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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차가운 살인마 잡는 프로파일러
<KISTI의 과학향기> 제1060호 2010년 04월 05일
희대의 연쇄살인범들에게 ‘사이코패스(반사회적성격장애자)’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망상이나 환청에 사로잡혀 현실감각이 없고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는 정신병자(사이코시스)와 달리 사이코패스는 선과 악을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고 분명한 현실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정상인’이다.
다만 이들은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을 잘 공감하지 못하고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며 극단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양심이 결여된 고장난 인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뇌에 대한 PET(양전자단층촬영)영상은 충동조절과 사고능력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대사 작용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지루함이나 따분함을 느끼는 ‘낮은 각성(low arousal)’상태이며, 극단적 자극과 쾌락을 좇고 위험한 일을 즐기는 경향도 있다.
이런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기질과 후천적 문제가 결합돼 나타난다. 특히 유아기와 아동기 같이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학대당하거나 가정폭력을 보는 것 등으로 충격(trauma)을 겪게 되거나 애정과 관심 부족으로 욕구체계와 감정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생후 3개월 간 양육자가 바뀌거나 모성이 불안정한 경우 발생하는 ‘애착 외상(attachment trauma)’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사이코패스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거치면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가학성 등 ‘품행장애’를 드러내다가 체벌이나 징계 등 제재를 당하게 되면 이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과 거짓 행동으로 본성을 감추는 ‘위장술’을 터득한다. 중고등학교 이후 만나는 친구나 이웃 등은 위장된 겉모습만 보고 이들에 대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성실하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십상이다. 간혹 돌발적인 폭력이나 기망, 절도 등 범죄행동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순간적인 실수나 흔히 있는 일탈행동으로 치부된다.
삶의 의미, 사회와 인간관계, 진정한 사랑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이코패스는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오직 이익과 쾌락만을 추구하고 남들이 자신의 가치와 매력을 인정해 주기만을 기대한다. 그 결과 좌절과 실패, 거절 등을 겪게 되고 현실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이런 좌절된 욕구를 달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하는 것이 술이나 성매매, 폭력, 살육, 음란을 소재로 한 만화나 게임 등이다. 이마저도 양에 차지 않게 되면 성폭력이나 살인 등 범죄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첫 범행에 성공하면 그 쾌감과 완전범죄를 저지른다는 성취감, 남보다 뛰어나다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범행을 반복하는 ‘범죄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이코패스는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범행을 거듭할수록 현장에는 이들의 ‘행동증거’가 더 많이 남게 된다. 이러한 행동증거를 포착하고 분석해 범인의 윤곽을 그리는 이들이 바로 ‘프로파일러(Profiler)’다.
범죄심리수사기법과 과거 사건분석 등으로 특수훈련을 받은 프로파일러들은 기존의 수사기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이상범죄나 연쇄범죄 수사에 투입돼 수사방향 설정과 용의자 범위 축소 등의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용의자가 검거된 뒤에는 이들의 성격과 심리적 특성에 맞는 신문기법을 사용해 여죄를 파악하고 자백을 이끌어낸다.
2001년 서울에서 발생한 4세 여아 납치피살 사건 범인은 프로파일러의 활약이 두드러진 사례다. 당시 외부 전문가들은 고도의 지능범이 저지른 범죄라 추정했고, 법의학적 소견에서는 정육점 종사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는 다른 가능성을 내놓았다. 납치된 아이 부모에게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고, 납치범이 돈을 요구하지 않아 ‘성적인 목적’으로 납치를 시도했다고 본 것이다. 또 시신이 납치된 지 1주일만에 냉동된 채 발견됐고, 손으로 호흡기를 막아 소리가 멀리 퍼지지 않게 한 것에서 ‘인근에 혼자 사는 남자’로 범인의 범위를 좁혔다. 프로파일러의 의견에 따라 수사를 집중한 결과, 프로파일링과 일치하는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최근 기존의 ‘심리적 프로파일링’에 덧붙여 ‘지리적 프로파일링’시스템을 구축했다. 연쇄범죄 범죄 장소의 특성과 관계를 분석해 용의자의 거주지와 활동 근거지, 다음 범행 예상 장소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부산 성폭행 살인범 역시 이러한 지리적 프로파일링에 의해 그 도주은거 범위가 좁혀졌고 이에 따른 경찰의 집중 수색에 결국 걸려들었다.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옛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사이코패스든 아니든, 연쇄범죄자는 ‘꼬리가 길면 잡힌다.’
글 : 표창원 경찰대 교수
다만 이들은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을 잘 공감하지 못하고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며 극단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양심이 결여된 고장난 인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뇌에 대한 PET(양전자단층촬영)영상은 충동조절과 사고능력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대사 작용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지루함이나 따분함을 느끼는 ‘낮은 각성(low arousal)’상태이며, 극단적 자극과 쾌락을 좇고 위험한 일을 즐기는 경향도 있다.
이런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기질과 후천적 문제가 결합돼 나타난다. 특히 유아기와 아동기 같이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학대당하거나 가정폭력을 보는 것 등으로 충격(trauma)을 겪게 되거나 애정과 관심 부족으로 욕구체계와 감정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생후 3개월 간 양육자가 바뀌거나 모성이 불안정한 경우 발생하는 ‘애착 외상(attachment trauma)’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사이코패스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거치면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가학성 등 ‘품행장애’를 드러내다가 체벌이나 징계 등 제재를 당하게 되면 이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과 거짓 행동으로 본성을 감추는 ‘위장술’을 터득한다. 중고등학교 이후 만나는 친구나 이웃 등은 위장된 겉모습만 보고 이들에 대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성실하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십상이다. 간혹 돌발적인 폭력이나 기망, 절도 등 범죄행동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순간적인 실수나 흔히 있는 일탈행동으로 치부된다.
삶의 의미, 사회와 인간관계, 진정한 사랑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이코패스는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오직 이익과 쾌락만을 추구하고 남들이 자신의 가치와 매력을 인정해 주기만을 기대한다. 그 결과 좌절과 실패, 거절 등을 겪게 되고 현실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이런 좌절된 욕구를 달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하는 것이 술이나 성매매, 폭력, 살육, 음란을 소재로 한 만화나 게임 등이다. 이마저도 양에 차지 않게 되면 성폭력이나 살인 등 범죄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첫 범행에 성공하면 그 쾌감과 완전범죄를 저지른다는 성취감, 남보다 뛰어나다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범행을 반복하는 ‘범죄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이코패스는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범행을 거듭할수록 현장에는 이들의 ‘행동증거’가 더 많이 남게 된다. 이러한 행동증거를 포착하고 분석해 범인의 윤곽을 그리는 이들이 바로 ‘프로파일러(Profiler)’다.
범죄심리수사기법과 과거 사건분석 등으로 특수훈련을 받은 프로파일러들은 기존의 수사기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이상범죄나 연쇄범죄 수사에 투입돼 수사방향 설정과 용의자 범위 축소 등의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용의자가 검거된 뒤에는 이들의 성격과 심리적 특성에 맞는 신문기법을 사용해 여죄를 파악하고 자백을 이끌어낸다.
2001년 서울에서 발생한 4세 여아 납치피살 사건 범인은 프로파일러의 활약이 두드러진 사례다. 당시 외부 전문가들은 고도의 지능범이 저지른 범죄라 추정했고, 법의학적 소견에서는 정육점 종사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는 다른 가능성을 내놓았다. 납치된 아이 부모에게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고, 납치범이 돈을 요구하지 않아 ‘성적인 목적’으로 납치를 시도했다고 본 것이다. 또 시신이 납치된 지 1주일만에 냉동된 채 발견됐고, 손으로 호흡기를 막아 소리가 멀리 퍼지지 않게 한 것에서 ‘인근에 혼자 사는 남자’로 범인의 범위를 좁혔다. 프로파일러의 의견에 따라 수사를 집중한 결과, 프로파일링과 일치하는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최근 기존의 ‘심리적 프로파일링’에 덧붙여 ‘지리적 프로파일링’시스템을 구축했다. 연쇄범죄 범죄 장소의 특성과 관계를 분석해 용의자의 거주지와 활동 근거지, 다음 범행 예상 장소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부산 성폭행 살인범 역시 이러한 지리적 프로파일링에 의해 그 도주은거 범위가 좁혀졌고 이에 따른 경찰의 집중 수색에 결국 걸려들었다.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옛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사이코패스든 아니든, 연쇄범죄자는 ‘꼬리가 길면 잡힌다.’
글 : 표창원 경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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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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