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가로수로 뽑히려면 5가지가 필요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704호   2008년 01월 09일
딱딱한 건물들, 성냥갑마냥 똑같은 아파트, 단조롭게 생긴 도로들. 이런 도심에 가로수조차 없다면? 도시인의 일상은 무척 지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로수 덕분에 도시인도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봄의 신록은 생명의 약동을 느끼게 하며, 여름의 성록은 시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가을의 단풍은 색채 향연을 음미하게 하고, 겨울의 앙상한 가지는 인생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최근 서울시는 율곡로, 강남대로 등 10개 간선도로를 ‘가로수 10대 시범가’로 지정하고 올해부터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특정 나무만 심은 거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강남대로에는 마로니에로도 불리는 칠엽수, 신촌로는 목련, 영동대로와 동1ㆍ2로는 느티나무, 경인로는 중국단풍, 수색로는 벚나무, 율곡로는 회화나무, 왕산로는 복자기, 한강로는 대왕참나무, 남부순환로는 메타세콰이어를 심을 계획이다.

그런데 과일나무는 맛있는 과일이 열려야 하고, 조경나무는 멋지게 생겨야 하는 것처럼 가로수가 되는데도 특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가로수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선 기후와 풍토에 알맞은 수종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는 않지만 남북으로 길어 나무가 살아가는데 적합한 환경 요인의 편차가 크다. 제주도와 남쪽 도서, 남해안 일대는 소위 난ㆍ온대지역이라 상록활엽수종이 주된 식생을 이룬다. 제주공항에 내리면 열대성 수목인 야자나무가 도로 양편에 심어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반면 서울은 온대 중부지역으로 낙엽활엽수종이 주된 식생을 형성하고 있다. 풍토에 적합한 수종을 심어야 별 탈없이 잘 자란다.

그리고 잎의 크기가 클수록 좋다. 전 세계가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은 플라타너스는 매우 넓은 잎을 가지고 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은 자동차 소음을 막아주고 매연이나 먼지를 흡수하는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잎이 넓으면 여름에 짙은 녹음을 만들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에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청소하기 유리하다. 강남대로에 심게 될 칠엽수나 신촌로의 목련도 잎의 크기가 둘째라면 서러운 나무들이다.

가로수는 도시의 햇볕, 건조, 열, 대기오염과 같은 온갖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 이런 불리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병충해에 강한 나무가 가로수로 선택된다. 동1ㆍ2로와 영동대로에 심어질 느티나무는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에 약한 나무로 알려져 한 동안 가로수에서 제외돼 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 대기오염이 줄면서 도심의 생태공원이나 도로변에 느티나무를 심는 곳이 많아졌다.

더불어 가지를 끊어 나무 모양을 다듬어줄 때 견뎌 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지만 가로수로 심어진 소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나무는 나무의 모양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는 옆으로 자란 가지를 자르면 위로 치솟고, 위로 자라는 가지를 자르면 옆으로 줄기가 펴져 자란다. 나무의 모양을 맘대로 만들기 힘들다. 반면 플라타너스나 버드나무는 주변의 간판이나 전선을 피해 가지를 잘라줘도 생육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상한 냄새나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내지 않아야 한다.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매우 적합하지만, 가을마다 썩은 냄새를 풍기는 열매를 거리에 떨어뜨린다. 또 버드나무도 봄철에 하얀 솜털처럼 보이는 종자를 흩날려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이들 나무는 꽃가루를 만드는 수나무와 열매를 만드는 암나무로 나뉜다. 열매가 문제이기 때문에 수나무만 골라 심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과 여인의 흩어진 머릿결 같은 버드나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가 있는 길을 가는 사람의 마음은 품 넓은 나무를 닮게 된다. 남부순환로를 걷는 사람은 키 큰 위용을 자랑하는 메타세콰이어의 웅장함을 닮고, 왕산로를 걷는 사람은 일반 단풍나무보다 더 붉게 물드는 복자귀의 화사함을 닮을 것이다. 가로수는 항상 제자리에 맴돌고 있는 것 같지만 항상 변화하고 있다. 가로수 덕분에 도시인도 자연의 따스함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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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 평점   별 5점

잣나무는 기온이 낮은 고산지대가 서식환경으로 적합합니다. 도심은 생육적지가 되지 못합니다. 또한 잣나무는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수형을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지치기를 하게 되면 모양이 예쁘지 못합니다.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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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수
  • 평점   별 5점

저는 나무를 공부 한 사람은 아니지만 관심을 갖고 가로수를 보아온 겨험에 의하면 가로수는 잣나무가 가잔 좋다고 봅니다. 수형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삼각형이고 사철 나무이고 병충해 없고 태풍에도 절대로 쓸어지지 않으며

201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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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가로수에 아무 나무나 심는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군요 ^^ 개인적으로는 소나무가 맘에 드는데 가로수로는 적합하지 않은 나무군요. 요즘 여의도에서 벚꽃축제가 한창이라더군요 ^^ 이문세씨의 노래도 생각이 나네요.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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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 평점   별 5점

버드나무 는 몰라도 제가 좋아하는 은행나무 가 성 고문 의 대상이라니 -_-;; 무척 불쌍하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자주 볼수있으면 좋을것 같은데 너무 잔인한가요 *^^*;;

200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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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대통령
  • 평점   별 5점

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해마다 봄이면 가로수를 사정없이 잘라버리는데 간판이나 전선같은 구조물 보다 가로수가 더 소중한 재산임을 생각해서 쭉쭉 자라도록 내버려 뒀으면 좋겠습니다
전선에 방해가 되면 피해가 도록 가지를 들어주고 피해주면 된다 나무는 유연하니까요^^

200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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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 평점   별 5점

암나무는 열매가 많이 열리면 수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지가 아래로 쳐집니다. 그래서 흔히 열매가 열리지 않는 계절에 가지가 옆으로 펴지면 암컷, 위로 크면 수컷이라고 추정합니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생육 특성상 나이가 많아지면 전체적인 나무의 모습이 부정형(모양이 일정치 않음)으로 자라나 외형만으로는 암수의 구별이 어렵습니다.

오직 가을에 열매가 맺느냐로 판단하는 게 가장 쉽겠죠.^^

200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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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 숙
  • 평점   별 5점

과학향기 덕분에 유식해지고 있어요요요~~^^ 고맙습니다.ㅎㅎ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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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욱
  • 평점   별 5점

도시 관리인들에게는 은행나무의 은행이 골칫거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가을이 되어 은행나무의 은행이 열리면 우리 시민들은 은행따는 재미로 삽니다. 그 냄새도 도시냄새에 찌든 우리에게 잠시나마 시골을 생각나게 해줘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언가 수확하는 것을 보기 힘든 도시에서는 은행나무가 그래도 유일하게 수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아무런 열매도 없고 줄기도 알록달록하고 가을이되면 진한 갈색의 낙엽이 너무커서 보기 싫은 플라타너스 나무가 싫어요...ㅡㅡ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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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인
  • 평점   별 5점

동갑입니다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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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이
  • 평점   별 5점

아하~~!그렇군요!!소나무가왜가로수가 없는지이제 알았네요,흐힛재밌어요!!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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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
  • 평점   별 5점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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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 평점   별 5점

소나무 같은 경우에는 한 나무에서 수꽃과 암꽃이 함께 피어서 자가수분(자신의 꽃가루로 암꽃에 수분이 일어나는 일)이 가능하지만 은행나무는 태어날 때부터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태어난답니다.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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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
  • 평점   별 5점

은행나무가 정말 암수가 있었나.....
숫놈도 됬다가 암놈도 됬다가 한다고 배운거 같은데....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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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지
  • 평점   별 5점

당연하죠-_-;; 암나무는 가지가 아래로 휘어져 있습니다.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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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평점   별 5점

은행나무 암수 구별이 되나요?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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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 평점   별 5점

은행나무 가을철에는 아주 예쁜 노란색으로 환하게 주위를 만들어 주지만.
열매인 은행은 아주 응가폭탄이죠...물론 몸에는 좋지만..^^
그렇다고 숫나무만 심으면..아무리 나무지만...사람도 남자만 득시글대면 좀 그런데...은행나무도 기분이 좀 그렇지 않을까요..^^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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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 평점   별 5점

플라타너스도 고유의 냄새가 있잖아요..ㅋ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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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 평점   별 5점

플라타너스의 송충이는 어쩔꺼냐구요..;;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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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평점   별 5점

복자기 나무 길이라...벌써 설레이는 군요. 불타는 붉은 단풍이 보고 싶어 가을이 기다려 지네요.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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