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바나나가 멸종위기에 빠졌다고?

<KISTI의 과학향기> 제1532호   2012년 01월 30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과일로, 우리나라에서도 과일로 먹지만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선 주식일 만큼 중요한 식량.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 이 설명이 가리키는 과일은 무엇일까? 바로 ‘바나나’다.

바나나는 그냥 날로 먹거나 샐러드 등 디저트용 음식에 첨가해서, 혹은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으로 먹는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다. 그 역사와 숨은 이야기 또한 많은 과일이기도 하다.

바나나는 높이가 3m에서 크게는 10m까지 되는 나무에서 열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바나나는 나무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풀에서 열린다. 바나나 농장에서는 바나나를 수확하자마자 베어버린다. 바나나가 한번 열린 줄기에는 다시 바나나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바나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림 1]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풀에서 열린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바나나는 기원전 5,000년 전부터 말레이 반도 부근에서 재배되기 시작했을 만큼 그 역사가 길다. 이후 원주민의 교류에 의해 각지로 전파되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백 종의 바나나가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이중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용하는 바나나는 단 1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야생 바나나들인데, 이 야생 바나나는 열매 속에 크고 딱딱한 씨를 가득 품고 있어 먹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처음 재배할 당시만 해도 바나나 열매가 아닌 뿌리를 캐 먹기 위해 경작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씨 없는 돌연변이가 나타나면서 오늘날의 바나나가 정착된 것이다.

그렇다면 씨가 없는 바나나는 어떻게 번식을 할까? 열매를 수확한 후 밑동을 잘라내면 6개월 후 땅속줄기에서 새로운 어린줄기가 자라게 된다. 뿌리를 잘라 옮겨심기만 해도 바나나가 열리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바나나만 얻게 된다. 씨 없는 바나나의 경작으로 인간들은 바나나를 먹기 쉬워졌는지 몰라도, 바나나 입장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져 그만큼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병충해가 휩쓸 경우 전멸당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캐번디시(Cavendish)’라는 한 품종인데, 처음부터 이 품종이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까지는 ‘그로 미셸(Gros Michel)’이라는 품종이 주를 이뤘다. 이 품종은 맛과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장거리 운송이 가능하단 점 덕분에 상품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파나마병이 유행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파나마병은 푸사륨(fusarium) 속 곰팡이가 물과 흙을 통해 바나나 뿌리에 감염되는 병으로, ‘바나나 암’?이라 불릴 만큼 바나나에게는 치명적인 병이다. 1903년 파나마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 병에 걸리면 잎이 갈색으로 변한 후 말라죽게 된다. 그로 미셸은 이 병에 저항성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바나나 농장들은 바나나가 집단 폐사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결국 1960년대 그로 미셸은 생산이 중단됐다.

하지만 인류는 바나나를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1960년대 중반, 파나마병에 잘 견디는 ‘캐번디시’ 품종을 간신히 찾아냈다. 그로 미셸보다 크기가 작고 맛과 향도 떨어졌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후 그로 미셸 품종은 사라지고 캐번디시 품종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림 2] 야생 바나나는 크고 딱딱한 씨가 가득 차 식용으로 먹기 힘들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1980년대 대만에서 캐번디시 품종이 파나마병 증상으로 말라죽기 시작했다. 분명 캐번디시 품종은 파나마병에 내성이 있는 종이었지만, 변종 파나마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에서 재배되던 캐번디시 70%가 사멸했다. 현재까지 파나마병의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아 바나나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종 파나마병은 대만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 호주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로써 단 한 종뿐인 식용 바나나 캐번디시 역시 멸종 위험에 노출됐다.

그렇다면 변종 파나마병에도 강한 바나나 품종을 개발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할 수 있지만, 바나나의 품종개량은 그리 쉽지 않다. 앞서 밝혔듯, 씨가 없는 바나나는 번식력이 전혀 없다. 이런 식물을 품종개량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자손을 길러내 원하는 특성을 모두 담은 후 다시 씨 없는(번식력이 없는) 식물로 만드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빠졌다는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과학자들은 병충해에 강하고 맛이 좋은 바나나 품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단지 과일이 아닌 인류의 좋은 먹거리이자 식량인 바나나,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한 신품종이 하루 빨리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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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찬
  • 평점   별 5점

미니언들이 들으면 충격적인 기사일 듯 보이네요.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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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 평점   별 5점

와 바나나가 원래 씨가 있는 과일이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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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 평점   별 5점

글 잘읽었습니다!

2016-03-08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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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gg

2013-07-04

답글 0

박창후
  • 평점   별 5점

오 바나나에 대해 좋은 정보를 얻었네요^^
씨없는 바나나가 돌연변이였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네요 ㅎㅎ 그리고 바나나를 앞으로도 계속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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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좋은 지식을 전달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새로운 상식이 늘었네요...!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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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선
  • 평점   별 5점

바나나에 대한 책을 읽었던 생각이 나네요. 그때도 꽤 충격적이었거든요. 지금은 값싸게 먹는 과일이지만 어렸을때 쉽게 먹을 수는 없었어요. 또 생산과정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노고를 너무 모르고 있었던 사실도 안타까워요. 신품종의 탄생을기원하는 바입니다.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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