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진짜야, 가짜야?- 동화 속 동물들의 진실게임

<KISTI의 과학향기> 제425호   2006년 03월 29일
동화는 비록 허구의 문학이지만 예민한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만큼 내용에 있어서는 진실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어 왔고 사실로 믿어 온 동화책 속에는 많은 오류들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작가들이야 제한된 환경 속에서 동물들을 속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재미있는 한 부분만 보거나 듣고서 동화로 엮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일단 읽어주고 “이 동화는 인간생활을 동물에 빗대서 표현한 것이지, 사실 동물들은 이렇다.” 라고 다시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면 오히려 동화 속 이야기 보다 더 재미있어 할 때도 있다. 다음 몇 가지 예는 내가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부연설명한 것을 옮긴 것이다.

먼저 이솝우화 가운데 소가 되고 싶었던 개구리 이야기를 보자. 소만큼 큰 덩치를 갖고 싶었던 개구리는 뱃속에 바람을 불어넣다가 결국 배가 터져 죽고 만다. 작가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경고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개구리 중 일부, 정확히 하면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턱이나 입 양 옆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려 소리를 낼 뿐 배를 부풀릴 수는 없다. 참고로 수컷 울음소리는 발성 기관인 후막에서 만들어져 울음주머니에서 증폭된다. 물이 차면 낮은 소리를 내고, 따뜻해지면 높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만일 울음 주머니 없이 후두로만 소리를 내야 한다면 개구리는 금방 목이 쉬고 지쳐버릴 것이다.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 역시 속아 넘어가기 쉽게 되어있다. 하지만 동물들을 잘 관찰하면 진실이 보인다. 두루미의 식사형태를 자세히 보자. 부리 끝으로 꼭 집어서 고개를 들고 뒤로 기울여 넘긴다. 물도 부리에 용기처럼 담아서 목을 들어올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게 한다. 비록 여우의 ‘대접 스프’라도 얼마든지 부리로 조금씩 찍어서 먹을 수 있다. 더구나 이것이 불편하면 조금 실례가 될지 몰라도 부리를 옆으로 돌려서 한꺼번에 먹을 수도 있다. 오히려 두루미는 호리병 안의 음식을 먹는 것이 더 힘들다. 부리를 넣어 찍고 나면, 아니 부리가 벌어져야 음식이 집어 나오지, 오히려 꼭 끼어서 제대로 음식을 부리에 넣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다음은 두루미 집에 한번 가보자. 호리병에 넣었다고 여우가 못 먹을 쏘냐. 바로 두발로 호리병을 붙들고 바닥에 깨고 그대로 핥아먹었을 것이다. 개나 여우나 일단 냄새 나는, 먹을 것을 주면 어떤 용기에 넣든 대부분 먹을 수 있다.

개미와 베짱이(여치) 이야기는 인터넷에 보면 꽤 재미있는 주장들이 나온다. 그 주장들이 내 생각과도 거의 일치한다. 개미가 열심히 일한다지만 개미 중에 뼈 빠지게 일하는 일개미는 겨우 20%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병정개미, 여왕개미, 숫개미이다. 이들은 일하지 않고, 배짱이 보다 더 빈둥대다가 순간(전쟁할 때, 교미할 때)만 기다린다. 더구나 개미는 월동이 가능한 곤충이다. 반면 베짱이의 운명은 어차피 한 여름 뿐이다. 그것이 그들 수명의 전부다. 그들의 죽음은 이 동화처럼 비참한 게 아니라 참으로 짧고 굵게, 후손을 남기고 끝낸다. 베짱이가 게으르다 하는데, 천만에, 날개를 비비며 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이솝의 시절엔 육체노동의 가치가 절대적이었던 모양이지만, 베짱이의 직업은 한마디로 예술가다. 그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수록 그는 후세를 잘 잇게 되고 세상 만물은 비로소 여름이 왔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심지어 밤낮없이 그의 일은 계속된다. 보기보다 많이 놀면서 일하는 개미보다 오히려 더 부지런하고 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이 이야기도 베짱이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반면에 동물생태학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흥부전이다. 흥부전 원본을 보면 “칠산 조기 껍질 벗겨 두 다리를 돌돌 말고 오색 당사로 찬찬 감아 제 집에 넣었더니 십여일 지난 후에 양각이 완고하여 비거비래(飛去飛來) 노는 거동 보기가 장히 좋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칠산 조기껍질’은 붕대 대신, 잘 마른 살균 자연 재료라고 할 수 있고, ‘당사’ 또한 탄력있는 부드러운 실크사로 현대의 압박붕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섣불리 치료한다고 따로 두기 보다는 제집에 넣어 주는 게 새끼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며, 새들은 뼈가 가늘고 연약하면서도 잘 붙는 지라 10여일 이면 충분히 회복된다. 수의사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마치 작가가, 직접 체험한 듯한 완벽한 자연 치료법이다. 우린 그냥 제비다리 고쳐주고 박씨를 얻은 걸로만 대충 알고 있는 데, 동물들 구조하고 재활시키는 과정이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단군신화의 이야기는 너무나 속이 들여다보이는 이야기다. 즉 일부러 곰을 조상신으로 만들려는 진한 의도가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곰의 생태를 보면, 곰은 기본적으로 초식동물이자 잡식 동물이므로 마늘이든, 쑥(숙은 기호성이 높다.)이든 먹을 게 없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철저한 육식 동물인 호랑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입에 안 댈 것들이다. 여기서 스코어는 1:0, 그리고 한반도의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다. 그러니 지루한 동굴생활 100일 정도야 자기 겨울잠 자는 기간보다도 못하다. 반면에 호랑이는 겨울이라도 절대 한자리에 머무르는 법이 없다. 다시 2:0, 마지막으로 곰은 직립보행이 가능하고 새끼를 안고 다니기도 한다. 겨울잠을 자고 새끼를 안고 나오는 곰은 멀리서 보면 그대로 인간 여성의 형상이다. 그래서 3:0. 시합도 하기 전에 승부는 나 있었다. 단군신화는 신화이전에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소설이라 칭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동물 생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동화 속 이야기를 이렇게 분석해 읽어나가는 것도 책을 재미있게 읽는 한 방법이다. 분명 이솝이나 안데르센도 이런 우화를 썼을 초기에는 혹시 박식한 누군가가 딴지를 걸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명해지고 나서는 또한 누군가 자기가 미처 몰랐던 진짜 사실들을 밝혀 주길 바랐을 것이라고 믿는다. (글 : 최종욱 ? 야생동물 수의사)
평가하기
이미란
  • 평점   별 5점

아이들이 즐겨 있는 동화를 이렇게 과학적 논리로 재해석하니 나름 재미있군요. 아이들에게도 한번 읽어 보라고 해야겠어요.

2009-04-08

답글 0

히야
  • 평점   별 5점

정규섭씨는 진짜~ 재미있게 읽으셨나보네요 ㅎㅎ

2006-04-13

답글 0

윤종선
  • 평점   별 5점

앞으로 동화를 쓰려는 사람들에게도 참고되겠어요. 그리고 단군신화나 흥부전 이야기는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해석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아요.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2006-04-05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김사무
  • 평점   별 5점

오랜만에 생물 감사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김근호
  • 평점   별 5점

동화에 나오는 비 과학적인 사실을 조목조목 짚어 주어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읽고 자라온 동화는 그 자체가 바로 상상의 세계였습니다.
특별히 현실과 연관 지을 필요가 없었고 이야기를 읽고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하늘을 날아보는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 봤을 것입니다.
문학을 읽으면서 그속에 과학을 논하지는 않는것 아니겠습니까?

기사에 딴지를 걸겠다는 뜻이 아님을 양해 바랍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빨강머리앤
  • 평점   별 5점

정말 재미있네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너무 좋겠네요. 유익한 이야기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있답니다. 좋은 정보 항상 감사해요.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매원
  • 평점   별 5점

학급에 게시하며 더불어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정규섭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3-30

답글 0

지교헌
  • 평점   별 3점

유익한 기사에 대하여 감사합니다. 이솦 우화에는 자연과학의 측면뿐만 아니라 그 밖의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10여년전에도 교육개발원의 어느 연구사가 연구한 보고서(?)가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읽힐 좋은 동화나 읽을거리가 많이 연구되고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

2006-03-29

답글 0

이태훈
  • 평점   별 5점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대해 많이 배웠네요....

2006-03-29

답글 0

권민금
  • 평점   별 4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06-03-29

답글 0

최하연
  • 평점   별 5점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많이 알았으니 좋네요...*^^*

2006-03-29

답글 0

강효덕
  • 평점   별 5점

정말 재미있네요...이제 아기가 태어날텐데, 동화를 읽어주더라도 엄마가 이런 지식들을 충분히 알면 더욱 좋겠네요~^^

2006-03-29

답글 0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일링 구독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