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21억년 뒤 하루는 30시간!? 유후~

<KISTI의 과학향기> 제532호   2006년 12월 04일
1960년대 미국의 고생물학자 존 웰스는 고생대 산호 화석을 연구하다가 기묘한 점을 발견했다. 산호 화석의 성장선 개수가 현생 산호에 비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성장선은 산호나 조개 등의 생물이 성장함에 따라 골격에 생기는 일종의 나이테로, 하루에 약 한 개씩 생성된다. 또 계절에 따라 그 성장속도가 달라 성장선 사이의 간격을 통해 1년 단위로 확인이 가능하다.

4억 년 전에 살았던 산호에는 1년에 약 400개의 성장선이, 3억 년 전에 살았던 산호는 1년에 390개의 성장선이 있었다. 성장선이 줄어든다는 것은 1년의 날수도 계속 줄어든다는 의미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 즉 1년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1년의 날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하루’가 길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하루의 길이를 논하려면 먼저 ‘하루’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하루는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하루는 자오선, 즉 하늘에 그은 천체가 지나는 가상의 선을 한 천체가 두 번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태양이 남중했다가 다시 남중할 때까지의 시간이 하루다.

하루의 길이가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다.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가 항상 일정하지 않고 거리 변화에 따라 공전 속도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하루의 길이는 23시간 59분 38초~24시간 00분 30초로 조금씩 변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간을 평균 낸 값이 약 24시간, 우리가 알고 있는 ‘하루’다.

앞서 말한 산호 화석의 예를 보자. 3억 년 전 석탄기 산호에는 390개의 성장선이 있었고, 이는 당시 1년이 약 390일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산해보면 당시 하루는 약 22시간 30분, 4억 년 전 데본기 데본기의 하루는 22시간 정도다. 이 추세라면 그보다 몇십억년 거슬러 올라간 과거의 하루는 굉장히 짧아진다. 실제로 20억 년 전 지구의 하루는 약 11시간, 지구 탄생 당시에는 하루가 고작 4시간 정도로 지금보다 훨씬 짧다.

그럼 왜 지구의 하루는 점점 길어질까?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느려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달 때문에 발생하는 ‘기조력’이라는 힘이다.

달과 지구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한다. 또한 두 천체는 둘 사이의 질량중심을 축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원심력이 발생한다. 지구 중심에선 달의 인력과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지만 달과 가장 가까운 쪽과 가장 먼 쪽은 힘의 균형이 깨어진다. 달과 가까운 면은 인력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멀어질수록 인력보다 원심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력과 원심력의 합력으로 지구 바닷물을 끌어당기고 조수 간만의 차를 만드는데 이 힘을 기조력이라고 한다.



기조력이 생겨 부풀어 오른 바닷물에 다시 달의 인력이 작용하면, 바닷물은 지구 자전 반대방향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 힘이 지구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게 하는 주된 이유다.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지구의 하루 길이는 10만년에 1초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3억 6천만년 뒤에는 하루가 25시간이 된다. 그리고 75억년 뒤에는 지구 자전이 완전히 멈추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 하루 길이가 늘어나는 것 뿐 아니라, 달도 멀어진다. 1969년 8월~1989년 4월까지 20년에 걸쳐 지구와 달 사이 거리를 레이저로 측정한 결과, 달이 1년에 3.8cm씩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줄어드는 각운동량주1만큼 달의 각운동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계산한 결과, 45억 년 전 지구가 갓 탄생했을 때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24만km에 불과했다고 한다. 현재 38만km인 걸 감안하면 45억년 동안 14만km나 이동한 셈이다.

달이 멀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을 볼 수 없게 된다. 개기일식은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가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00배, 태양 크기가 달 400배라는 기막힌 우연으로 발생한다. 그런데 이 추세대로 달이 계속 이동한다면 지구-달-태양 사이의 거리와 겉보기 크기 균형이 깨져 4억 6천만년 뒤에는 부분일식이나 금환식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다. 달이 멀어지면 밀물썰물의 강도가 약해져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얕은 바다에 사는 어패류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밤이 지금보다 훨씬 깜깜해져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의 분포나 생활 주기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또 달이 멀어져 인력이 줄어들면 태양이나 다른 태양계 행성들의 인력이 상대적으로 커져 지구의 공전 궤도가 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전 궤도가 달라지면 지구에 일어날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이 커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과학자들은 40~50억년 뒤에는 달과 지구 사이의 힘이 균형을 이뤄 더 이상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추측한다.

짧게는 1만~10만년, 크게는 50억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자전 속도가 느릿느릿 변한다고 당장 하루가 변할 리는 없다. 100년을 꼬박 다 산다고 해도 내가 경험하는 하루의 길이는 겨우 0.001초 차이 날 뿐이다. 그러나 시간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오늘 하루쯤은 달을 바라보며 시간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 : 김은영 과학전문 기자)

주1) 각운동량은 회전하는 물체의 운동량으로 물체의 질량과 속도, 회전 운동 반지름을 곱한 양으로 표시한다. 각운동량은 일정하게 보존되기 때문에 회전하는 물체의 속도가 바뀌면 운동 반지름도 따라서 변한다. 지구와 달의 경우 두 천체의 총 운동에너지는 보존되므로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면서 줄어드는 각운동량만큼 달의 각운동량이 증가한다. 이는 달의 운동 반지름이 커지는, 즉 달이 멀어지는 현상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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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ho
  • 평점   별 5점

김진수님.. 빙고! 입니다.

20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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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일상생활에서 알면 유용한 정보를 또 하나 배워가는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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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
  • 평점   별 5점

오~흥미로운데요~

200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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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ㅎ
  • 평점   별 5점

>.< 이거 멋지다... 근데 어떻게보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리넹... 참 않좋군...

200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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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민
  • 평점   별 5점

원심력이라는 상당히 위험한 개념으로 설명하셨네요. 원심력을 도입하지 않고 접촉력과 비접촉력의 차이점으로 부터 설명하는 것이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200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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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이
  • 평점   별 5점

오오 ㅠ_ㅠ 완전 신기하네요

200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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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평점   별 5점

"기조력이 생겨 부풀어 오른 바닷물에 다시 달의 인력이 작용하면, 바닷물은 지구 자전 반대방향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 말이 잘 이해가 안가는군요. 바닷물이 지구자전 반대방향으로 끌린다는 것도 그렇고, 기조력이 이미 달의 인력을(원심력과 합성으로) 받아 생긴 것이데, 또 인력이 작용한다는 것도 그렇고요. 정지하려는 바닷물의 관성 때문에 지구자전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마찰이 생기는 거 아닌가요?

200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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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먼저 좋은 의견에 감사합니다.

지구와 달의 극지방을 중심으로 한 사진을 구하기 힘들어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달의 공전면에서 비스듬히 위에서 내려다 본 그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음부터는 정확히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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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4점

먼저 좋은 의견에 감사합니다.

저자 확인 결과 말씀해주신 내용이 타당해서 본문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처음에 각속도에 대한 내용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다르게 표현한 것이 양해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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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협
  • 평점   별 5점

좋은 기사입니다. 다만 위의 그림중 지구 그림 위에 그린 지구의 자전 방향 화살표는 지우는게 좋을 듯 합니다. 굳이 표시 하려면 지구를 북극(지축)에서 본 그림으로 대체해야 맞습니다. 위의 그림에 표시된 지구(적도에서 약간 북쪽에서 본 지구)인 경우 화살표가 표시한 방향으로 자전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렇게 지구가 자전한다면 큰일납니다.

200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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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 평점   별 5점

역시..메일링으로 오는 글중에선
이곳 메일은 정말 좋다니깐~!~!
상식 채우기엔 정말 좋은것 같아요 ㅠㅠ~!!

200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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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경
  • 평점   별 5점

제 생각은 몇 십억년전엔 태양보다 먼 곳에 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태양쪽으로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몇 억년후라고 할까? 그쯤에 가면 태양과 너무 가까이 와서 지구에 있는 물이 마르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들이 살 수 없게 되어서 나중에는 마치 까맣게 된 호두껍데기처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공기도 사라지지만 약간은 남아 있을 거라는 추측합니다.

200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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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인형
  • 평점   별 5점

역시 좋네요.. 항상 좋은 메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ㅅㅅ

200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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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 평점   별 5점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만 들려주네요^^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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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 평점   별 5점

흥미롭습니다. 비단 해와 달만이 지구의 시간에 영향을 주겠습니까. 다른 천체내에서도 비슷한 아니면 보다 빠른 변화가 진행되여 지구에 보다 큰 영향을 줄수도 있겠고, 또한 지구가 항시 물체를 끌어당기고 있으니 언제가 큰 별과(현재는 무수히 많은 작은 별똥과) 큰 충돌도 있겠지요. 세상 종말은 언젠가는 오겠지요 !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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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왕자
  • 평점   별 5점

매번 보는 기사지만 저 그림은 참 유쾌하네요.. ^^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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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 평점   별 5점

100년을 꼬박 다 산다고 해도 내가 경험하는 하루의 길이는 겨우 0.001초 차이가 날 뿐이라니 극히 미세한 차이지만 기분이 이상해지는군요.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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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인장
  • 평점   별 4점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다만 본문 중에서...
"이렇게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 하루 길이가 늘어나는 것 뿐 아니라, 달도 멀어진다. 1969년 8월~1989년 4월까지 20년에 걸쳐 지구와 달 사이 거리를 레이저로 측정한 결과, 달이 1년에 3.8cm씩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구가 잃는 운동에너지가 달의 공전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계산한 결과, 45억 년 전 지구가 갓 탄생했을 때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24만km에 불과했다고 한다. 현재 38만km인 걸 감안하면 45억년 동안 14만km나 이동한 셈이다. "

라고 되어있는데, 여기서 운동에너지가 아니라 각운동량입니다. 지구의 줄어든 각운동량만큼 달의 각운동량이 늘어나는데, 달의 속도가 빨라질 수 없으므로(에너지 보존 때문에..)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서 각운동량이 보존됩니다.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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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
  • 평점   별 5점

헐.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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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까칠
  • 평점   별 5점

재밌는 주제군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려염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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