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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인공세포로 만드는 멋진 신세계
<KISTI의 과학향기> 제1026호 2009년 12월 25일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흥겨운 캐롤이 흐르는 성탄절 아침. 그러나 태연의 표정을 보아하니 흰 눈이 아닌 진흙탕을 달리는 기분인 듯 심술이 가득하다.
“산타할아버지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실망했어요.”
“왜 선물이 마음에 안 드니?”
“이건 피카츄 인형이잖아. 내가 갖고 싶은 건 진짜 포켓몬이었단 말이에요.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것이 감정도 있고 싸움도 잘하고 거기다 귀엽기까지 한 살아있는 포켓몬! 만약 그게 안 된다면 포켓몬 게임기였다고….”
불가능한 소원을 먼저 빈 다음, 그게 안 되면 다른 거라도 사달라고 흥정을 하는 것은 산타가 아빠라는 것을 눈치 챈 후 벌써 2년 째 태연이가 써오는 수법이다. 그러나 아빠에게 그런 얕은 수가 통할 리 없다.
“산타할아버지랑 흥정하지 말랬지! 하지만 어쩌면 미래에는 포켓몬을 정말 선물로 받는 일이 가능할지도 몰라. 인공세포 기술이 훨씬 더 발달하면 말이야.”
“엥? 인공세포요? 인공피부랑 인공뼈 같은 건 들어봤어도 인공세포는 처음 들어봐요.”
“그런 건 기존의 세포를 활용해서 만드는 거고, 인공세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거야. 세포 속의 소기관들과 단백질, 신호 전달과정 등 세포가 무엇으로 이뤄지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완벽하게 밝혀내서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세포를 프로그래밍하고 이것을 가지고 생명체를 창조해내는 거지. 예를 들자면 포켓몬 같은 생명체 말이야.”
“내가 원하는 형태의 생명체를 만든다고요? 그거 어째 으스스한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 생명체의 유전자 일부를 변형시키는 유전공학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다고 하면 아마 상당히 문제가 될 거야.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 인체에 치명적인 세포를 만들어 퍼트리거나 인류를 멸망시킬 생명체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에이, 그럼 인공세포 연구를 안 하면 되잖아요. 간단하네 뭐.”
“그건 또 그렇지가 않아요. 인공세포를 이용하면 백신이나 신약을 생산할 수 있는 의료용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환경오염을 막는 미생물을 개발할 수도 있고, 또 암세포를 찾아 파괴하는 바이러스 같은 치료용 세포를 만들 수도 있어. 인류의 삶을 엄청나게 개선시킬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일들이 가능해지지. 더욱이 요즘 같이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테고 말이야.”
“정말요? 어떻게요?”
“신종플루가 등장하자마자 인공세포를 이용해 부작용 없는 의료용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백신을 만들었다면 아마 지금같이 전 세계가 신종플루 앞에서 벌벌 떠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새로운 치료제 역시 금방 만들어낼 수 있었을 거고.”
“흑, 그럼 어쩌죠? 연구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것이 문제로다!”
“지금 거기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어. 아직 세포의 ‘생명회로’를 완벽하게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한 100% 새로운 인공세포 역시 만들 수 없는 상황이거든. 물론 미래에는 가능하겠지만. 그건 그렇고 태연아, 만약 인공세포가 생겨난다면 넌 뭘 하고 싶니?”
“음 아빠의 두부살과 장트러블타 엄마의 위장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 거에요. 두 분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돈도 많이 버실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할게요.”
태연의 말을 들은 아빠. 급감동 모드에 빠져든다. 태연을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눈물을 흘린다.
“꺽꺽~ 우리 태연이 다 컸구나. 장하다 내 딸. 효녀로 아주 잘 자랐어.”
태연, 아빠의 두꺼운 팔에 깔려 거의 숨도 못 쉴 지경이다. 숨을 헉헉대며 간신히 한 마디를 더 하는 태연.
“아이고, 딸을 쥐포로 만들 작정이세요! 아빠, 아직 하나 말 안한 게 있단 말이에요. 그렇게 해서 엄마 아빠가 돈을 많이 벌면 꼭 포켓몬 게임기를 사달라고 할 거라고요!!”
순간, 아빠의 눈에서 분노의 광선이 나온다.
“네가 그러기 전에, 내 반드시 효녀 세포를 만들어서 너를 심청이로 바꿔놓고 말리!!”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흥겨운 캐롤이 흐르는 성탄절 아침. 그러나 태연의 표정을 보아하니 흰 눈이 아닌 진흙탕을 달리는 기분인 듯 심술이 가득하다.
“산타할아버지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실망했어요.”
“왜 선물이 마음에 안 드니?”
“이건 피카츄 인형이잖아. 내가 갖고 싶은 건 진짜 포켓몬이었단 말이에요.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것이 감정도 있고 싸움도 잘하고 거기다 귀엽기까지 한 살아있는 포켓몬! 만약 그게 안 된다면 포켓몬 게임기였다고….”
불가능한 소원을 먼저 빈 다음, 그게 안 되면 다른 거라도 사달라고 흥정을 하는 것은 산타가 아빠라는 것을 눈치 챈 후 벌써 2년 째 태연이가 써오는 수법이다. 그러나 아빠에게 그런 얕은 수가 통할 리 없다.
“산타할아버지랑 흥정하지 말랬지! 하지만 어쩌면 미래에는 포켓몬을 정말 선물로 받는 일이 가능할지도 몰라. 인공세포 기술이 훨씬 더 발달하면 말이야.”
“엥? 인공세포요? 인공피부랑 인공뼈 같은 건 들어봤어도 인공세포는 처음 들어봐요.”
“그런 건 기존의 세포를 활용해서 만드는 거고, 인공세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거야. 세포 속의 소기관들과 단백질, 신호 전달과정 등 세포가 무엇으로 이뤄지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완벽하게 밝혀내서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세포를 프로그래밍하고 이것을 가지고 생명체를 창조해내는 거지. 예를 들자면 포켓몬 같은 생명체 말이야.”
“내가 원하는 형태의 생명체를 만든다고요? 그거 어째 으스스한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 생명체의 유전자 일부를 변형시키는 유전공학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다고 하면 아마 상당히 문제가 될 거야.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 인체에 치명적인 세포를 만들어 퍼트리거나 인류를 멸망시킬 생명체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에이, 그럼 인공세포 연구를 안 하면 되잖아요. 간단하네 뭐.”
“그건 또 그렇지가 않아요. 인공세포를 이용하면 백신이나 신약을 생산할 수 있는 의료용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환경오염을 막는 미생물을 개발할 수도 있고, 또 암세포를 찾아 파괴하는 바이러스 같은 치료용 세포를 만들 수도 있어. 인류의 삶을 엄청나게 개선시킬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일들이 가능해지지. 더욱이 요즘 같이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테고 말이야.”
“정말요? 어떻게요?”
“신종플루가 등장하자마자 인공세포를 이용해 부작용 없는 의료용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백신을 만들었다면 아마 지금같이 전 세계가 신종플루 앞에서 벌벌 떠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새로운 치료제 역시 금방 만들어낼 수 있었을 거고.”
“흑, 그럼 어쩌죠? 연구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것이 문제로다!”
“지금 거기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어. 아직 세포의 ‘생명회로’를 완벽하게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한 100% 새로운 인공세포 역시 만들 수 없는 상황이거든. 물론 미래에는 가능하겠지만. 그건 그렇고 태연아, 만약 인공세포가 생겨난다면 넌 뭘 하고 싶니?”
“음 아빠의 두부살과 장트러블타 엄마의 위장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 거에요. 두 분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돈도 많이 버실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할게요.”
태연의 말을 들은 아빠. 급감동 모드에 빠져든다. 태연을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눈물을 흘린다.
“꺽꺽~ 우리 태연이 다 컸구나. 장하다 내 딸. 효녀로 아주 잘 자랐어.”
태연, 아빠의 두꺼운 팔에 깔려 거의 숨도 못 쉴 지경이다. 숨을 헉헉대며 간신히 한 마디를 더 하는 태연.
“아이고, 딸을 쥐포로 만들 작정이세요! 아빠, 아직 하나 말 안한 게 있단 말이에요. 그렇게 해서 엄마 아빠가 돈을 많이 벌면 꼭 포켓몬 게임기를 사달라고 할 거라고요!!”
순간, 아빠의 눈에서 분노의 광선이 나온다.
“네가 그러기 전에, 내 반드시 효녀 세포를 만들어서 너를 심청이로 바꿔놓고 말리!!”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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