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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연장의 꿈, 과학이 푼다!
<KISTI의 과학향기> 제544호 2007년 01월 01일
예로부터 조상들은 해, 구름, 산, 바위, 물,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를 ‘십장생(十長生)’이라 부르며 오래 산다고 여겼다. 잘 살펴보면 앞의 5개는 무생물이고, 나머지 5개는 생물이다. 생물 중에 소나무(500년)와 거북이(200년)는 오래 살지만, 사슴(30년), 학(20년), 영지버섯으로 추정하는 불로초(2개월)는 십장생이란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수명이 짧다.
사실 십장생의 실제 수명이 얼마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십장생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오래살고 싶은 인류의 꿈’이 중요하다. 과거의 십장생이 고고한 선계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선정됐다면, 현대의 십장생은 분자생물학을 이용해 만든다. 동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비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수명 연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생명체의 몸은 여러 기관의 조합이며, 기관을 이루는 세포들은 오래되면 세포 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로 끊임없이 교체된다. 분열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고, 신경처럼 세포 분열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조직도 있다. 오래된 세포는 서서히 노화되고 이것이 기관과 개체의 노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수명 연장이란 근본적으로 세포의 노화를 막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세포의 노화를 막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로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다. 특정한 유전자를 변형시킨 동물을 만들고, 그 동물의 수명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아낸 수명연장의 비법은 소식(小食), 적절한 자극, 체온조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소식’(小食)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수명 연장의 비법이다. 적게 먹는 것이 단순히 건강에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동물이 적게 먹으면 SIRT1이라는 유전자가 과발현주1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SIRT1 유전자는 세포자살을 유발하는 p53 유전자와 스트레스로 세포 자살을 유발하는 FOXO 유전자를 억제한다. 즉 적게 먹으면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의 저항성이 높아지고, 세포자살이 적게 일어난다.
또 적게 먹으면 인슐린 호르몬의 활동이 줄어든다. 인슐린은 혈액의 혈당을 줄이는 것이 주 임무지만, 체내에 지방을 쌓는 역할도 한다. 인슐린 신호전달과정이 억제된, 즉 인슐린을 잘 분비하지 못하도록 만든 동물의 수명이 정상 동물보다 길어진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인슐린 감소가 수명연장으로 이어지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방조직이 없도록 만든 쥐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을 볼 때 지방 축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절한 자극’은 또 다른 수명 연장의 비법이다. 작은 스트레스가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호메시스’(Hormesis)라고 하는데, 꼬마선충과 초파리에서 발견됐다. 꼬마선충에 적절한 열충격을 줬을 때 다른 개체에 비해 수명이 늘어나는 개체가 있었다. 이들을 분석해 보니 열충격으로 HSP1 유전자가 과발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HSP1 유전자가 다른 수명 연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활성화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메커니즘을 찾는 중이다. 동물과 사람도 적절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활동성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으니 스트레스라고 마냥 멀리할 일은 아니다.
작년 11월 ‘사이언스’지에 수명 연장의 새로운 비법이 발표됐는데 그것은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항온동물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것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온도조절장치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온동물의 체온을 낮추려면 시상하부의 온도조절장치를 건드려야 한다.
과학자들은 생쥐의 시상하부를 변형한 형질전환 쥐를 만들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세포에 열이 나도록 만들어서 시상하부가 체온을 낮추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센서에 열을 가하면 온도조절기가 실내가 덥다고 인지해 보일러를 끄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만든 쥐의 체온은 0.3도에서 0.5도 정도 낮아졌다.
체온을 낮춘 쥐의 수명은 수컷이 12%, 암컷이 20% 늘어났다. 다른 쥐에 비해 활동성, 수면량, 음식 섭취 등에 변화가 없었고 체중도 줄지 않았다. 체온을 낮춘 쥐의 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어 그 결과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대사의 부산물, 활성산소도 적게 발생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들 외에도 수명 연장이 일어나는 비법에는 생식세포를 만들지 못하게 형질전환 시키는 것,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도록 만드는 것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어찌됐든 과학이 십장생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키면, 인간에 적용해 수명을 늘일 수 있을 것이다. 진시황이 그토록 간절하게 찾던 불로초가 현대 과학으로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혹자는 조상들이 십장생에 해, 구름, 산, 바위, 물 같은 무생물을 넣었던 이유가 단순히 수명만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변함없는 자연의 영원성을 배우고자 한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의 발달로 인류의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늘어난 수명이 그가 살았던 삶의 가치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명 연장의 진정한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주1
발현이란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어 유전자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과발현된다는 뜻은 정상적인 상태보다 많이 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십장생의 실제 수명이 얼마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십장생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오래살고 싶은 인류의 꿈’이 중요하다. 과거의 십장생이 고고한 선계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선정됐다면, 현대의 십장생은 분자생물학을 이용해 만든다. 동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비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수명 연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생명체의 몸은 여러 기관의 조합이며, 기관을 이루는 세포들은 오래되면 세포 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로 끊임없이 교체된다. 분열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고, 신경처럼 세포 분열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조직도 있다. 오래된 세포는 서서히 노화되고 이것이 기관과 개체의 노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수명 연장이란 근본적으로 세포의 노화를 막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세포의 노화를 막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로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다. 특정한 유전자를 변형시킨 동물을 만들고, 그 동물의 수명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아낸 수명연장의 비법은 소식(小食), 적절한 자극, 체온조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소식’(小食)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수명 연장의 비법이다. 적게 먹는 것이 단순히 건강에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동물이 적게 먹으면 SIRT1이라는 유전자가 과발현주1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SIRT1 유전자는 세포자살을 유발하는 p53 유전자와 스트레스로 세포 자살을 유발하는 FOXO 유전자를 억제한다. 즉 적게 먹으면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의 저항성이 높아지고, 세포자살이 적게 일어난다.
또 적게 먹으면 인슐린 호르몬의 활동이 줄어든다. 인슐린은 혈액의 혈당을 줄이는 것이 주 임무지만, 체내에 지방을 쌓는 역할도 한다. 인슐린 신호전달과정이 억제된, 즉 인슐린을 잘 분비하지 못하도록 만든 동물의 수명이 정상 동물보다 길어진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인슐린 감소가 수명연장으로 이어지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방조직이 없도록 만든 쥐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을 볼 때 지방 축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절한 자극’은 또 다른 수명 연장의 비법이다. 작은 스트레스가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호메시스’(Hormesis)라고 하는데, 꼬마선충과 초파리에서 발견됐다. 꼬마선충에 적절한 열충격을 줬을 때 다른 개체에 비해 수명이 늘어나는 개체가 있었다. 이들을 분석해 보니 열충격으로 HSP1 유전자가 과발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HSP1 유전자가 다른 수명 연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활성화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메커니즘을 찾는 중이다. 동물과 사람도 적절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활동성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으니 스트레스라고 마냥 멀리할 일은 아니다.
작년 11월 ‘사이언스’지에 수명 연장의 새로운 비법이 발표됐는데 그것은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항온동물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것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온도조절장치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온동물의 체온을 낮추려면 시상하부의 온도조절장치를 건드려야 한다.
과학자들은 생쥐의 시상하부를 변형한 형질전환 쥐를 만들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세포에 열이 나도록 만들어서 시상하부가 체온을 낮추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센서에 열을 가하면 온도조절기가 실내가 덥다고 인지해 보일러를 끄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만든 쥐의 체온은 0.3도에서 0.5도 정도 낮아졌다.
체온을 낮춘 쥐의 수명은 수컷이 12%, 암컷이 20% 늘어났다. 다른 쥐에 비해 활동성, 수면량, 음식 섭취 등에 변화가 없었고 체중도 줄지 않았다. 체온을 낮춘 쥐의 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어 그 결과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대사의 부산물, 활성산소도 적게 발생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들 외에도 수명 연장이 일어나는 비법에는 생식세포를 만들지 못하게 형질전환 시키는 것,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도록 만드는 것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어찌됐든 과학이 십장생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키면, 인간에 적용해 수명을 늘일 수 있을 것이다. 진시황이 그토록 간절하게 찾던 불로초가 현대 과학으로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혹자는 조상들이 십장생에 해, 구름, 산, 바위, 물 같은 무생물을 넣었던 이유가 단순히 수명만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변함없는 자연의 영원성을 배우고자 한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의 발달로 인류의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늘어난 수명이 그가 살았던 삶의 가치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명 연장의 진정한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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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2009-04-06
답글 0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에는 또하나, 세포분열을 원활하게 하도록 영양공급을 잘 해주는 방법도 있을 것 입니다. 모세혈관에 흐르는 혈액은 영양을 옮기는 매개체로서 맑고 깨끗한 피와 건강한 모세 혈관을 갖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혈전과 어혈을 없애면 된다고 합니다.
2007-01-03
답글 0
몸을 차게하면 체온을 올리려고 대사량이 더 많아지므로 수명이 짧아집니다.
몸을 따뜻하게 해 주시길... ^^
2007-01-02
답글 0
저는 체온이 다른사람보다 많이 높은편인데, 겨울엔 괜찮은데 여름엔 더워죽습니다;; 빨리죽겠군요;;
2007-01-02
답글 0
이 글을 읽고 생각난 것이 '머리는 차게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라는 옛말입니다. 혹시 관련이 있을까요? 몸 전체 체온을 낮추는 것과 머리만 차게 하는 것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2007-01-02
답글 0
그렇다면 체온을 줄이는 방법이 뭔가요? 알려주세요 ....
좋은과학말씀감사합니다.
2007-01-0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