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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for Kids] 곤충이 인공불빛에 모여드는 이유는?
<KISTI의 과학향기> 제3068호 2024년 06월 10일여름은 파리, 모기, 나방과 같은 곤충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그만큼 밤에 가로등이나 전구 같은 인공불빛에 수많은 날벌레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곤충은 왜 빛에 모여드는 걸까요?
사진 1. 여름이면 가로등 빛에 모여드는 곤충들을 쉽게 볼 수 있다. ⓒshutterstock
인공불빛에 모여드는 것은 방향 감각 상실 때문
과학자들은 곤충이 인공불빛을 좋아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 가설을 제안했어요. 어떤 과학자들은 곤충이 밝은 곳을 향해 날아가는 본능이 있어 빛에 끌리는 거라고 설명했어요. 다른 과학자들은 곤충이 조명에서 나오는 너무 밝은 빛에 눈이 멀어서 빛에 모여드는 거라 생각했어요. 빛에서 나오는 따뜻한 열이 곤충을 끌어당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도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이 곤충이 인공불빛에 모여드는 것은 빛에 끌리기 때문이 아니라, 방향 감각을 잃어 어지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이용해 자연과 실험실 환경에서 나방, 잠자리, 초파리 등 곤충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촬영했어요. 그리고 곤충의 움직임을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분석했어요. 그 결과, 곤충들은 인공불빛 근처에서 빛을 등진 채 날아다녔어요. 원래 곤충은 햇빛이나 달빛을 등 뒤에 두고, 이 빛을 나침반처럼 사용해서 방향을 찾아요. 그리고 비행경로나 자세를 일정하게 유지하죠. 이를 ‘배광 반응’이라고 해요. 어디에 있든 빛을 항상 머리 위쪽에 두려고 하는 습성을 갖고 있는 거예요.
사진 2. 연구팀은 조명 아래에서 곤충이 날아다니는 움직임을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Thomas Angus
하지만 조명의 인공불빛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나 달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곤충들은 인공불빛 아래에서 여러 가지 이상 행동을 보였어요. 조명 주위를 끝없이 빙빙 돌거나, 불규칙하게 비행을 하거나, 갑자기 조명에 달려들거나, 심지어는 부딪혀 땅으로 떨어지기도 했죠. 연구팀은 태양이나 달이 내는 빛은 위쪽에서 아래로 퍼지는 반면, 인공조명은 빛이 사방에서 퍼진다고 설명했어요. 그렇기에 곤충은 인공조명 아래에서 빛을 등지기 위해 자세를 계속 바꿔야 하죠. 그래서 방향 조절 능력에 큰 방해를 받게 되고, 비행경로도 불규칙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거예요. 실제로 연구팀은 빛이 위에서 아래로 퍼지는 조명으로 실험했을 때, 곤충들이 정상적으로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답니다.
사진 3. 연구팀의 분석 결과, 곤충은 인공조명 아래에서 빙빙 돌거나(왼쪽), 갑자기 위로 상승하거나(가운데), 땅으로 추락하는(오른쪽)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Nature Communications
빛 공해로 피해 입는 곤충들
연구를 이끈 사무엘 파비안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공학과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야간 조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밤의 불빛은 공해”라고 말했어요. 현대 사회의 밤은 온갖 인공조명들로 매우 밝아요. 이 조명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우리에겐 아름다운 야경이지만, 곤충들에게는 심각한 피해가 되고 있죠. 이를 ‘빛 공해’라고 불러요.
그림 4. 동아시아의 밤을 찍은 위성 사진. ⓒshutterstock
곤충들은 불빛 때문에 방향 감각을 잃어버려 길을 잃고 있어요. 심지어 반딧불이 같은 곤충은 스스로 내는 빛으로 짝을 찾는데, 곳곳을 뒤덮은 인공불빛으로 짝짓기에 방해를 받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곤충의 수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생태계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어요.
연구팀은 빛이 위쪽을 향하는 조명을 줄이고, 땅에 반사되는 빛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밤에 날아다니는 곤충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어요. 여러분의 작은 노력도 빛 공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답니다. 우리 모두 곤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봐요!
※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3학년 1학기 과학 - 동물의 한살이
5학년 1학기 과학 - 다양한 동물과 우리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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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1학기 과학 - 다양한 동물과 우리 생활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EZ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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