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청설모는 우리강산 토박이다?!

<KISTI의 과학향기> 제797호   2008년 08월 13일
청설모(청서모·靑鼠毛)는 한자로만 해석하면 청서(靑鼠)의 털이 된다. 실제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붓을 만드는 원료로 이 청설모의 꼬리털을 많이 이용한다. 워낙 이 털이 유행이다 보니 청서라는 이름보다 청설모가 아예 동물 이름이 되어 버렸다. 간단히 이 이야기만 보더라도 청설모는 예부터 우리 산하에 많이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야산에서 인간의 무분별한 침습으로 인해 맹금류, 늑대, 여우 삵, 담비, 구렁이 같은 청설모의 천적이 사라지면서 환경 적응력이 강한 청설모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디 이들뿐이랴 멧돼지, 야생고양이, 너구리, 고라니 심지어 야생들개까지, 생태계 파괴 후 인간의 방심과 무단 폐기가 부른 동물들이 생태계의 우점종으로서 새로운 균형을 잡아가는 추세다. 이들은 새 생태계의 탄생을 알리는 한편 산림 파괴로 초점을 맞춘 개발지상주의 인간들과의 피치 못할 충돌 선상에 서 있기도 하다.

그중 날렵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청설모는 잣, 호두 등 예전에 자기 고유의 주식이었지만 이제는 값 비싼 인간의 기호식품이 되어 버린 나무 열매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총까지가진 골리앗 인간과의 웃지 못할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미 이들은 몇몇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유해조수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쟁에서 선동전이 중요하듯, 전선에 선 인간들은 청설모에게 나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안간힘을 쓴다. 가령 청설모가 다람쥐를 모두 잡아먹어 버린다느니, 청설모는 원래 우리나라에 없던 중국산 외래종이라느니 하는 유언비어들이다.

하지만 청설모가 비록 벌레나 작은 새알들을 취하기는 하지만 다람쥐를 사냥해서 먹을 정도의 극단의 육식성은 지니고 있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들 주식의 99% 나무열매이다. 그리고 대개 가족 또는 단독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람쥐를 통째로 몰아낼 만한 조직성도 갖추고 있지도 않다. 대부분 우리 야산에는 다람쥐와 청설모가 사이좋게 영역을 나누어 생활하는 걸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다.

다람쥐는 주로 땅 위에서 생활을 하고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먹이 또한 다람쥐는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청설모는 나무에 달린 잣이나 호두 등을 먹기 때문에 먹이 다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인간들이 한 산을 사방으로 깎아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버리면 두 종의 마찰이 빚어질 수는 있지만 그 경우 또한 주로 힘이 약한 다람쥐가 먼저 이사를 가는 방식으로 조용히 해결된다.

위에서 언급했듯 청설모는 그 이름조차 청서의 털로 쓰일 정도로 우리 조상들의 문방사우의 필수 품목이었다. 그리고 청설모의 명칭 또한 Korean squirrel 즉, 한국 다람쥐로 표기한다. 비록 쥐 과로 천시되어 많은 문헌이나 민화 등에 별로 등장하진 않지만 청설모는 오히려 세계적으로 다람쥐보다도 인정받는 분명히 우리 토종 동물이다. 아무리 중국산 물품이 범람하고 청설모가 보기 싫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우리 고유의 토종동물을 중국산이라고 우기는 행위는 우리 스스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 부르는 것과 하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육지로 국경이 마주 닿아 수많은 동물들이 우리나라와 중국을 자유로이 오고 갔었다. 그 중 일부는 사람의 왕래 중에 섬나라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는 두 나라 사이에 생태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동물이동에 있어 교량역할을 하다 보니 동물 종 다양성이 중국의 어느 지역보다 풍부했다. 중국과 일본에 공통적으로 있는 동물은 대부분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다만 일본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는 일본원숭이가 옛 기록에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야생에는 공식적으로 단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를 한반도 생물학적 미스터리라 부르기도 한다. 얼마 전 사육장을 탈출해 야생에서 홀로 5년 넘게 살아온 일본원숭이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매우 건강하고 잘 적응하던 걸 보면 우리나라에 원숭이가 살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 포유동물들의 경우는 어느 정도 텃세권이나 영역이 있어 지역에 고립되어 자체 진화하기도 하지만 새들의 경우에는 사실 국경이 없다. 그러니 동물들을 굳이 같은 생태권인 중국산, 한국산, 일본산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매체에서 앞다투어 보도되고 있는 곤충이 있다. 그 주인공인 중국산 주홍날개꽃매미는 색깔도 다른 매미에 비해 꽤 원색적이라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매미는 중국이 아닌 중국 이남과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아열대 매미라 불러야 맞다. 이들은 알 형태로 한반도에 우연히 들어와 대부분이 우화 과정에서 죽고 극히 일부가 살아남아 성충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가속된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번창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연도태하게 될 것이다. 작년에 번성했다면 앞으로 알이 성충이 되는 4~5년 후를 주목해 보아야 한다. 매미 앞에 중국산이란 별칭을 붙여 과민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우리나라 매미의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에도 똑같이 분포한다.

주홍날개꽃매미의 약충(불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의 성충이 되기 전 상태)과 성충은 나무의 즙액을 빨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선호하는 나무는 가죽나무나 참죽나무 등의 활엽수이다. 이 매미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해를 끼치진 않으나 나무줄기와 잎이 까맣게 그을린 듯 변하는 그을음병을 유발시킨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주홍날개꽃매미에 대해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검역해충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 매미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그런 신종의 출현만큼 무서운 것은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다. 바로 레이첼 카슨이 경고한 ‘침묵의 봄’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전조이다.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우연하게도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도 없어진다.’라는 무서운 예언을 남겼다. 한 외래종의 반짝 출현도 분명히 우려할 만한 현상이긴 하지만 정말 우리가 머리 싸매고 걱정해야 할 현실은 한 종의 이유 없는 사라짐이다. 그것이 크든 작든.

글 :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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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ato
  • 평점   별 5점

덕분에 늦게나마 진실을 알게되서 참 기쁩니다. 저역시 청설모가 유해조수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네요. 우리 인간들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지...정말 너무 미안해요 자연한테...이 기사 다른 사이트에 퍼갔는데 혹시 안된다 하시면 삭제하겠습니다. 한사람이라도 진실을 빨리 알려야겠단 생각에 허락도 안받고 퍼갔어요. 죄송합니다. 메일로 연락주세요

200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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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청설모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 많았네요. 저도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 외래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토종에다가 다람쥐와는 상관이 없군요. 주홍날개꽃매미는 직접 봤는데 나무에 해를 끼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것도 그렇고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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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청설모가 우리나라 토종이었군요. 꿀벌이 사라지기 전에 인간들이 반성하고 노력해야겠지요. 환경을 사랑합시다.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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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간호
  • 평점   별 5점

좋은 지식 감사합니다^ㅡ6

20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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ㅑㅑㅑ
  • 평점   별 5점

ㅇㅇㅇ

200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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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영
  • 평점   별 5점

침묵의 봄, 무섭습니다.ㅡㅡ;

200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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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 평점   별 5점

청설모 진짜 귀여운데^^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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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넘
  • 평점   별 5점

재미나고,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토종을 토종이 아니라고 유언비어를 터뜨리고,
더 걱정해야할 것은 걱정하지 않고...
어쨌든 자연이 보호되어야, 사람도 살 것은 자명한 사실이죠!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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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 평점   별 5점

청설모! 후 저기 있다! 라고 상대에게 말하고 그곳을 같이 쳐다보면 어느새 없어질 정도로 빠르데요~~~ 그래서 가까이서는 자세히 못봤네요ㅋㅋㅋ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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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성
  • 평점   별 5점

늘 멋진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보호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을 깨우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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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욱
  • 평점   별 5점

저도 초등학생때 학교 선생님께 저런걸 들은적이 있습니다.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그런데 그 어떤 청설모 관련 서적에도 그런 이야기가 없기에 저는 그냥 잘못아시는구나 하고 넘어갔습니다.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기엔 너무 작다고 생각했었습니다.어릴 때는 그러고 넘어갔는데 이제 이 글을 읽어보니 그때가 다시 생각나네요. 그러고 보니 중1때 산에 등산을 하러갔는데 숲에서 제쪽으로 돌이 날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얼굴 바로앞으로 지나가서 놀라서봤더니 어떤 아저씨가 제 옆의 나무에 있던 청설모를 죽이려고 던진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놀랬던지...

200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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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구
  • 평점   별 5점

홍성규님..정말 무식하네요..지금이야 붓이 각기 좋은 재료로 만들겠지만 조선시대에 좋은 재료가 있을까요?

200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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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연
  • 평점   별 5점

이렇게 유익한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파이팅!~!

200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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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정
  • 평점   별 5점

공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청설모..
저도 순한국토종인 줄 몰랐는데 잘 읽고 가요..
이 글 읽고 나니 청설모가 더욱 귀여워지네요..^^

200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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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경
  • 평점   별 5점

잘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청설모에게 괜한 누명을 씌워 버렸네요.

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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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명
  • 평점   별 5점

청설모가 한국토종이었군요. 새롭게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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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 평점   별 5점

청설모가.. 한자 청설모는 날다람쥐를 표현 하는거 아닌지요 나이 드신 분들 한테 물어 보세요 지금 청설모가 예전에 있었는지 좀더 신중하고 세심한 연구를 .. 한심하다는 말박에 .. 아래 글좀 보세요 한사람의 실수가 어떤지를 .. 문방사위 청설모 털로 붓 만들수 있는지 가져가 보세요 청설모가 나무 위에서만 산다고요 다람쥐 잡아먹고 옥수수 밭 망치 등 얼마나 골치를 썩히는데 천적이 있긴 하지요 족제비 ...

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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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 평점   별 5점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

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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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숙
  • 평점   별 5점

좋은 글 입니다.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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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선
  • 평점   별 4점

침묵의 봄.. 덜덜덜... 인간의 무지와 폭력성에 고개가 저절로 떨궈집니다.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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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혜
  • 평점   별 5점

청설모 한마리가 밤나무 한그루에 있는 열매를 모두 따먹는 바람에 무척 미워했는데... 결국 잘못은 또 인간이네요.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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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별맘
  • 평점   별 5점

저도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청솔모뿐아니라 까치도 그러합니다.. 옛 조상들로 부터 사랑받던 까치도 지금은 유해동물로 분류되어 포획하기 바쁜실정입니다! 유해동물.. 인간은 어떤지..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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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욱
  • 평점   별 5점

저도 청설모가 육식성인 줄 알았어요. 다람쥐도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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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완
  • 평점   별 5점

청설모가 다람쥐 먹이를 빼았아간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다람쥐를 잡아먹는다 풍설은 는 얘기는 여기서 처음 들어보네요.^^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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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주
  • 평점   별 5점

감사합니다 제가 등산을 좋아하다 보니 산에 가면 흔히 볼수 있는 청설모를 동료들은 외래종으로 이것이 토종 다람쥐를 잡아먹고 다른데로 몰아낸다고들 하는 이야기를 흔히 하고 있는것을 들었는데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도 할말이 있게 되어서 정말 가슴이 후련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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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 평점   별 5점

자연과 더불어야 한다는 것을...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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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평점   별 5점

인간처럼 사람을 많이 죽이는 동물은 없읍니다. 가장 해로운 동물은 인간입니다. 인간은 사람을 직접 죽일 뿐아니라 서식지를 파괴하고 환경도 파괴합니다.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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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현
  • 평점   별 5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내가 아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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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 평점   별 5점

감동적인 글입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저도 청설모를 외래종인줄 알았습니다. 반성 반성 !!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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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은
  • 평점   별 5점

어렸을 때, 동네 아저씨들이 청설모를 사냥해서 껍질을 말려 팔던 생각이 나는군요... 이유가 있었어 ~~ 윽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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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란
  • 평점   별 5점

아...그렇군요.전 외래종인 줄 알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알려줬는데 다시 정정해줘야겠네요. 무지한 저의 머리가 밉습니다.인간이 언제쯤 반성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까요. 저도 같이 반성해 봅니다.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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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완
  • 평점   별 5점

청설모가 다람쥐 먹이를 빼어간다는 말은 들어봤어도...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얘기는 처음....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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