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숭례문 기둥엔 왜 소나무가 쓰였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746호   2008년 04월 16일
지난 2월 화재로 불타 버린 숭례문에 대해 문화재청은 “2006년 작성해놓은 ‘숭례문 정밀실측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원형 그대로 복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2005년 숭례문 각 부분을 정밀하게 측정한 도면 182장과 1961년 중건 당시 도면 12장이 포함돼 있다. 숭례문에 쓰인 모든 목부재와 기와, 돌의 크기를 mm단위로 쟀을 정도로 정밀하게 기록돼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계획과 달리 숭례문의 완전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숭례문의 기둥과 보로 쓰인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 위층 대들보 위 기둥에 얹혀 있는 마룻보와 고주(高柱, 높은 기둥)는 조선 태조 숭례문 창건 당시의 목재였다. 화재로 불타 버린 숭례문 기둥에 쓰인 소나무는 과연 최고 목질의 나무였을까.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느티나무가 소나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궁궐이나 중요한 목조건물을 지을 때 많이 쓰였다. 내구성도 느티나무가 더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경북 경산 임당동 원삼국고분이나 부산 부천동 초기 가야 고분, 신라 천마총, 고려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 16개는 모두 느티나무가 쓰였다.

박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명예교수는 “건물의 기둥으로 소나무를 사용할 때 100년을 버틴다면 느티나무는 300년은 버틸 수 있다”며 “느티나무의 비중은 1cm³당 0.70∼0.74g으로 소나무의 0.45∼0.50g보다 커서 마찰이나 충격에 훨씬 강하다”고 설명했다. 느티나무 목재는 나뭇결이 곱고 황갈색 빛깔에 윤이 난다. 또 벌레 먹는 일이 적고 다듬기까지 좋아 고급목재로 쓰였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소나무가 널리 쓰였다. 느티나무가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 말기 몽골의 침입이나 무신정변 같은 사회 혼란을 겪으면서 축대벽을 쌓거나 건물을 짓느라 숲 속의 느티나무를 마구 벤 탓이다. 간혹 마을 인근에 느티나무가 자랐지만 이런 나무는 쓸 수 없었다. 울창한 숲 속에서 자란 나무는 ‘콩나물’처럼 곧고 기다란 형태를 지닌다. 반면 열린 공간에서 자란 나무는 키가 2~3m만 자라도 가지가 사방으로 돋아나 기둥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

궁궐이나 사찰 같은 목조건물을 지으려면 10m 이상 곧게 자란 나무가 필요하다. 기둥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필요했던 조선 왕조는 느티나무를 대신해 숲에 늘어난 소나무에 주목했다. 특히 경북 봉화나 울진, 강원지역의 금강소나무나 안면도 소나무는 전봇대처럼 곧게 자라나 이 조건에 맞았다. 그래서 이 지역은 민가에서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출입을 막았다.

곧고 크게 자라는 나무로 전나무도 있다. 하지만, 금강소나무는 나무 바깥쪽의 변재보다 안쪽의 심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미생물이나 흰개미의 공격에 더 강하다. 심재가 2차 대사산물이나 송진 같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왕실에서 금강소나무를 궁궐 목재로 고집한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금강소나무는 다른 소나무보다 단단하다. 생장이 더뎌 나이테가 촘촘하기 때문인데, 가령 다른 나무가 1cm 자라는 데 1년이 걸린다면 금강소나무는 3년이 걸릴 정도다.

나무의 강도로 치자면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으뜸이다. 참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자생하기 때문에 목재를 구하기도 쉽다. 그러나 참나무는 비중이 1cm³당 0.8g으로 너무 무겁다. 비중이 크면 목재가 단단해서 대패질이나 톱질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건축 자재로 이용하려면 적당한 강도와 가공하기 편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지름 1m가 넘는 금강소나무가 국내에 별로 없으며, 있어도 개인 소유로 정부가 활용하기 쉽지 않다. 금강소나무를 구하지 못해 숭례문 복원이 쉽지 않게 되자 일부에선 ‘더글러스 퍼’(Douglas-fir)란 나무를 수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 자라는 더글러스 퍼는 금강소나무와 재질이 비슷하며 색상이 붉어 정서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숭례문 복원에 외국에서 자란 목재를 쓴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선 궁궐의 보수나 복원을 위해 별도의 숲을 관리하고 있다. 가령 일본에서 3대 아름다운 숲으로 꼽히는 기소지방의 편백나무림은 일본 왕가의 조상신을 모시는 이세신궁(伊勢神宮)의 보수에 필요한 목재를 공급하고자 마련된 곳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산림청이나 문화재청이 앞장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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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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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 금강송은 1928년 일본인이신 우에기호미키교수님이 [조선산소나무의수상및개량에 관한조림학적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언급하신이래 우리학계와 정부가 고맙게 받아들인 훌륭한 이름입니다. 1000년 넘는 소나무, 황장목은 있어도 금강소나무님은 안계십니다

200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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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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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깝네요... 지금 복원공사가 한창인데, 다시 지어진다해도 그전의 숭례문과는 다른것!! 앞으로라도 우리 문화재 보전에 관심을 갖고 노력합시다.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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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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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큰 문제인 것 같네요... 메일을 한 달 동안 확인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 뉴스에는 숭례문 복구에 사용할 만한 금강 소나무를 찾았다고 하네요. 참 다행인 일이네요... 꼭 완전복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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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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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아주 훌륭하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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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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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연휴 때 개념없는 이에 의해 화마에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 잿더미가 되기 전의 모습으로 복원을 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금강소나무 등의 자제를 찾기가 여의치 않아 복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국가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문화재를 복원할 수 있는 자제를 충만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숲을 조성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다시는 이런 재앙이 오면 안 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또다시 찾아올 지 모르는 재앙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200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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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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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과(Pinaceae)에 속하는 소나무나 젓나무(전나무), 측백나무, 낙우송, 가문비나무 등은 가시나무가 아닙니다. 다만 잎이 가시처럼 뾰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간혹 구상나무처럼 끝이 뭉툭한 것도 있지요.

진영학 님의 지적처럼 소나무는 잎이 2개씩 모아납니다. 모든 소나무류가 잎이 2개씩 자라는 것은 아니고 백송이나 리기다소나무, 테에다소나무는 잎이 3개씩 모아납니다.

그리고 잣나무나 섬잣나무, 눈잣나무는 잎이 5개씩 모아납니다.

반면 잎 끝이 뾰족한 젓나무는 1개씩 납니다.

200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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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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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안면도에 금강소나무에 버금가는 소나무림이 있고, 옛날부터 조선 왕실에서 이곳에 자라는 소나무는 민간의 벌채를 금해 보호해왔습니다.

하지만 1000년 넘은 금강소나무가 발견됐다는 얘기는 제가 들은 바 없습니다. 발견된다면 숭례문 복원에 쓰일터인데... 제발 발견되길 기대합니다.

200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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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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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사를 쓸 때는 북한 소나무 얘기를 썼는데, 빠진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최근 독립유공자 유족회가 북한에 숭례문 복원용 북한산 소나무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 의향을 타진했다. 이에 북한은 백두산과 묘향산 일대에서 소나무를 벌채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두산을 둘러싼 고원지대에는 소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 강한 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두산 인근에 자라는 중국 소나무인 장자송은 위에서 내리누르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T자형으로 자라는 게 일반적이다. 북한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금강소나무를 찾는 게 낫다는 얘기다."

북한 지역에도 소나무(Pinus densiflora)가 살고는 있지만 너무 추운 곳에서는 잘 자라지 않습니다. 백두대간에 자란다고 모두 금강소나무는 아니며 강원도 삼척 등지와 경북 울진, 봉화, 영양 등 일부 지역에 제한적으로 자라는 소나무를 금강소나무라 부릅니다.

북쪽의 추운 곳에서는 잣나무(Pinus koraiensis)가 더 잘 자랍니다. 잣나무는 한자로 홍송(紅松)이라고 씁니다. 일부 언론에서 소나무와 자꾸 혼동해 표기하는데, 소나무는 육송(陸松)이나 적송(赤松)이라고 부릅니다.

200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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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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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산림청은 2001년부터 국유림 918ha에 가슴높이 지름(DBH) 30cm이상인 금강소나무를 문화재복원용목재생산림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숭례문 복원에 쓸 수 있는 DBH 1m이상인 금강소나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산림청에서는 DBH 1m이상인 금강소나무 발견시 즉각 내부에 보고하도록 지침이 하달된 상태입니다.

문화재복원용목재생산림은 북부산림지방산림청(강원도 원주), 동부지방산림청(강원도 강릉), 남부지방산림청(경상북도 안동) 3곳, 총 39개소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나무를 벌채한 뒤 건축이나 조선, 가구, 놀이터용 등으로 사용할 때는 오래 쓸 수 있는 보존방법이 관건입니다. 당연히 산림과학자들은 이러한 부분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목재방부처리제 개발에 집중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CCA처리제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적인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건조시킨 무게의 절반은 탄소입니다. 그만큼 목재를 오래 사용하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길입니다.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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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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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산림청에서 문화재용 목재생산을 위해 지정된 숲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및 주변환경변화를 고려할때, 현대에 문화재복원용으로 목재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수종 선정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보존처리가 있어야 오래도록 보존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자연친화적인 보존처리 방법이어야 하겠지요.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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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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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에 사는 사람입니다. 광릉엔 금강소나무가 숭례문을 짖고도 남을 만큼 넉넉합니다. 다만 문화재구역이라서 문제는 되네요...그러나 광릉 금강송도 주기적으로 올라가다보면 수십그루의 죽은 금강송과 그 것을 베어낸 그루터기가 산재해 있으니까요...국가적 사업에 광릉의 금강송을 적당히 간벌해서 슴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어차피 세월이 너무 오래돼면 죽어걸 수 밖에 없는것이 나무의 수명이니까요!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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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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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터넷 뉴스에 충청도 어디에서 1000년넘은 금강송이 발견됬다고 했는데;; 혹시 그것도 베어가나요? 전 개인적으로 안 베어가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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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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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전나무의 구별을 가시의 수에 따라 할 수 있다고 얼마전에 들었습니다. 소나무는 가시가 2개이고, 전나무의 가시의 수는 2개가 넘는다더군요. 산책 길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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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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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에 문의한 결과 광릉 일대에는 소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아마도 광릉님께서 보신 나무는 젓나무(전나무)로 판단되며 금강소나무는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젓나무 목재의 비중이나 강도는 금강소나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더글러스 퍼는 미국산 젓나무입니다. 한국사람들이 미송이라 부르는 나무이죠.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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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 평점   별 5점

글쌔요. 광릉에도 금강소나무가 자란다는 소식은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광릉에는 소나무(Pinus densiflora)가 아니라 소나무과에 속하는 젓나무(Abies holophylla, 전나무)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젓나무는 소나무와 같이 늘푸른 상록침엽수로 수피도 소나무와 비슷하며 재질이나 강도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곧게 자란다고 해서 금강소나무는 아니며, 금강소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경상북도 울진, 봉화 주변과 강원도 삼척 일대의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습니다. 수형(나무의 생김새)이 비슷해도 금강소나무는 다른 지역과 달리 변재에 비해 심재가 넓은 게 특징이며, 바로 이점 때문에 왕족의 관을 제작해서 황장목이라 불렸습니다. 변재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축적돼 잘 썩지 않는 천연보존처리제 역할을 하는 셈이죠. 하지만 다른 지역의 소나무나 잣나무는 금강소나무라 할 수 없습니다.
광릉은 조선 세조가 살아생전 자신의 무덤자리를 찾아 전국을 돌다가 찾아낸 곳으로 조선왕조 500년 가까이 보존관리된 숲입니다. 그래서 그곳에 자생하던 젓나무가 잘 관리돼 아름드리 나무가 많습니다만 설사 소나무라 해도 금강소나무는 아닙니다.

전국 8도에 따라 그 지역의 토양이나 암석의 특성에 따라 나무가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이 다르며, 해당 지역마다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가 동일한 소나무를 심더라도 지역에 따라 목재의 강도나 생태적 특성이 다른 나무가 자랍니다.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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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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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님의 의견을 그냥 무시하지 마시고, 숭례문 복원하는 곳에 전달해주세요.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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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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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아니라 잎 아닌가요?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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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준
  • 평점   별 5점

뉴스를 보니 북한산 나무를 들여온다고도 하던데요, 그 나무는 금강소나무가 아닌지요? 그렇다면 애초에 북한에는 있을수가 없나요?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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