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도박의 승률도 공식으로 푼다

<KISTI의 과학향기> 제126호   2004년 04월 30일
대부분의 수학자는 도박에 능하다. 특히 확률을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이 있으면 도박에서 돈을 딸 가능성이 높다. 수학자들이 도박게임의 승률과 성공전략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새로운 확률, 통계이론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외국에서는 흔하다.수학으로서의 확률론이 탄생한 것도 도박을 통해서이다. 역사적으로 도박을 통해 확률, 통계이론을 체계화하기 시작한 것은, 파스칼의 도박사 친구인 드 메레가 주사위 문제와 분배 문제를 파스칼(Pascal, 1623~1662)에게 제기했던 1654년부터이다. 당시 석학으로 꼽히던 파스칼은 한때 사교계에 뛰어들어 인생의 기쁨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그런 그에게 도박사 친구 드 메레는 알쏭달쏭한 두 문제를 물어보았다. 드 메레는 도박을 할 때 수학적으로 생각하여 상당한 이익을 보아온 사람이다. 어느 날 그는 도박에 관하여 궁금한 점이 생겨 파스칼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중에 한 문제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솜씨가 서로 비슷한 A, B 두 사람이 32피스톨(옛날의 스페인 금화)씩을 걸고 내기를 하고 있다. 승부에서 1번 이기면 1점을 얻고, 먼저 3점을 얻는 사람이 내기 돈 64피스톨을 몽땅 갖기로 했다. 지금 A가 2점, B가 1점을 딴 시점에서 어떤 사정으로 부득이 시합을 중지하게 되었다면, 64피스톨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



분배 문제로부터 확률론 창안

"다음 한 판을 더 해서 A가 이긴다면 A는 3번 이긴 것이므로 64피스톨을 가지게 된다. 만약 B가 이긴다면 A가 2번, B가 2번 이긴 셈이므로 비기게 되어 32피스톨을 나눠 가져야 한다. 즉 A는 이기건 지건 32피스톨은 가지게 되어 있다. 나머지 32피스톨은 A나 B중 이기는 사람 몫이 되겠지만 누가 이길지 모르므로 이기고 지는 것은 반반이다. 그러므로 A에게 32피스톨을 먼저 주고, 그 나머지의 반인 16피스톨을 더 주면 된다. 결과적으로 A는 48피스톨, B는 16피스톨을 가지게 된다."



파스칼은 드 메레가 문의한 나머지 한 문제는 주사위를 던졌을 때 같은 번호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라는 것이었는데, 파스칼은 이 주사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파스칼의 삼각형"으로 유명한 이항 전개 계수를 발견했다. 그리고 수학자 페르마와 서신교환을 통해 이를 정리했다.



파스칼의 업적에는 뛰어난 것이 많다. 그는 자기가 생각해 낸 방식에 따라 기하학을 공부하여, 삼각형의 세 변의 내각을 합치면 180°가 된다는 것을 12세 때 알아냈다. 17세 때에는 기하학 중에서 가장 멋진 정리의 하나를 증명하였는데. 그 유명한 ‘신비의 6각형이다. 그는 신비의 6각형이라 불리는 원뿔 곡선에 내접하는 6각형에 관한 정리(원뿔곡선에 내접하는 6각형에서 대응하는 변의 ‘연장의’ 교점은 일직선 위에 있다)를 발견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1647년에는 ‘토리첼리의 실험’을 연구하여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 무게에 의해 기압이 생긴다고 하였다.



이렇듯 소년 시절부터 천재성을 나타낸 파스칼은 아깝게도 3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죽기 전, 『기독교 변증론(팡세)』이라는 단편을 써서 남겼는데,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 중에서 가장 약한 한 줄기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라는 명언들은 그가 『팡세』에 남겨놓은 말들이다.



파스칼이 탄생시킨 확률의 역사는 도박의 역사이다. 최근 세계증시의 심장인 뉴욕 월가에서 수학자들이 각광을 받는 이유 역시 이러한 확률, 통계이론에 근거한 과학적 ‘투자도박’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증권 선물시장에서 어떤 값에 거래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블랙, 숄즈 공식’은 상품의 구매가, 현시가, 구매시점까지의 기간, 이자율, 시장의 유동성 등 5가지 값으로 투자가격을 계산해 낸다.



현재 월가에서 활동하는 수학자는 1,000여명. 많은 투자회사들이 이처럼 수학자들을 동원, 추상의 세계로 여겼던 수학을 끌어내려 투자기법을 과학화하고 있는 것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확률 때문이 아니겠는가! (글 : 김형자-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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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4점

파스칼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군요. 요절했다니 안타깝네요.

2009-04-14

답글 0

이미란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9-04-13

답글 0

신근영
  • 평점   별 5점

멋지네요^^ 이런 내용은 처음이에요..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은 단지 한곳에만 머무르는게 아니군요.. 수학으로 도박의 확률을 계산하다니.. 경이로워요^0^

2004-06-20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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