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달 탐사 우주선 SMAT-1, 추락인가 충돌인가?

<KISTI의 과학향기> 제535호   2006년 12월 11일
지난 9월 3일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유럽우주국(ESA)에 의해 설계돼 2003년 9월 27일 발사된 SMART-1 우주선이 무려 3년 동안 비행한 후 달에 충돌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경제적인 달 탐사를 위해 SMART-1에서 달에 착륙할 때 사용되는 값 비싼 추진 장치들은 모두 생략했다. 연료가 모두 소비될 때까지 달을 관찰한 후 달과 출동하도록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SMART-1은 ‘이온엔진’을 주 엔진으로 사용해 달까지 항해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우주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예전 SF영화에 등장했던 이온엔진이 더 이상 허구가 아니라 실제 사용가능한 로켓엔진이 된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우주선은 이온엔진을 사용하거나 사용 예정에 있다. 과연 3년 동안이나 SMART-1을 움직인 이온엔진은 어떤 엔진일까?

전통적인 로켓엔진이 액체나 고체추진제의 연료를 태워 발생하는 고 에너지 가스를 방출하고 그 반작용으로 추력을 얻는 반면, 이온엔진은 ‘플라스마’를 이용한다. 플라스마란 고체, 액체, 기체와 같은 물질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어떤 물질에 에너지를 가하면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하며 여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가하면 이온화된 상태로 변화하는 데 이를 플라스마라고 한다. 우선 태양광 발전기로 만들어진 수천 볼트 전압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연료를 플라스마로 변화시킨다. 그 다음 이 플라스마를 가속해 로켓엔진처럼 내뿜어 추력을 얻는다.

이온엔진에서 플라스마로 만들 연료는 Cs(세슘), Hg(수은), Xe(크세논), Kr(크립톤), Ne(네온), He(헬륨) 등을 사용한다. 이들 중 특히 Xe은 공기 중에 존재하고, 임계점 이상에서 액체로 존재해 보관이 쉽다. 또 분자량이 매우 커 추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온엔진의 연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온엔진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장시간 계속해서 추력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잠깐잠깐 추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특별한 냉각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이 같은 방식은 연료를 매우 적게 사용하고, 엔진 손상을 줄이기 때문에 여러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전기를 주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로켓의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또 이온엔진은 연료 당 추력이 높다. 같은 무게의 연료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로켓에 비하여 10~20배 정도의 큰 추력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아주 정밀한 추력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섬세한 우주선 조종이 가능하다.

그럼 이온엔진은 어디에 쓰일까? 연료 무게 당 추력이 좋은 이온엔진은 최대 추력(지상에서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추력)을 필요로 하는 주 엔진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우주탐험과 같이 궤도에 오른 우주선을 가속하고, 방향을 잡는데 주로 쓰인다. 우주선의 자세가 이탈하지 않도록 제어하고, 궤도를 변경하며, 또 원하는 위치에 우주선이 정확히 정지하도록 한다.

이번에 달에 충돌한 SMART-1 우주선은 이온엔진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방식 대신 첨단광학장비와 관측 장비를 갖춘 매우 작은 우주선을 제안했고 항해를 위한 주 엔진으로 이온엔진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SMART-1이 사용한 이온엔진은 HALL 효과를 이용하여 플라스마를 가속하는 ‘HALL 이온엔진’이다. 지구에서부터 달까지 최단시간으로 비행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지만 지구와 달의 중력을 반복적으로 이용해 나선형 궤도에서 조금씩 궤도수정을 하며 달 까지 비행하면 비행시간은 길어져도 적은 연료로 갈 수 있다. SMART-1은 Xe 80kg을 연료로 사용해 16개월 동안 나선형 궤도를 수정하면서 달까지 비행했다. 이때 Xe을 플라스마로 만들기 위한 전기에너지는 태양집열판에서 얻었다.



이온엔진은 아직 많은 개선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엔진이다. 우선 플라스마 가속이 전자기장을 형성하는 전압의 크기에 비례하므로 대용량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면 더 큰 추력을 얻을 수 있다. 태양집열판으로 얻는 전기에너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자력, 특히 현재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핵융합을 사용한다면 더욱 큰 추력을 가진 이온엔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초소형 저온 핵융합 장치를 실용화하면 환경파괴나 에너지 고갈에 대한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행성 간에는 연료생산 공장이 세워지면 장거리 우주여행에 필요한 연료를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날이 오면 광속 비행이 가능해질까? 적어도 엔진에 관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광속 우주선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글 :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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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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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지와 이온엔진을 이용하면..어느정도 우주여행이 가능하겠군요...문제는 이온엔진에 사용될 연료인데..크세논 80Kg은 주로 지구 달 궤도를 갈아탈때만 사용했다고 보면 많이 사용한것으로 보이네요..핵전지를 이용하면 더 많은 추진력이 발생하니 이보다 연료소모가 더 적어질것이고..흠...핵전지보다 나은 에너지 방출원을 찾거나...연료 초고농축 기술을 찾거나..(물론 크세논보다 더 나은 연료를 찾는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안전성이 최우선이겠지만.....ㅎㅎ

200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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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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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현재의 풍요로움을 낳은거 같습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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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먼저 좋은 의견에 감사합니다.

저자에게 문의한 결과 우주선을 움직이는 모드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펄스 모드는 한번 가속하고 그 힘으로 계속 가는 것이고, 스태디 모드는 계속 연료를 써서 가속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펄스 모드가 연료가 적게 듭니다. 다만 '중력 스윙'이라 불리는 행성의 중력에 이끌렸다가 튀어나오는 힘으로 이동할 때 스태디 모드를 씁니다. SMART-1은 펄스모드와 스태디 모드 모두를 사용해서 운행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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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먼저 좋은 의견에 감사합니다.

저자에게 확인 결과 인공위성 정도의 추진엔진으로는 화학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앞으로 개발되는 행성간 우주탐사선 등은 모두 이온엔진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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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sack
  • 평점   별 5점

정말 처참하군... 연료떨어지고 달에 박는다라...

200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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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협
  • 평점   별 5점

두번째 오류는 "오늘날 대부분의 우주선은 이온엔진을 사용하거나 사용 예정에 있다. 과연 3년 동안이나 SMART-1을 움직인 이온엔진은 어떤 엔진일까?" 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이온 엔진을 장착한 위성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우주선은 아직도 화학연료를 사용합니다.

현재까지 이온엔진은 행성간 탐사 위성에 적용되었으며 이온엔진을 사용한 인공위성은 Deep Space 1 과 소행성 이토카와를 탐사한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 그리고 달 탐사선 Smart-1 등이 전부입니다.

상업 위성에 쓰인 경우는 유럽 연합의 정지궤도 통신위성인 Artemis 였는데 Artemis 에 이온엔진을 장착해 정지궤도상에서 궤도 수정에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Artemis 발사시 발사 로켓의 부분적인 실패로 GTO(Geostationary Transfer Orbit)에 올라가지 못한 위성을 이온 엔진을 이용 18개월간의 궤도 수정 끝에 정지궤도에 올린 경우는 있습니다.

200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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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령
  • 평점   별 5점

3년전에 과학 기술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200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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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pro
  • 평점   별 5점

지금 우리의 기술은 엉ㄹ마나 가있을까요?

200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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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협
  • 평점   별 5점

오류를 지적합니다.

본문에 "이온엔진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장시간 계속해서 추력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잠깐잠깐 추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특별한 냉각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라고 하셨는데, 이온 엔진의 장점은 잠간 잠간 추력을 발생시키는게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장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온엔진의 추력은 그 효율은 아주 좋지만 화학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엔진보다 추력은 작습니다. 따라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장시간(몇년간 계속) 작동해야 합니다.

이온엔진을 최초로 사용한 우주선은 보렐리 혜성을 탐사한 미국 나사의 Deep Space 1 이었는데 678일동안 연속적으로 이온 엔진을 가동했습니다.

출처; http://nmp.jpl.nasa.gov/ds1/tech/sep.html

200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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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 평점   별 5점

진짜 핵융합 장치가 나오면 정말 신세기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래전 과학도감에서 보았던 이온엔진.. 벌써 보편화된 기술이 되어
버리다니^^ 이제 광자로켓? 차례일까요^^

200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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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영
  • 평점   별 5점

아 3년전에 이런 일이 있었군요...;;;
대단해요~

200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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