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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 인간의 외로움을 해소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411호 2019년 08월 26일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 말인즉슨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타인에게 의지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정서적, 심리적 건강을 얻는다. 그렇기에 여러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과 고독감을 심하게 느끼며 소속된 집단이 없는 사람일 경우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비율이 높고 특히나 사망률도 높게 나타난다.
AI 스피커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해결해야 할 실질적인 문제이다. 세계는 지금 초고령화 사회로 이행해가고 있고 이와 더불어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1인 가구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아주 재미있는 실험 결과 하나가 발표됐다. 그것은 바로 독거노인이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비율이 그 아래 나이대의 사람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이다. AI 스피커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SK텔레콤은 독거노인 1150명을 대상으로 AI 스피커의 사용 패턴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독거노인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일상적 대화를 AI 스피커와 나누는 비중(13.5%)은 그렇지 않은 실험 집단(4.1%)보다 3배가량 많았다. 독거노인은 AI 스피커에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의 말을 거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 이렇게 감성적인 대화의 비중이 높은 것은 독거노인이 AI 스피커를 사람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AI스피커가 외로움을 달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AI 스피커는 처음 등장할 때 단지 음성으로 음악을 틀고 정보를 검색하고, 가정 내 스마트기기를 관리하는 기능으로만 홍보되지 않았다. 미국의 컴퓨터 회사 애플은 AI 스피커 홈팟을 광고할 때 사람들의 외로움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 광고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이 일에 지친 모습으로 집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때 주인의 기분을 알아챈 AI 스피커가 흥겨운 노래를 틀어주고 여성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애플은 AI 스피커가 인간과 정서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우리의 친구가 될 소셜로봇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그녀>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의 주인공 시어도어는 인공지능인 사만다와 많은 얘기를 나눈다. 원래 결혼을 했지만 부인과 별거하고 있는 시어도어는 자신의 공허한 감정과 외로움을 사만다가 채워주고 있음을 느낀다.
많은 관객이 이 영화에 공감한 것은 우리가 우리와 내면적인 대화를 나누는 상대라면 그게 실제 인간인지 아니면 컴퓨터에 불과한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니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게 비닐로 된 공이라도 상관없다. 그만큼 인간에게는 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
이에 대학과 기업에서는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로봇, 특히 실제로 이 로봇이 분노, 기쁨, 슬픔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들을 모사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른바 ‘소셜로봇’이라 부르는 이런 일련의 연구 프로젝트는 사람과 의사소통하고 사람의 감정을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까지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창기 소셜로봇은 소니사가 만든 강아지 로봇 ‘아이보’다. 아이보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추첨으로 구매할 사람을 정해야 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강아지의 충성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아이보 때문에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해지자 장례식을 치러줄 정도였다.
최근에는 미국의 MIT랩에서 몸통과 머리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정을 드러내는 소셜로봇 ‘지보’를 개발 중이다. 지보는 일정을 관리하는 개인비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음성명령을 이해하고 명령 내린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소셜로봇이 인간의 친구로서 완전히 기능하려면 아직도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있다. 소셜로봇은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인 인공지능이 충분히 인간을 대체할 정도로 똑똑해야 한다. 그러려면 빅데이터 확보가 매우 중요한데, 공공의 안녕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의 건강은 사회의 건강과 연결돼 있다. 미래의 우리 사회가 외로움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면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외로움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글: 홍종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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