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원자력 르네상스시대는 오는가?

<KISTI의 과학향기> 제193호   2004년 10월 04일
원자력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스웨덴, 우크라이나, 일본, 캐나다, 네덜란드, 인도 등에서 앞다퉈 발전소를 짓기 시작한 60-70년대가 황금기였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역시 이때 원자로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9년의 미국 ‘드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TMI)’ 핵발전소 사고,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원자력 발전정책을 중지하거나 감축된 상태였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25년이 넘게 원전건설을 중지한 상태였던 미국은 금세기 초 캘리포니아에서 최악의 전기공급부족사태를 겪은 후 대안을 다시 원전에서 모색하고 있다.태양광 풍력 등 이른바 ‘클린에너지’ 개발이 당초 예상과 달리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도 이산화탄소에 세금을 매기는 기후협약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세대 원자력시스템이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여기서 잠시 각 세대별 원자력 발전에 대해 알아보자면 1954년에 처음으로 원자력이 상업화되기 시작했는데, 이 원자로들을 1세대라고 부른다.



원자력 발전이 상용화되면서 차츰 경제성과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7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 2세대 원자로다. 미국의 경수로형 원자로, 캐나다의 중수로 등이 그 예인데, 우리나라도 이때 고리 원전 1호기(미국형 경수로), 월성 원전(캐나다의 중수로) 등이 건설됐다.



1990년대 들어 2세대 원자로보다 경제성이 20~30% 정도 높은 개량형 원자로가 등장했는데, 이를 3세대 원자로라고 부른다. 한국이 개발해 북한에 건설중인 표준형 원전과 영광 5, 6호기 울진 3, 4호기 등이 3세대 원자로다. 그 이후 3세대 개량형 원자로도 등장 201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운영될 계획인데, 우리나라의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가 좋은 예다.



그러나 1,2,3세대 원자력은 원자력의 편리함과 함께 방사능사고의 위험 및 핵 폐기물 처리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4세대 원자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4세대 원자력 개발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자력선진국들이 중심이 돼 2001년부터 진행되어온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GIF: Generation IV International Forum) 정책 그룹회의’가 있다. 현재 11개국이 참가한 GIF는 올 11월쯤 협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회원국들이 4세대 원자로를 국제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2030년쯤 상용화될 차세대 원자로 중 현재 거론되는 모델은 6개 정도.

수소생산로(초고온가스로, VHTR), 액체금속고속로(나트륨냉각고속로,SFR), 가스냉각고속로(GFR), 납냉각고속로(LFR), 용융염원자로(MSR), 초임계압수냉각원자로(SCWR) 등이다. 이들이 다 등장할 수도, 일부만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액체금속로와 수소생산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액체금속로는 핵연료를 반복해서 사용,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한 것이다.

이 원자로에서는 핵연료를 태우면 핵연료가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핵연료의 이용률이 3세대 원자로보다 60배나 높아진다. 게다가 지금은 우라늄광석의 대부분(99.27%)을 차지하는 우라늄238을 그대로 버리고 있지만, 고속증식로에서는 플루토늄으로 바꿔 대부분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고속 중성자로 우라늄238에 부딪혀 연속해서 플루토늄을 만들어 연료로 태우기 때문이다. 금속로란 이름이 붙은 것은 냉각제로 물대신 액체 금속을 쓰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액체 나트륨을 쓸 계획이다.



이에 비해 수소생산로는 독특한 개념의 차세대원자로다.

원자로에서 전기뿐만 아니라 수소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조만간 자동차에 휘발유 대신 수소를 넣고 휴대전화에 수소 배터리를 달고 다니며 가정에서는 수소 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드는 세상이 온다고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수소를 얼마나 값싸게 얻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물을 전기 분해해서 쓰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고온 기체를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하거나 열화학적 방법을 사용하면 전기분해 방식보다 2배 가까운 효율을 낼 수 있다. 이 점에 착안, 수소 생산로는 냉각제로 물 대신 기체를 쓰는 것이다. 기체는 이론적으로 1천℃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원자로개발,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관건이다. 4세대원자로는 복잡한 설계가 필요하고 3세대 원자로보다 건설비용도 높다.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기존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더 많이 태우는 것이 훨씬 싸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얘기다. 게다가 원자로에서 1천℃ 가까운 기체를 수 십년 이상 견딜 수 있는 재료를 새로 개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60-70년대처럼 원자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르네상스시대를 열 수 있을까. 원자력 전문가들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원자력을 운용하면서 발견된 문제들을 개선하고 안정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시대가 이어지고 화석연료의 문제점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원자력 발전에 힘을 싣고 있다. (글:유상연-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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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역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현재의 풍요로움을 낳은거 같습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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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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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park
  • 평점   별 2점

과학향기가 너무 재밌습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상식과 의문점을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글들 부탁드려요~

200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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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 평점   별 5점

화석연료는 앞으로40년이면 바닥이 난다는데 그러면 2040년 경에 바닥이 날테지만 2040년이 되기 훨씬이전에 이제 조금있으면 화석연료가 바닥난다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로 인해서 화석연료에 대한 가수요가 생겨서 4세대 원자로가 상용화 되기전에 화석연료의 값이 품귀 현상을 일으킬텐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나 일본같은 나라는 국가의 존립 자체마져 흔들릴거라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4세대의 원자로가 더 빨리 완성되고 상용화 되어야 할텐데.....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서 지금 부터 준비를 해야 할텐데....... 물론 허접한 저가 뭘 알겠습니까만.....

200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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