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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꼼짝 마! 화학적 거세
<KISTI의 과학향기> 제469호 2006년 07월 10일
지난 2월 17일 서울 용산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달도 채 안 된 3월 9일에는 조선족 여대생을 살해한 뒤 성폭행한 황 모(59세)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성폭행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늘면서 성폭행범 처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성폭행범의 대부분이 재범이라는 사실이다. 용산 성폭행범은 지난해 네 살짜리 어린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받은 적이 있다. 황 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선고된 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반복되는 성폭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성폭행범 신상공개, 야간출입통제, 전자팔찌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화학적 거세’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화학적 거세란 애초에 성욕이 일지 않도록 하는 약물치료다. 거세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이 크지만 정확한 의미에서 호르몬제를 투입해 성충동의 근원인 테스토스테론을 줄이는 것이다. 물리적 거세는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지만 화학적 거세는 약물투입을 중단하면 성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거세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계 남성호르몬이다. 생식기관 발육을 촉진시켜 정자를 생성하고 근육을 발달시키며 수염이 나도록 만드는 등 2차 성징으로 발현되는 남성의 신체적 특징 모두가 이 호르몬이 작용한 결과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아침 8시에 쯤 가장 높은데 남성이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 강한 성욕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성욕도 함께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고환이라는 세 기관을 거쳐 분비된다. 시상하부가 정소와 난소 같은 성선을 자극하는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를 분비하면 뇌하수체는 황체형성호르몬(LH)과 여포자극호르몬(FSH)를 만들어내고 이 호르몬은 고환에서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도록 한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줄이려면 이 세 단계 가운데 어느 한 부분만 막으면 된다.
화학적 거세를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캐나다는 ‘CPA’(Cyproterone Acetate)와 ‘데포 프로베라’라는 호르몬제를 사용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차단하고 있다. CPA는 LH 흉내를 내는 물질이다. 때문에 CPA가 들어오면 시상하부는 순간적으로 LH가 많다고 인식해 GnRH 분비를 줄인다. GnRH가 줄면 자연히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수치가 낮아져 성욕이 떨어진다.
또한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데포 프로베라는 미국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여성 피임약으로 개발했는데 이것을 남성에게 주사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데포 프로베라 역시 GnRH의 분비를 억제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적 거세의 단기적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 캐나다 교정국은 CPA로 성폭행범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면 뚜렷하게 성폭행범들이 성적인 망상을 하는 빈도가 줄면서 자위욕구를 비롯한 성충동도 감소해 결과적으로는 성폭행 재범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면 상대적으로 몸속의 여성호르몬 수치가 올라가 남성이라도 여성처럼 가슴이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현상들은 대부분 남성 호르몬 분비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면 없어지지만 화학적 거세를 도입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이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 교정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화학적 거세와 가족상담, 집단상담,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호르몬 치료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치료를 받는 동안은 그 효과가 뛰어나지만 치료를 끊는 순간 원상태로 돌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폭행 재범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약물 투여와 심리치료를 병행한 결과 지난 10년 사이 캐나다에서는 성폭행 재범률이 25%에서 15%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상습 성폭행범의 재범률은 80%를 웃돈다. 성폭행범은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가 상대에게 끼치는 아픔의 정도를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에 똑같은 범죄를 되풀이한다고 한다. 알고 한 도둑질은 고칠 수 있지만 모르고 한 도둑질은 고칠 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캐나다 교정국이 성충동을 줄여 고민되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없애주고, 성충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적극적으로 성폭행을 예방하는 것처럼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글 : 한지영 과학전문 기자)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성폭행범의 대부분이 재범이라는 사실이다. 용산 성폭행범은 지난해 네 살짜리 어린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받은 적이 있다. 황 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선고된 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반복되는 성폭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성폭행범 신상공개, 야간출입통제, 전자팔찌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화학적 거세’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화학적 거세란 애초에 성욕이 일지 않도록 하는 약물치료다. 거세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이 크지만 정확한 의미에서 호르몬제를 투입해 성충동의 근원인 테스토스테론을 줄이는 것이다. 물리적 거세는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지만 화학적 거세는 약물투입을 중단하면 성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거세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계 남성호르몬이다. 생식기관 발육을 촉진시켜 정자를 생성하고 근육을 발달시키며 수염이 나도록 만드는 등 2차 성징으로 발현되는 남성의 신체적 특징 모두가 이 호르몬이 작용한 결과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아침 8시에 쯤 가장 높은데 남성이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 강한 성욕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성욕도 함께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고환이라는 세 기관을 거쳐 분비된다. 시상하부가 정소와 난소 같은 성선을 자극하는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를 분비하면 뇌하수체는 황체형성호르몬(LH)과 여포자극호르몬(FSH)를 만들어내고 이 호르몬은 고환에서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도록 한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줄이려면 이 세 단계 가운데 어느 한 부분만 막으면 된다.
화학적 거세를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캐나다는 ‘CPA’(Cyproterone Acetate)와 ‘데포 프로베라’라는 호르몬제를 사용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차단하고 있다. CPA는 LH 흉내를 내는 물질이다. 때문에 CPA가 들어오면 시상하부는 순간적으로 LH가 많다고 인식해 GnRH 분비를 줄인다. GnRH가 줄면 자연히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수치가 낮아져 성욕이 떨어진다.
또한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데포 프로베라는 미국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여성 피임약으로 개발했는데 이것을 남성에게 주사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데포 프로베라 역시 GnRH의 분비를 억제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적 거세의 단기적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 캐나다 교정국은 CPA로 성폭행범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면 뚜렷하게 성폭행범들이 성적인 망상을 하는 빈도가 줄면서 자위욕구를 비롯한 성충동도 감소해 결과적으로는 성폭행 재범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면 상대적으로 몸속의 여성호르몬 수치가 올라가 남성이라도 여성처럼 가슴이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현상들은 대부분 남성 호르몬 분비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면 없어지지만 화학적 거세를 도입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이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 교정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화학적 거세와 가족상담, 집단상담,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호르몬 치료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치료를 받는 동안은 그 효과가 뛰어나지만 치료를 끊는 순간 원상태로 돌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폭행 재범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약물 투여와 심리치료를 병행한 결과 지난 10년 사이 캐나다에서는 성폭행 재범률이 25%에서 15%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상습 성폭행범의 재범률은 80%를 웃돈다. 성폭행범은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가 상대에게 끼치는 아픔의 정도를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에 똑같은 범죄를 되풀이한다고 한다. 알고 한 도둑질은 고칠 수 있지만 모르고 한 도둑질은 고칠 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캐나다 교정국이 성충동을 줄여 고민되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없애주고, 성충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적극적으로 성폭행을 예방하는 것처럼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글 : 한지영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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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률이 저렇게 높은이상 저러한 조취도 나쁘지 않은거 같네요~
2009-04-05
답글 0
LH랑 FSH가 그런 작용도 있었네
2006-08-03
답글 0
다수의 인권과 생활보장 그리고 치안의 효율을 위해서 꼭 도입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재범율이 높다는 성폭행범이 사라져야 이나라의 여성들이 편안히 살수있는 좋은환경이 되지않을까?
2006-07-14
답글 0
우리나라도 도입했으면 좋겠다~
2006-07-1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