다.

균을 확실히 죽이기 위해 90℃ 정도의 고온에서 병에 내용물을 넣는다. 그런데 일반 페트병이 물렁물렁해지기 시작하는 온도는 75℃로 90℃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물렁물렁해지는 온도를 90℃ 이상 끌어올리는 공정이 필요하다. 특히 주입하는 액체가 처음 닿는 병목 부분은 조금만 변형이 생겨도 뚜껑이 꼭 닫히지 않으므로 더 확실해야 한다. 병목 부분은 따로 적외선을 쬐여 온도를 높여준 뒤 서서히 식혀주는 결정화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분자들이 더욱 촘촘하게 배열된 고분자가 얻어지고 겉모습은 불투명한 흰색이 된다.

기체가 드나드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차단하는 페트병도 나왔다. 맥주는 이산화탄소가 톡 쏘는 게 제 맛이다. 사람들이 가장 쾌감을 느끼는 병속 압력은 2.5기압. 탄산음료의 경우 미리 3.5기압의 이산화탄소를 넣어 유통과정에서 조금 빠져 나가도 탄산의 느낌을 주도록 한다. 그러나 맥주는 자연발효 과정에서 탄산이 생성되는데 2.5기압 정도밖에 안 된다. 따라서 공기 유입이 완전히 차단되는 페트병이 필요하다. 맥주 패트병은 안팎의 페트재질 층 사이에 기체 차단성이 높은 특수 합성수지 필름이 놓여있다.

세계적으로 페트병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년에 나오는 페트병은 150만t에 이른다. 무겁고 깨지는 유리, 속이 안 보이고 한 번 따면 다 먹어야 하는 알루미늄 캔. 페트병에 익숙해질수록 이런 불편함이 더 거슬린다. 게다가 이제는 담지 못하는 내용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기능성 페트병이 나오고 있다. 이제 모든 병은 페트로 통하는 게 아닐까. (글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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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노
  • 평점   별 1점

8년뒤네요

201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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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저도 단순히 모양을 내기 위해 콜라나 사이다의 병 모양이 특이한것이라 생각했는데, 탄산음료라는 특성에 따른 과학적 용기를 만든것였군요.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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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라
  • 평점   별 5점

정말 정보가 두둑하네요...
생수병에 콜라를 담으면 생수병이 튀어오른다니... 신기하네요...

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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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중
  • 평점   별 5점

유익한 글입니다 ^^ 잘읽었구여~ 글에대한 평이 좋네여~앞으로도 유익한글 많이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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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 평점   별 5점

광양사는 올해 고3인 학생입니다. 학교 화학1 시간에 이 내용을 배우고 있어서 주의깊게 읽어보았습니다. 정말 유익한 내용이었습니다. 화학선생님의 수업내용중 콜라를 생수병에 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셨는데 아마도 이 내용을 보시고 한건 아닌지하는..^^; 고분자 화합물의 신기하고 놀라운 PET 성질! 병 하나하나를 만들고 개발해내느라 밤낮 끊임없이 연구하시고 수고하신 여러 연구원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200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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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
  • 평점   별 5점

보기에 간단해 보이는 페트병에 이렇게 놀라온 과학지식이 숨어있는 지 몰랐습니다. 역시 발명가와 과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편하게 페트병을 이용할 수 있었네요^^

200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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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일
  • 평점   별 5점

아주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PET, PC, PVC, ABS를 놓고 볼때 투명도는 PET와 PC가 양호한 것 같고 가격도 PET가 좀 더 저렴한 것 같고... 블로성형이 아닌 사출성형의 경우 PC,PVC,ABS를 대체해도 될 것 같은데 왜 부품소재로 PET가 많이 적용안되고 있나요?

200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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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지
  • 평점   별 5점

흥미있는 내용인데다 유익한 정보인 것 같아서 고등학생인 사촌 동생에게도 이 글을 전해줄까 합니다. ^^ 유익한 칼럼 잘 읽었습니다! 밑에 궁금이씨의 궁금증도 굉장히 궁금한 내용이네요- 함께 답변해주신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200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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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 평점   별 5점

평소 궁금하던 병모양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됐네요. 유익했습니다. 그런데 밑에 써주신 궁금이님의 질문도 평소에 저도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물을 자주 마셔야 해서 PET물병을 들고 다니거든요. 환경호르몬이야기 때문에 궁금했습니다.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혹시 메일 주신다면 yjs-0306@hanmail.net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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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qhdus
  • 평점   별 5점

PET병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한것을 풀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래 궁금이씨의 내용이 더 궁금합니다
생활이거든요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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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이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지식과 정보 감사합니다.
2년전쯤 빈PET병에 물을 담아서 물통으로 사용하는 경우(스포츠 활동시 물통으로 사용) PET 병에 엄청난 대장균이 번식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궁금한것은 다음과 같습니다.(본인도 MTB를 타느라 PET 물통을 사용합니다.알미늄 물통은 관리도 나쁘고 부담스럽고 비경제적이고...등등의 이유로 PET병을 제일 많이 사용합니다.)
1.진짜 PET병이 다른 용기보다 많은 대장균이 번식하는 환경인지요?
(한개의 PET병을 계속 사용하는 조건/몇개월도 사용)
2.가끔 소독(?)을 하기위해 뜨거운 물(온수기 물)을 담아 세척하기도 하는데 도움이 되는건가요? 혹시 환경호르몬(?)등의 유해한 환경을 만드는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3.만일 PET병을 물통으로 사용시 대장균이 많아 사용이 적합치 않다면 대안은 무엇인지요? 무조건 사용치 말아야 하는건가요?

바쁘시겠지만 정확한 답변 주시길 기대해봅니다.감사합니다.
여기 게시판이나 이메일로 부탁드립니다.
krcho@mcrosys.co.kr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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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 평점   별 5점

재미있습니다~ㅎㅎㅎ.
<생수는 영양분이 없고 탄산음료는 산성이라 미생물이 자라기 어렵다. 그런데 웰빙 음료는 보통 중성이고 영양분이 있어 미생물이 자라는데도 ‘웰빙’이다>

재치만점이시네요 ㅎㅎㅎ!!

하지만 페트병이 많이 보급된다는 것이.. 과연 장점만 있을지..

200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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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 평점   별 5점

페트병의 다양한 용도를 알게해준 좋은 글입니다... 수고하세요 ^^

200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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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형
  • 평점   별 5점

혼합차의 페트병이 더 두꺼운 이유를 알았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발전하는 가 봅니다.^^

200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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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이
  • 평점   별 5점

오호-단순한건하나도없는것같네요.대단해요~

200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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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희
  • 평점   별 5점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정말 좋네요^^ 앞으로도 양질의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200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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