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나이테로 방향을 알 수 있다? 없다?

<KISTI의 과학향기> 제699호   2007년 12월 28일
산에 올라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에 푹 빠져 길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①계곡의 물길을 따라 내려온다. ②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향을 찾는다. ③나무 그루터기의 나이테를 보고 방향을 찾는다. ④수크령이나 질경이처럼 사람이 지나는 길에 자라는 풀을 찾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계곡을 찾기 위해 물가에 잘 자라는 식물을 알아두면 좋다. 예를 들어 고마리 같은 풀이나 물푸레 같은 나무는 물을 좋아해 계곡 주변을 선호한다. 다만 겨울에는 낙엽이 지고 풀이 자라지 않아 이런 식물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밤하늘의 별을 볼 때까지 산에서 내려오지 못한다면 큰일이다.

흔히 나무 그루터기에서 나이테를 보면 방향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햇빛을 많이 받아 생장이 활발한 남쪽은 나이테의 폭이 넓다는 주장이다. 매우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나무의 나이테는 경사면이나 바람, 햇볕 같은 다양한 자연 환경의 조건에 따라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든 나이테의 폭이 넓게 자랄 수 있다.

평평한 곳에서 자란 나무는 나이테가 원형에 가깝게 만들어진다. 즉 동서남북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산에서 자라는 나무는 어릴 때는 산의 경사면과 수직으로 자라다 차츰 지구의 중력방향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산에서 자라는 나무의 나이테가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친 ‘편심생장’을 하는 이유다. 미국 시러큐스대 티멜 교수에 따르면 땅의 경사가 약 2°만 기울어져도 나이테에 편심생장이 일어난다.

신기한 것은 소나무나 잣나무, 낙엽송 같은 침엽수는 나이테의 중심이 산 위쪽 방향에 생겨 나이테가 산 아래로 넓게 만들어지는 반면 참나무류나 단풍나무,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는 나이테의 중심이 산 아래쪽 방향에 생겨 나이테가 산 위쪽으로 넓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경사지지 않은 평지에서도 편심생장이 일어날 수 있다. 울창한 숲의 하층 식생에서 자라는 어린 나무는 햇볕을 좇아 열린 공간으로 방향을 틀면서 자란다. 이때 편심생장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침엽수는 바람 부는 반대쪽으로, 활엽수는 바람 부는 쪽으로 나이테가 더 넓게 자랄 수 있다. 이는 침엽수와 활엽수에서 성장호르몬인 옥신의 분비가 정반대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옥신이 분비될수록 세포분열이 왕성하게 일어나 나이테의 폭이 반대편에 비해 더 넓어진다.

비록 나이테로 방향을 알 수는 없지만 나이테는 많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루터기를 관찰하다 보면 매년 생길 것 같은 나이테가 온전한 원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 옥신의 공급이 충분치 않았거나 양분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혹은 1년 동안 성장해야 할 나이테가 2개나 관찰될 때도 있다. 나무는 1년 내내 크는 게 아니다. 3월에서 9월말까지만 자라고 이듬해 3월까지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휴면에 들어간다.

성장이 왕성한 봄에는 세포의 크기가 크고 세포벽이 얇은 춘재(春材)세포가, 여름에는 세포의 성장이 둔해지면서 크기가 작고 세포벽이 두꺼운 하재(夏材)세포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춘재세포는 세포벽이 얇아 밝게 보이고 하재세포는 세포벽이 두꺼워 상대적으로 색상이 어둡다. 이런 과정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밝은 원과 어두운 원이 겹겹이 쌓여 나이테를 형성한다. 그런데 봄철 생장이 왕성해야 할 무렵 가뭄이나 늦서리, 병충해 피해가 생기면 춘재세포만 커야할 시기에 하재(夏材)세포가 잠시 형성됐다 다시 춘재세포가 자라나 한해 두 개의 나이테가 생기거나 완전한 원형을 이루지 못한 나이테가 생기기도 한다.

또 그루터기에서 나이테를 관찰하면 무슨 나무인지 알아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침엽수는 춘재세포에서 하재세포로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난다. 즉 나이테의 무늬가 뚜렷하다. 반면 오동나무나 단풍나무 같은 활엽수는 나이테가 흐려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춘재세포에서 하재세포로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부터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땐 방향을 맞춘다고 그루터기를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말자. 해가 서산에 걸치기 전에 하산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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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4점

나이테에 대한 이야기네요. 그래도 산에 올라갈때는 만일을 대비해서 나침반을 준비하는 등의 만반의 준비를 해야 겠죠. 계곡의 물길을 따라 내려오는 것이 좋다는 사실과 계곡을 찾는 식물 등을 알게 되어 좋았지만 고마리, 물푸레의 사진을 보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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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길을 잃으면 나이테보다 계곡을 먼저 찾아 내려오는게 우선이겠네요. 등산을 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상식으로 알아두면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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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ㅋㅋ혹시 계곡물에 휩쓸려간다는뜻이 아닐까요?

200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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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
  • 평점   별 5점

흔히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종종 있지요?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 같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떤 의견에 대해 반론을 할때는 막연하게 아니다라고 할것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이유를 밝혀야 할 줄 압니다. 송사리님의 명쾌한 답변을 기대해 봅니다.

20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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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
  • 평점   별 5점

길을 잃었을 때
그래서 되도록 오를 땐 능선을 타고, 내려올 땐 계곡 길을 잡는게 안전하다.
인터넷에서 찾은 글인데 내려올 때는 계곡길을 잡는게 안전하다고 나오거든요 트집을 잡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저도 왜 그런지 알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송사리님의 답변을 기대합니다.

20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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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
  • 평점   별 5점

음... 어렸을때 들어서 그냥 당연시하게 생각했는데...
큰일 날뻔??ㅋㅋ

20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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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 평점   별 5점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게 왜 위험하나요?? -_-

200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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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
  • 평점   별 5점

길을 잃었을 때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는것이 우선입니다.

200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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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차이
  • 평점   별 5점

잘못된 지식이 모르는것보다 못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감사합니다

200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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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y
  • 평점   별 5점

그동안 나이테로 방향을 알 수 있다고 상식처럼 알고 있었는데..이게 사실이 아니었다니 혼란스럽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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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이
  • 평점   별 5점

아-늘궁금했던거였는데!!!좋은정보감사드려요1!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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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 평점   별 5점

그동안 많이 잘못 알고 있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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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 평점   별 5점

좋은 지식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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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s2k
  • 평점   별 5점

이런 정보가 정말 제대로 된 과학 정보죠.
수고하십니다.
쉽게 보이는 것도 검증해보려고하면 꽤 귀챦은 게 많죠.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해보는 것... 우리가 해야할 방향인 것 같아요.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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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 평점   별 5점

군에 있을때 배운게 사실이 아니었네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니 참 감사합니다.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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