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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짜 뉴스가 더 잘 퍼지는 걸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123호 2018년 04월 09일가짜 뉴스는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이 무리 지어 사는 곳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가짜 뉴스는 공적인 외양을 띤 소문이다. 특정 기관, 집단, 개인은 영달을 추구하려, 누군가를 음해하려 뜬소문을 만들어 퍼뜨린다. 오늘날 가짜 뉴스가 퍼지는 양상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고 빠르다. 소셜 네트워크로 거리와 시간의 장벽 없이 세계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타고 퍼져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끈 적이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가짜 뉴스가 트럼프 지지층의 표심을 굳건히 하는 데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는 정말 진실보다 더 힘이 셀까? 그렇다면 왜 그런 걸까?
진실보다 뛰어난 가짜 정보의 확산성
실제로 가짜 뉴스는 진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널리 퍼진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의 사이넌 아랄 연구팀은 300만 명의 트위터 사용자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공유한 12만 6000개의 뉴스 항목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사실 검증 기관 6곳에 의뢰해 뉴스의 진실성을 판명했다. 기관들의 판정은 95% 이상 일치했다. 이를 토대로 뉴스 항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진실 뉴스가 가짜보다 더 느리게 그리고 더 적은 수의 사람에게 확산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런 패턴은 정치, 연예, 경제를 비롯한 여러 뉴스 카테고리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가장 널리 알려진 진실 뉴스라도 1000명 이상에게 퍼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 가장 드물게 알려진 가짜 뉴스라도 1000에서 10만 명 이상에게 전파됐다. 가짜 뉴스가 1500명에게 퍼지는 속도는 진실보다 6배나 더 빨랐다. 또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메시지를 자기 계정의 다른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리트윗 확률은 가짜 뉴스가 진실보다 70%나 높았다.
흥미롭게도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트위터 사용자는 대개 팔로우하는 사람, 팔로워, 트위터 사용 시간 및 활동성이 진실을 전달하는 사용자보다 적었다. 이런 한계에도 가짜 뉴스는 더 멀리, 더 빠르게 퍼진 것이다.
자동으로 메시지를 올리는 웹로봇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주범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로봇 판별 알고리듬을 사용했을 때 로봇이 진실과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속도는 동일했다. 즉 가짜 뉴스의 확산은 인간의 산물이다.
사진 1. 우리가 바라 듯이 진실이 거짓보다 반드시 힘이 센 것은 아니었다. 때로 거짓은 진실보다 더 널리, 많이 퍼진다. (출처: shutterstock)
‘새로움’, 가짜 뉴스에 끌리는 심리
왜 우리는 가짜 뉴스에 더 끌릴까? 진실 뉴스에는 없지만 가짜 뉴스에는 있는 특성은 무엇일까? 바로 새로움과 놀라움이다.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나 대상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 확산을 부추긴다.
연구팀의 결과도 이런 설명을 지지한다. 트위터 사용자가 주로 쓰는 어휘를 조사하자 거짓 뉴스에는 진실 뉴스보다 처음 보는 것을 향한 놀라운 감정을 표현하는 댓글이 더 많았다. 진실 뉴스는 놀라움보다는 즐거움과 신뢰감을 유발했다.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가 이런 감정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답은 새로움과 놀라움에서 행복을 느끼는 성향이다. 위험을 감수하거나 몰랐던 사태를 접하는 경험은 뇌에서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방출을 촉진한다. 거짓 뉴스를 퍼 나르는 트위터 사용자는 거짓 뉴스의 새로움에서 행복이라는 꿀을 얻는 것이다.
가짜 뉴스의 매력은 단기적 정서 반응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행복감을 맛보려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찾는다면, 계속해서 새로움을 전해 주는 사람은 주목과 관심을 받아 정보 권력을 얻는다. 즉 가짜 뉴스 제공자는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 사람들은 가짜 뉴스를 공유하면서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으며 또 이를 전달한다는 지적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
가짜 뉴스는 보상을 주는데 왜 가짜 뉴스가 퍼지는 게 문제일까?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불리한 가짜 뉴스를 얼마나 잘 퍼뜨리냐로 결정되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이곳에서는 인류가 피를 흘리며 쟁취한 자유와 정의, 평등, 합리적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이라는 민주적 가치가 모래처럼 흩어진다.
가짜 뉴스는 정책을 의결하거나 어떤 사안을 두고 판단을 내릴 때 기준이 되는, 올바른 사실은 없다는 반지성주의를 부를 수도 있다. 상반된 뉴스를 접하며 얻는 혼란은 전문가의 의견을 불신하고 특정 집단의 주장을 맹신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소모적인 음모론이 득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 2. 'News'란 이름대로 끊임 없이 새로운 사건에 주의를 기울리는 인간 성향을 반영한다. 문제는 가짜 뉴스가 우리의 쾌락 중추를 진실보다 더 자극한다는 데 있다. (출처: shutterstock)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가짜 뉴스가 왜 더 잘 퍼지는지 이해하면 이런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거짓 확산의 책임이 웹로봇이 아닌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우리 행동을 바꾸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상품에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이름을 달 듯 진실 뉴스에 새롭고 매력적인 제목을 붙인다면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 또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가짜 뉴스를 식별해 이를 퍼뜨리는 계정을 삭제한다면 거짓을 공유하는 동기가 줄어들 것이다.
개인 수준의 대처도 필요하다. 한 가지 방법은 뉴스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읽고 있는 뉴스가 현지 리포터, 정부공공기관, 혹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소셜미디어 사용자에서 왔는지 민감하게 확인하자. 내용을 믿기 전에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야 한다. 출처 없는 뉴스는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또 뉴스에서 다루는 사건이 ‘충격’ 혹은 ‘경악’ 같은 과장된 어휘로 수식되어 있다면 진실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진실 뉴스는 명료하다. 자극적인 어휘에 현혹되지 말자.
글: 백소정 서울대학교 인지과학 협동과정/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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