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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KISTI의 과학향기> 제29호 2003년 09월 17일
영화 에일리언을 기억하는가? 4편의 시리즈가 이어지는 동안,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주인공 리플리와 에일리언으로 일컬어지는 산성 침을 뚝뚝 흘리는 징그러운 괴물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팽팽한 맞대결을 펼친다. 영화 속에서 에일리언은 인간을 습격하여 잔인하게 찢어죽이는 괴물로 비춰지며,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이 영화처럼 기생충과 숙주와의 진화 관계를 잘 묘사한 영화는 없을 것이다. 영화 속 에일리언은 커다랗고 흉폭한 생물이지만, 단 한가지의 맹점을 갖고 있다. 스스로는 번식을 할 수가 없어서 반드시 숙주(인간)의 몸 속에 알을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에일리언은 인간에게 기생하는 기생생물인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몸 속에서 발아한 에일리언의 새끼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자라나 단독 생활이 가능해질만큼 성숙하면, 인간의 배를 찢고 튀어나옴으로써 그동안 자신을 길러준 숙주의 몸을 배반한다.
영화 상에서는 에일리언의 잔인무도함을 나타내기 위한 도구로 이런 컨셉을 설정했겠지만, 실제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를 살펴 보면 이런 종류의 기생충은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숙주의 도움 없이 번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숙주가 전멸한다면 스스로 번식할 수 없는 에일리언 자체도 전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화와 유전자 존속의 관점에서 본다면 에일리언은 인간을 습격하여 그저 잡아 죽일 것이 아니라, 그들이 번식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종족을 불려줄 숙주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이런 관계는 실제 기생생물과 숙주 사이에서 나타난다. 지금까지 기생생물은 숙주에게 달라붙어 일방적으로 숙주에게서 영양분과 서식지를 제공받는 귀찮은 불청객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불청객은 숙주로부터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숙주를 떠나버리기에 기생충은 늘 숙주에게 피해를 주는 것, 그래서 전멸시켜야 할 것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기생생물과 숙주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방적인 경로만이 아닌, 매우 복잡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기생생물은 숙주를 서식처로서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숙주 또한 기생생물로 인해 생존의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오랜 세월동안 기생생물과 숙주가 공진화(coevolution)를 거듭한 결과이다. 숙주에게 기생생물은 자신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존재이기에 없애야 할 대상이다. 생존을 유지하고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숙주는 기생생물에게서 자신을 지켜낼 방법이 필요했고, 그 결과 중의 하나가 성(sex)의 분화라고 알려지고 있다. 즉, 양성이 만나 유전자를 섞어 후대를 만드는 방법은 어미와도 아비와도 다른 유전적 특질을 지닌 새끼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런 방법은 종의 특성을 유지시키면서도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여 환경에의 적응도를 높이고, 기생생물이 숙주를 전멸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기생생물 역시 숙주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 숙주를 죽이는 것보다는 숙주의 생존은 유보한 채 안정적인 서식처와 에너지를 제공받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함을 진화상에서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따라서, 숙주와 기생생물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초기에 나타나 많은 수의 숙주를 몰살시켰던 기생생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를 견제함에 익숙해져 숙주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약한 기생생물로 변화된 예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는 어린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진 홍역, 디프테리아 등으로 이들이 인류사에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치사율이 상당히 높은 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일리언 역시 인간과 에일리언의 이런 진화적 공생관계를 보여준다.
시리즈 마지막편에서 보면 에일리언은 중요한 숙주인 리플리를 보호하며 둘 사이의 유전적 결합을 시도한다. 기생생물이 숙주에게 공존하고자 하는 시도를 해 오는 것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영화 상에서는 에일리언의 잔인무도함을 나타내기 위한 도구로 이런 컨셉을 설정했겠지만, 실제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를 살펴 보면 이런 종류의 기생충은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숙주의 도움 없이 번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숙주가 전멸한다면 스스로 번식할 수 없는 에일리언 자체도 전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화와 유전자 존속의 관점에서 본다면 에일리언은 인간을 습격하여 그저 잡아 죽일 것이 아니라, 그들이 번식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종족을 불려줄 숙주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이런 관계는 실제 기생생물과 숙주 사이에서 나타난다. 지금까지 기생생물은 숙주에게 달라붙어 일방적으로 숙주에게서 영양분과 서식지를 제공받는 귀찮은 불청객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불청객은 숙주로부터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숙주를 떠나버리기에 기생충은 늘 숙주에게 피해를 주는 것, 그래서 전멸시켜야 할 것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기생생물과 숙주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방적인 경로만이 아닌, 매우 복잡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기생생물은 숙주를 서식처로서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숙주 또한 기생생물로 인해 생존의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오랜 세월동안 기생생물과 숙주가 공진화(coevolution)를 거듭한 결과이다. 숙주에게 기생생물은 자신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존재이기에 없애야 할 대상이다. 생존을 유지하고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숙주는 기생생물에게서 자신을 지켜낼 방법이 필요했고, 그 결과 중의 하나가 성(sex)의 분화라고 알려지고 있다. 즉, 양성이 만나 유전자를 섞어 후대를 만드는 방법은 어미와도 아비와도 다른 유전적 특질을 지닌 새끼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런 방법은 종의 특성을 유지시키면서도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여 환경에의 적응도를 높이고, 기생생물이 숙주를 전멸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기생생물 역시 숙주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 숙주를 죽이는 것보다는 숙주의 생존은 유보한 채 안정적인 서식처와 에너지를 제공받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함을 진화상에서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따라서, 숙주와 기생생물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초기에 나타나 많은 수의 숙주를 몰살시켰던 기생생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를 견제함에 익숙해져 숙주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약한 기생생물로 변화된 예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는 어린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진 홍역, 디프테리아 등으로 이들이 인류사에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치사율이 상당히 높은 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일리언 역시 인간과 에일리언의 이런 진화적 공생관계를 보여준다.
시리즈 마지막편에서 보면 에일리언은 중요한 숙주인 리플리를 보호하며 둘 사이의 유전적 결합을 시도한다. 기생생물이 숙주에게 공존하고자 하는 시도를 해 오는 것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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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의 도움 없이 번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숙주가 전멸한다면 스스로 번식할 수 없는 에일리언 자체도 전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네요. ^^ 숙주인 인간이 없다면,,, 번식할수 없겠군요. 하지만,, 기생생물인 에일리언이 계속 진화하여 스스로 번식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면 영화 내용이 달라지겠군요 ^^
2009-04-01
답글 0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답글 0
실제로 에일리언과 같이 숙주를 죽이는
기생생물은 극히 드물다고 했는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2005-02-1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