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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타케산 분화로 본 화산 예측의 어려움
<KISTI의 과학향기> 제2250호 2014년 11월 03일
2014년 9월 27일, 이웃 일본으로부터 온타케 화산 재해로 56인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애석한 뉴스가 전해졌다. 사망자들의 대부분은 당시 온타케를 오르던 등산객으로, 화구 주변에서 발견됐으며, 대부분의 사인은 공중에서 떨어진 화산암 덩어리에 맞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결과론이지만, 만일 온타케 화산 통제 관련 기관에서 경보 시스템을 가동해 등정을 막고, 정확한 조치를 취했다면, 생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온타케 화산은 왜 예측하지 못했나
2009년 기후현에서 발간한 온타케산 화산 방재 핸드북(온타케산 분화 경계 수위를 1단계(평상)부터 5단계(피난)까지 구분)에 따르면, 사고 당일 직전에 2단계(화구 주변 접근 금지) 또는 3단계(입산 금지) 이상의 조치가 있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일까? 일본의 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화산지진 관측을 위한 지진계망(12기)의 일부(2기)가 작동하지 않아 예측을 못했다는 설명도 있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해, 온타케 화산의 고장난 2기의 지진계가 모두 정상 가동했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즉, 관측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지진, 지표 변화, 가스 검출과 같은 화산 현상 관측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관측 시스템의 문제다. 가령 한 사람의 환자가 있다고 하자. 환자의 체온 변화, 소화 능력, 시력 저하, 피부 변화 등 겉으로 드러나는 증세에 대한 정보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이 정보들로 의사가 병명과 병세를 올바로 알아내는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현대 의학 장비를 활용해 가령 내시경 검사라든지, 경우에 따라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로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화산 분화 활동을 예지하는 방법으로, 뱀, 지렁이 등 환경에 민감한 동물(화산 지표동물)을 이용한 방법도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돌연 출현할 때마다 반드시 화산 분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온타케 화산은 이번 분화가 일어나기 약 보름 전에 작은 지진이 감지됐으나, 이내 줄어들었고, 그 후도 지형 변화 등 특별한 분화 현상이 감지되지 않아, 사고 당일의 입산 금지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화산은 평상시에 수려한 경관, 온천수, 천연자원 등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는다. 또 화산주변에 마을도 형성돼 화산 관측 관계자들이 그 때마다 입산금지, 주민 대피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며, 신중을 요하고 있다.
이번 온타케 화산 분화의 규모는 10세기 백두산 대분화의 천분의 1에도 못 미치는 0.1㎦ 이하로 보고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화산 분화의 경우, 마그마를 수반하지 않은 수증기 폭발이라고 단정했고, 마그마가 온타케 화산 아래의 지하수계를 가열하면서 발생했기 때문에, 화산 분화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그것은 관측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현행 관측 시스템의 한계라고 판단된다. 즉, 현행 지표 화산 관측 시스템만으로는 어떠한 첨단 관측 장비를 동원하거나 부가해도 화산 아래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 화산 아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화산 주변에는 과거 화산 활동으로 수많은 열극(fissure, 裂隙)이 발달하고 있다. 화산이 분출했던 통로인 화구의 움푹 꺼진 정상부에는 화산 호수를 이루기도 하며, 그 아래에는 주변에서 굴러 떨어진 돌들로 채워져 있어 돌 틈과 열극 사이로 지하수계가 발달한다.
지하 마그마는 암석이 고온의 열로 녹아있는 상태로, 다량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같은 휘발성 가스가 초임계 또는 초과열된 유체를 이루어 마그마 상부의 지각을 녹이기도 한다. 이들 유체는 마그마의 점성과 가스압에 큰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확산 속도와 효율이 매우 높으며, 화산 분화를 예측하는데 핵심 요소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화산 분화 예측은 화산마다 제반 특성이 다른데다가, 때로는 너무 급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현대 지구과학에서 가장 난제의 도전 과제 중 하나다.

그림 1. 화산 아래 지하 모습
■ 백두산 분화 예측을 위한 움직임
활화산이란 빙하기가 물러간 홀로세(11,700년부터 현재) 이래 화산 분화가 있었던 산으로 정의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 제주도, 울릉도가 알려져 있다. 지난 사반세기(1세기의 4분의 1, 25년) 이래 지구 물리 탐사 장비들의 비약적 발달로, 탄성파를 이용해 땅속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마그마가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홀로세 이래 지상 최대급의 분화를 일으켰던 백두산은 마그마의 존재가 확인된 활화산으로써, 2002년 7월부터 2005년 동안 화산 분화의 조짐이 나타나, 온 세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백두산 분화 예측을 위한 한중 공동 백두산 과학 시추 연구가 출범해 국내 13개 대학과 연구소의 학자들이 백두산 현지에서 채취한 암석 및 지하수(가스) 시료들에 대해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4년 5월, 양국 연구 그룹 간 의정서에 서명했고 6월에는 양국 대표 연구 기관 간(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 International Continental scientific Drilling Program)은 최근 활화산 연구의 국제적인 흐름으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장비로 화산 신호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 이탈리아, 아이슬랜드, 일본 등지의 활화산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백두산도 이들 국제협력 화산 예측 연구의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보다 정확한 화산 신호를 예측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 2. 백두산 천지 아래 있는 마그마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단면도
글‧그림 :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학박사
■ 온타케 화산은 왜 예측하지 못했나
2009년 기후현에서 발간한 온타케산 화산 방재 핸드북(온타케산 분화 경계 수위를 1단계(평상)부터 5단계(피난)까지 구분)에 따르면, 사고 당일 직전에 2단계(화구 주변 접근 금지) 또는 3단계(입산 금지) 이상의 조치가 있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일까? 일본의 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화산지진 관측을 위한 지진계망(12기)의 일부(2기)가 작동하지 않아 예측을 못했다는 설명도 있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해, 온타케 화산의 고장난 2기의 지진계가 모두 정상 가동했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즉, 관측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지진, 지표 변화, 가스 검출과 같은 화산 현상 관측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관측 시스템의 문제다. 가령 한 사람의 환자가 있다고 하자. 환자의 체온 변화, 소화 능력, 시력 저하, 피부 변화 등 겉으로 드러나는 증세에 대한 정보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이 정보들로 의사가 병명과 병세를 올바로 알아내는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현대 의학 장비를 활용해 가령 내시경 검사라든지, 경우에 따라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로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화산 분화 활동을 예지하는 방법으로, 뱀, 지렁이 등 환경에 민감한 동물(화산 지표동물)을 이용한 방법도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돌연 출현할 때마다 반드시 화산 분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온타케 화산은 이번 분화가 일어나기 약 보름 전에 작은 지진이 감지됐으나, 이내 줄어들었고, 그 후도 지형 변화 등 특별한 분화 현상이 감지되지 않아, 사고 당일의 입산 금지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화산은 평상시에 수려한 경관, 온천수, 천연자원 등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는다. 또 화산주변에 마을도 형성돼 화산 관측 관계자들이 그 때마다 입산금지, 주민 대피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며, 신중을 요하고 있다.
이번 온타케 화산 분화의 규모는 10세기 백두산 대분화의 천분의 1에도 못 미치는 0.1㎦ 이하로 보고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화산 분화의 경우, 마그마를 수반하지 않은 수증기 폭발이라고 단정했고, 마그마가 온타케 화산 아래의 지하수계를 가열하면서 발생했기 때문에, 화산 분화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그것은 관측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현행 관측 시스템의 한계라고 판단된다. 즉, 현행 지표 화산 관측 시스템만으로는 어떠한 첨단 관측 장비를 동원하거나 부가해도 화산 아래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 화산 아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화산 주변에는 과거 화산 활동으로 수많은 열극(fissure, 裂隙)이 발달하고 있다. 화산이 분출했던 통로인 화구의 움푹 꺼진 정상부에는 화산 호수를 이루기도 하며, 그 아래에는 주변에서 굴러 떨어진 돌들로 채워져 있어 돌 틈과 열극 사이로 지하수계가 발달한다.
지하 마그마는 암석이 고온의 열로 녹아있는 상태로, 다량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같은 휘발성 가스가 초임계 또는 초과열된 유체를 이루어 마그마 상부의 지각을 녹이기도 한다. 이들 유체는 마그마의 점성과 가스압에 큰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확산 속도와 효율이 매우 높으며, 화산 분화를 예측하는데 핵심 요소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화산 분화 예측은 화산마다 제반 특성이 다른데다가, 때로는 너무 급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현대 지구과학에서 가장 난제의 도전 과제 중 하나다.

그림 1. 화산 아래 지하 모습
■ 백두산 분화 예측을 위한 움직임
활화산이란 빙하기가 물러간 홀로세(11,700년부터 현재) 이래 화산 분화가 있었던 산으로 정의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 제주도, 울릉도가 알려져 있다. 지난 사반세기(1세기의 4분의 1, 25년) 이래 지구 물리 탐사 장비들의 비약적 발달로, 탄성파를 이용해 땅속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마그마가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홀로세 이래 지상 최대급의 분화를 일으켰던 백두산은 마그마의 존재가 확인된 활화산으로써, 2002년 7월부터 2005년 동안 화산 분화의 조짐이 나타나, 온 세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백두산 분화 예측을 위한 한중 공동 백두산 과학 시추 연구가 출범해 국내 13개 대학과 연구소의 학자들이 백두산 현지에서 채취한 암석 및 지하수(가스) 시료들에 대해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4년 5월, 양국 연구 그룹 간 의정서에 서명했고 6월에는 양국 대표 연구 기관 간(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 International Continental scientific Drilling Program)은 최근 활화산 연구의 국제적인 흐름으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장비로 화산 신호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 이탈리아, 아이슬랜드, 일본 등지의 활화산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백두산도 이들 국제협력 화산 예측 연구의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보다 정확한 화산 신호를 예측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 2. 백두산 천지 아래 있는 마그마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단면도
글‧그림 :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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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도 화산과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더더욱 예측에 힘을 써 보아야 할 것입니다...!^^~
2014-11-03
답글 0
....감사합니다, 어찌보면 전쟁보다 더 무서운,,,,
2014-11-03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