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지금 달은 몇 시?” 달 표준시 만들기 나서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839호   2023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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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나사(NASA)에서 달 표준시에 대한 논의는 달 통신과 탐색을 위한 기술과 표준을 개발하는 '루나네트'(LunaNet)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출처: NASA)
 
여행이나 출장으로 다른 나라에 가면 우리는 그 나라의 표준 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현재 전 세계 공식 표준시는 1967년 정식 채택된 ‘협정 세계시(Universal Time Coordinated, UTC)’로, 국제 도량형 총회나 국제천문연맹 등이 모두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표준시 덕분에 우리는 해외여행을 가서도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해도 괜찮은 시간인지를 판단할 수 있고, 다른 국가의 사업 동료와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성층권 바깥의 장소에 또 다른 표준시를 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바로 달 표준시 이야기다. 지난해 과학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달 탐사였다. 미국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중국 ‘창어(嫦娥) 프로젝트’ 같은 국가 주도의 프로그램은 물론, 미국‧유럽 등 전통적인 우주 강국에서는 민간 기업까지 달 탐사에 뛰어들고 있다. 달 탐사 최신 동향과 함께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 우주국(ESA)이 달 표준시 제정을 위해 제시한 아이디어를 살펴보자.
 
인류, 50년 만에 다시 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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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NASA는 2022년 11월 아르테미스 1호를 성공리에 시험 발사했다. 아르테미스 1호 오리온 우주선은 12월에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왔다. (출처: NASA)
 
1969년, 미국은 세계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냈다. 소련과의 계속된 우주 전쟁에서 승기를 거머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 뒤, 화성 탐사에 집중하던 미국은 2017년 말 다시 달에 눈을 돌린다. 아폴로 계획의 제1 목적이 단순히 우주비행사를 달로 보내는 데 있었다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인류를 지속적으로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 말에 성별과 인종이 다른 우주비행사들을 달에 보내기 위한 아르테미스 3단계의 선행 작업으로 미국은 작년 말 무인 탐사선 ‘오리온’을 달 궤도로 쏘아 올렸다.
 
‘오리온’이 달에서 돌아온 날(2023년 12월 11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일본 민간 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가 발사됐다. 오는 4월 말 달 착륙선이 무사히 도착하면 일본은 러시아, 미국,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하게 된다. 민간 기업으로서는 최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12월 27일 첫 우주 탐사선 ‘다누리’가 달 임무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우주 탐사 역량을 증명했다. 달 궤도선은 고해상도의 달 표면 영상과 자기장‧방사선 등을 관측하며, 10년 뒤로 예정된 한국형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선정하는 데 쓰인다.
 
다누리가 처음으로 달에서 촬영한 달 표면사진 공개
사진3. 한국형 달 착륙선 다누리가 촬영한 달 표면사진. (출처: 다누리)
 
달 표준시로 탐사선 충돌 피하자
 
이처럼 향후 10년 동안 국가와 민간 단위에서 수십 개의 달 탐사 임무가 예정되어 있다. 전 세계 우주 기관 및 학술 단체 대표들은 2022년 11월 네덜란드에 있는 유럽우주국(ESA) 유럽우주연구기술센터에 모여 달의 현재 시각을 정의할 방법에 관한 권고안의 초안을 작성했다.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6분의 1가량 약하기 때문에, 지구의 관측자가 본 달의 시간은 지구의 것보다 빠르다. NASA는 24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달의 고유 시간이 지구보다 56마이크로초 빠를 것으로 추정하는데, 지구와의 차이는 달의 위치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달 탐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일까? 기존 프로젝트들은 기체에 탑재된 양방향 통신형 크로노미터(Chronometer)와 지구에 있는 대형 심우주 안테나를 통해 확보한 신호를 협정 세계시에 동기화하는 방법을 썼다. 달 고유의 시간보다 지구의 표준시를 빌려 자체적인 시간 척도를 운영한 것이다.
 
이 방법은 소수의 기체가 독립적으로 임무를 할 때는 효과적이지만 달에 있는 기체끼리는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 혼선이 생기기 쉽다. 달의 표면적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도 크지만 기지를 만들기에 좋은 ‘명당’은 한정되기 때문에, 이 구역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인간이 만드는 달 표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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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유럽우주기구 ESA는 달에서 유인 활동을 지지하는 통신넷인 문라이트(Moonlight) 계획을 진행 중이며, 이번에 새롭게 기준이 되는 달 시각을 만들 필요성을 제창했다. (출처: ESA)
 
달의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달 전용 위성 항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마치 지구에서 특정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추정할 때 미국의 GPS, 유럽의 갈릴레오 같은 위성 항법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위해 ESA는 2022년 11월에 ‘문라이트’라는 이름의 달 위성 항법 프로젝트를, NASA는 지난 1월에 통신 중계 항법 시스템 프로젝트를 시행한 바 있다.
 
이러한 달 위성 항법 시스템은 위성 항법 신호를 수집해 달에서 위치를 찾는 실험을 먼저 거친다. 다음으로 원자시계를 탑재한 위성을 최소 3개 이상 달 주위로 쏜다. 셋 이상의 위성 신호가 달 표면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사용하면 정확한 위치를 삼각 측량할 수 있다. 도량형 학자들은 원자시계에서 나온 신호들을 합산해 달의 시간을 정할 수 있다고 본다. 혹은 이 출력값들을 지구의 협정 세계시와 맞추어 조정할 수도 있다. 전자가 달에서 독립적으로 설정된 시간이라면 후자는 지구와 동기화한 시간이다.
 
기존 달 탐사 프로그램이 독자적으로 쓴 시간 기준이나 지금 국제 천문 기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하려는 달 표준시 ‘초안’처럼, 시간을 표준화하는 일은 자연적인 조건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표준화의 여정은 달 탐사에 관련된 사람들이 공식화될 표준시를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관련 있다. 38만 km 떨어진 곳에서 기체를 제어할 과학자들에게 최적화된 형태와, 몇 년 뒤 반세기의 세월을 넘어 달에 도착할 우주비행사들이 현장 임무를 수행하기에 좋은 형태가 같을 수 있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는 여러 사람의 예측처럼, 달 표준시의 완성은 도량형의 문제라기보다 관습에 달린 것일지 모른다.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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