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지리여행] 여행지가 즐거운 지리여행법

<KISTI의 과학향기> 제2962호   2017년 06월 28일
대학은 벌써부터 방학이다. 직장인들도 다시 캐리어를 꺼내 슬슬 떠날 채비를 한다. 모두들 힘들여 외국으로 향하는 건 이국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즐기기 위함이다. 5대양 6대주. 이번엔 어디로들 떠날지 궁금하다. 그곳에선 과연 어떤 경관을 보게 될까. 어떤 문화를 만나게 될까. 
 
오늘은 여행지가 즐거운 지리여행법에 대해 알아보자. 지리여행의 주목적은 여행지의 지역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지역사(地域史)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우선 방문지의 기후 특성부터 알아야 한다. 자연 환경은 기후의 산물이다. 인간의 삶도 물론이다. 기후에 따라 의식주가 달라진다. 아시아인과 유럽인의 주식(主食) 차이도 기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식주 변천사가 독특한 지리 문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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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융프라우와 계곡 빙하. 지형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산사면을 따라 빙하가 흘러내려 오는 모습이 흥미롭다. (출처: 박종관 교수)
 
기후를 알았다면 이번엔 지형이다. 외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우리나라와 다른 풍광일 것이다. 그러나 지형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알프스 융프라우에서는 석회암 융기와 만년설이 만들어낸 고산지형을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영국의 둥글둥글한 완경사 구릉지는 빙하가 깎아낸 흔적이라는 사실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는 대협곡의 형성 과정이 관전 포인트다. 이탈리아의 에트나 화산에서는 화산쇄설물과 기생화산을, 노르웨이에서는 피오르드의 형성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지구 곳곳의 지형 형성과정을 전부 알기란 어렵다. 전문가는 지형 형성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 어디서든 눈앞의 지형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암석의 종류와 풍화를 이해하고 빗물과 바람, 얼음의 침식과 운반, 퇴적 작용을 알면 누구나 흥미로운 지형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지구 내적 작용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맨틀 대류, 화산과 지진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젠 나도 지형해설사가 되는 셈이다.
 
석회암 지형을 예로 들어보자. 석회암(limestone) 지대에는 일 년 내내 많은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스위스 알프스, 중국의 계림과 석림, 터키 파묵칼레, 베트남 하롱베이, 태국 푸켓, 일본 아키오시다이 등은 지구촌 유명 여행지다. 석회암은 주요 성분이 탄산칼슘(CaCO3)이며 바닷속 조개껍데기와 산호 같은 석회질이 만든 퇴적암이다. 석회암 지역에 융기란 단어가 따라 붙은 이유다. 여행지에서 아래와 같은 경치를 맞닥뜨렸다면 ‘와~! 저 석회암 좀 봐!’ 라고 말하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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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태국 푸켓 팡야(Phang Nga)의 석회암 수직 절벽. 석회암 수직 절벽에는 어디서나 사진과 같은 허연 빗물 자국을 볼 수 있다. 중국의 계림과 석림, 베트남 하롱베이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동강에서도 이 같은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출처: 박종관 교수)
 
기후와 지형을 봤다면 그 다음엔 물을 봐야 할 차례다. 물은 크게 지표수와 지하수로 구분된다. 여행지에서의 지표수란 계곡수, 하천수, 호소수, 바닷물, 만년설, 빙하를 말한다. 지하수란 습지, 용천수, 온천, 우물 등으로 대표된다. 물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물이 만든 침식지형과 퇴적지형은 물을 알아야 제대로 볼 수 있는 여행 콘텐츠다. 물은 순환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여행지에서 호수를 보고 그 유역을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지리여행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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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북해도 시로가네(Shirogane) 온천의 시로히게(Shirahige) 폭포. 따뜻한 온천수가 배어 나와 폭포를 이루고 있는 게 신기하다. 지하수가 폭포를 만들고 있다. (출처: 박종관 교수)
 
마지막으로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전체보기와 들여다보기를 해야 한다. 거시적 규모(macro scale)와  미시적 규모(micro scale). 코끼리 모양 전체를 살핀 뒤 코끼리 코와 앞다리와 뒷다리를 관찰해야 한다. 전경을 보고 나서 그 속에 담긴 디테일을 찬찬히 읽어야 한다. 디테일을 찍을 땐 사람이나 동전, 볼펜 같이 누구나 알고 있는 크기의 물체를 옆에 두고 찍도록 한다. 디테일에 대한 호기심은 지구의 경외감을 더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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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미시적 규모 사진의 사례. 아르헨티나 윌리체산(Huyliche mountain)의 솜브레로(sombrero)라 불리는 풍화 미지형. (출처: 박종관 교수)
 
히말라야로 가거든 거대 산맥을 본 뒤 계곡 모양을 음미해 보자. 흐르는 물의 색과 온도도 체험해 보자. 산사면 경사와 암석 풍화 모양새도 살펴보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선 힌두사원을 만든 암석이 어디에서 왔는가, 그 암석 특징은 무엇인가를 유심히 보도록 하자. 남미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무엇을 봐야 하며, 파타고니아에서는 어떤 감흥을 받아야 하는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찾아보도록 하자. 남이 건네주는 여행은 무의미하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찾아가 그냥 사진만 찍다 올 것인가. 아니면 방문지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올 것인가. 여행은 아는 것만큼 보이게 마련이다. 이번 여름에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관찰 지리여행’을 해보자. 감성이 되살아 날 것이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여행지리’ 교과목이 신설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글·사진 :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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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yhun89
  • 평점   별 5점

좋은이야기고맙습니다---!중요한것은사물을이해하고받아들이는자세이겠습니다.다음번에도좋은이야기부탁드립니다!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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