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과학향기 for Kids] ‘항문으로 숨을 쉴 수 있다?’…엉뚱한 이그노벨상 연구들

<KISTI의 과학향기> 제3104호   2024년 10월 14일
올해에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시작됐습니다. 노벨상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되는 상으로, 과학자들에겐 노벨상을 받는 것만큼 큰 영광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벨상을 패러디한 상도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바로 엉뚱하고 기발한 연구를 한 과학자들에게 수여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입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에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데요. 올해에는 과연 어떤 연구가 이그노벨상을 받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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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9월 12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IMPROBABLE RESEARCH 영상 캡처
 
[생리의학상] 포유류, 항문으로도 숨을 쉴 수 있다
 
올해 이그노벨 생리의학상은 포유류가 폐뿐만 아니라, 항문으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팀이 받았습니다. 이 연구를 이끈 일본 도쿄대학교 다케베 다카노리 교수는 폐가 좋지 않은 아버지의 치료법을 찾던 중,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미꾸라지와 메기가 창자를 통해 호흡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다케베 교수는 포유류도 같은 방식으로 호흡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직접 실험에 나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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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이그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도쿄대 연구팀이 포유류의 항문 호흡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IMPROBABLE RESEARCH 영상 캡처
 
연구팀은 생쥐와 돼지의 항문에 산소가 많이 녹아있는 액체를 주입했습니다. 그 결과,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동물들은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즉 연구팀이 예상한 대로 포유류도 항문을 통해 숨을 쉴 수 있는 것이었죠. 연구팀은 이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통계학상] 동전 던지기 확률은 50:50이 아니다!
 
이그노벨 통계학상은 동전 던지기 확률을 확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의 연구팀이 차지했습니다. 수학에서는 동전을 던질 때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을 각각 50%로 봅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동전을 35만 번 던진 결과, 처음 던질 때와 같은 면으로 동전이 떨어질 확률이 0.8% 더 크다고 발표했어요. 즉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지 않다는 뜻이에요. 아주 작은 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전 던지기로 승패를 가뤄야 하는 순간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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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실험을 통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같지 않다고 밝혀졌다. ⓒshutterstock
 
[의학상] 입에 쓴 가짜 약이 몸에 더 좋다?
 
여러분은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 알고 있나요? 플라시보 효과란, 환자들이 효과가 없는 약을 먹었음에도, 상태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독일 함부르크 에펜도르프대학교의 리븐 아 쉔스 교수 연구팀은 입에 쓴 가짜 약이 아무 맛도 안 나는 가짜 약보다 치료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그노벨 의학상을 받았어요. 연구팀은 무릎이 아픈 사람들에게 캡사이신이 든 가짜 약과 아무 맛이 없는 가짜 약을 주고, 통증에 효과가 있다고 속였습니다. 이후 사람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캡사이신이 든 가짜 약을 사용한 환자들의 뇌가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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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속담처럼, 가짜 약 역시 입에 쓸수록 플라시보 효과가 컸다. ⓒshutterstock
 
왜 엉뚱한 연구에 상을 줄까?
 
이 밖에도 재밌는 연구들이 이그노벨상을 탔습니다. 살아있는 비둘기를 미사일 내부에 넣어 목표물까지 안내하는 실험은 평화상을, 출생·사망 신고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지역일수록 오래 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는 인구통계학상을, 남미에 서식하는 한 식물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잎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연구는 식물학상을 받았습니다. 또 죽은 송어의 수영 능력을 연구한 실험은 물리학상을, 크로마토그래피를 활용해 술에 취한 벌레를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는 화학상을, 겁에 질린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팀에겐 생물학상이 주어졌답니다. 마지막으로 이그노벨 해부학상은 사는 지역에 따라 가마의 모습이 다르다는 연구를 한 프랑스와 칠레 연구팀에게 돌아갔답니다.
 
이그노벨상은 올해에도 기발하고 참신한 연구를 선보이며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제공했는데요. 엄격하고 진지한 연구와 달리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기도 합니다. 또 연구자들에게는 더욱 창의적인 연구를 해볼 기회를 제공한답니다. 내년에는 어떤 수상작들이 우리를 즐겁게 만들지 벌써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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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3학년 1학기 과학 - 동물들의 한살이
6학년 2학기 과학 -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글 : 남예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 EZ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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