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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여행] 활화산과 공존하는 도시, 일본 시마바라
<KISTI의 과학향기> 제2904호 2017년 03월 29일[편집자주] 10회에 걸쳐 ‘세계지리여행’이라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이 코너는 ‘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을 연재한 적이 있는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박종관 교수의 후속 지리여행 칼럼입니다. 세계 명소의 중요성을 지리적으로 깨우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드릴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에게 원폭과 나비부인, 카스테라, 짬뽕 등으로 친숙한 일본 나가사키현(縣). 나가사키현의 명소는 사실 나가사키 시내보다도 시 동부에 위치한 시마바라(島原) 반도에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는 일본 최대의 천주교 박해지를 비롯해 시마바라 용수군(群), 그리고 운젠화산이 만든 지오파크를 구경할 수 있다. 운젠화산은 1934년 지정된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온천’이라는 단어가 유래된 곳이다.
■ 일본 최대 화산재해 발생지, 시마바라
인천에서 나가사키까지의 비행시간은 80분. 비행기가 나가사키에 근접하자 복잡하게 굴곡진 오무라만(大村灣)의 리아스식 해안이 아름답다. 왼편 창가 앞쪽으로 운젠화산 최고봉인 높이 1,359m의 후겐다케(普賢岳)가 눈에 잡힌다.
인천에서 나가사키까지의 비행시간은 80분. 비행기가 나가사키에 근접하자 복잡하게 굴곡진 오무라만(大村灣)의 리아스식 해안이 아름답다. 왼편 창가 앞쪽으로 운젠화산 최고봉인 높이 1,359m의 후겐다케(普賢岳)가 눈에 잡힌다.
사진 1. 상공에서 바라다 본 시마바라 반도의 운젠화산. 오른편에 화산체 정상이 보인다. (출처: 박종관)
아침 9시 반. 나가사키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시마바라 반도로 향한다. 오른쪽 핸들이 새삼 낯설다. 홀로여행이라 모든 걸 재빨리 판단해야 한다. 공항에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시마바라성(城)이다.
시마바라성은 17세기 초 에도시대 때 축성됐다. 이 성내에는 천주교 박해 기록이 정리돼 있다. 전시장 분위기가 무겁다. 나가사키현은 일본에서 천주교가 최초로 전래된 곳으로 막부시대에 시마바라에서만 3만 7000명에 달하는 순교자들이 참수형을 당했다. 펄펄 끓는 운젠 온천물로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성 전망대에 오르니 남쪽으로 마유야마(眉山, 819m, 또는 비잔)가, 동쪽으론 바다 건너 구마모토의 아소산(阿蘇山)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시마바라 마을 모습이 오히려 안돼 보인다.
사진 3. 시마바라성에서 내려다본 시마바라 시내 모습. 왼쪽 사진에서는 마을 뒤쪽으로 마유야마가, 오른쪽 사진에서는 바다 건너 아소산이 보인다. 시마바라는 마유야마의 산체 붕괴로 인해 일본 최대의 화산재해가 발생된 곳이다. (출처: 박종관)
시마바라는 1792년 강진으로 마유야마 동사면이 무너져 1만 5000명에 달하는 생명을 잃은 곳이다. 대규모 쓰나미도 한몫했다. 이는 지금도 일본 최대의 화산재해로 기록되고 있다. 앞바다인 유명해(有名海) 연안에는 당시 쏟아져 내린 흙더미가 99개 섬을 이뤄 구십구도(九十九島)라는 서해국립공원을 만들고 있다. 이 모두 조용한 시골마을의 깊은 상처들이다.
병이 있으면 약도 있다 했던가. 시마바라 시내 곳곳에서는 다량의 지하수가 솟아오르고 있다. 이 용천수가 ‘시메이소(四明莊)’라는 등록문화재를 만들었다. 동네 곳곳을 맑은 실개천이 감싸 흐른다. 그 덕에 이 마을은 명수백선(明水百選)이 됐다. 딱히 볼거리는 없으나 소박한 마을의 여유로움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 운젠화산 대폭발의 흔적을 만나다
늦은 점심을 국수로 때우고 서둘러 운젠으로 향한다. 먼저 도착한 곳은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이다. 재해를 기념한다는 말이 어찌 좀 우습게 들린다. 허나 그곳 앞에 서니 이내 엄숙함이 급습해 온다.
1991년 비행기에서 필자가 직접 본 운젠화산의 생생한 화쇄류 자국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화쇄류란 시속 100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화산체를 타고 내려오는 화산쇄설물의 흐름을 말한다. 대개 화산재해는 이 화쇄류 때문에 일어난다. 용암 돔의 붕괴로 발생된 이 화쇄류로 43명이 죽었다.
사진 6. 1991년 필자가 직접 촬영한 운젠화산의 모습. 화쇄류 흔적이 아주 뚜렷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출처: 박종관)
재해기념관 인근에는 ‘토석류피해가옥보존공원’도 있다. 빗물과 함께 흘러내린 대포수(鐵砲水)가 토석류(土石流)로 변해 마을을 덮쳤다. 토석류는 태풍과 장마 등의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나 토사를 포함한 물이 강 하류로 세차게 흘러가는 물의 흐름을 말한다. 지붕 아래까지 쌓인 흙더미에서 당시의 아수라장이 투영된다. 그러나 정작 운젠화산 산허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하천 이름은 ‘무수천(無水川)’이다. 물이 없는 하천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무수천을 거슬러 상류로 향한다. 화산지대의 하천들은 대개 건천(乾川)으로, 무수천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무수천의 항공사진을 보면 대형 인공수로처럼 보인다. 무수천은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화산재해를 막기 위해 1995년부터 5년간 사방공사를 한 하천이다. 무수천변에 서니 공사 규모에 감탄이 절로 터진다. 무수천 상류부엔 축구장 10배가 넘는 토사 저류지가 있다.
■ 시마바라 대표 온천지대, 운젠온천
17시. 답사를 마치고 숙소가 있는 해발 700m 운젠온천으로 향한다. 힘들지만 지역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로 지리여행의 매력인 것이다. 조금 더 가면 ‘운젠지옥(雲仙地獄)’이 필자를 반길 것이다.
운젠화산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일까?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매일같이 이 화산을 보며 살고 있을까? 짙은 안개처럼 유황연기 가득 찬 도로변 호텔로 들어서며, 오늘도 이 운젠지옥이 성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우리가 그 이상 할 수 있는 무슨 재주가 있겠는가?
글 : 박종관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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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았습니다---!
이웃일본에화산폭발,대지진,쓰나미나그밖의재앙이잃어나지않기를바랍니다!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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