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공포영화 만드는 수학공식

<KISTI의 과학향기> 제3133호   2018년 04월 25일
여름도 아니건만 최근 국내 공포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너무 놀라 앞에서 팝콘이 비처럼 쏟아진다고 해서 ‘팝콘 비 영화’라고 불린다고. 흥행하기 쉽지 않은 공포영화가 성공한 바탕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공포영화는 어떤 공식이 있을까?
 
여자 주인공이 샤워기에 몸을 맡긴 채 씻고 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소리는 마치 빗소리를 연상케 한다. 여자는 왠지 모르게 무서운 생각이 든다. 침입자가 있을 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욕실 커튼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챙챙’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와 함께 여자 주인공이 칼로 난도질을 당한다. 악~.
 
이 장면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될 만큼 공포영화 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영화 ‘싸이코’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공포를 느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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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공포영화의 전범으로 꼽히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싸이코'의 한 장면.
 
영국 킹스대 수학팀은 욕실에 등장한 살인마와 샤워기의 물소리, 칼을 휘두르는 것 같은 쇳소리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미지의 인물이 등장한 것(u)과 음향 효과(es)가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뜻이다.
 
킹스대 연구팀은 이처럼 공포영화에서 공포감을 일으키는 요인을 알아내 ‘공포 수치’를 알려주는 수학공식을 만들었다. 공포영화의 고전인 ‘싸이코(1960)’부터 ‘엑소시스트(1973)’, ‘링(2002)’, ‘텍사스전기톱살인사건(2003)’까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할리우드 영화 10편을 대상으로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해 분석했다. 공식은 크게 서스펜스, 사실성, 환경, 피, 진부한 장면 5가지로 나뉜다.
 
서스펜스를 일으키는 요인
 
서스펜스는 말 그대로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를 말한다. 등장인물이 살인마나 좀비에게 쫓기(cs)거나 주인공이 함정에 빠지면(t)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에 관객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낀다. 앞에서 언급된 살인마나 귀신일지 모를 미지의 인물이 등장(u)하거나 한 순간에 커지는 음향 효과(es)도 서스펜스를 담당한다. 따라서 4개의 변수 cs, t, u, es를 더한 뒤 제곱하고 충격적인 장면(s)을 더하면 서스펜스를 나타내는 수치를 알 수 있다. 4개의 변수는 다른 변수보다 공포감 유발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곱해서 그 효과를 배로 늘렸다.
 
현실과 상상이 만나야 공포감 증가
 
영화가 무서우려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공포영화를 만들기도 하는데, 실화라고 하면 사람들은 더 무섭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실제로 할리우드에서는 시체에 엽기 행각을 벌인 희대의 살인마 에드 게인을 소재로 ‘싸이코’, ‘양들의 침묵’, ‘텍사스 전기톱 학살’ 등과 같은 여러 편의 공포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영화가 지루해질 수 있다. 다음 장면을 관객이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성(tl)과 환상성(f)이 균형을 이뤄야 공포감이 커진다. 여기서 환상성은 현실세계에선 존재할 수 없는 귀신이나 좀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극도로 악랄한 살인마가 등장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현실성과 환상성의 산술평균인 (tl+f)/2를 공식에 적용했다.
 
피 흘리는 장면에 사인을 취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dr)에 주인공이 혼자(a) 있다. 무대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지만 늦은 밤에는 인적이 드문 장소(fs)인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학교 등이다. 관객들은 다음 장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리란 것을 단번에 직감한다.
 
그런데 만약 혼자가 아니라 두세 명과 함께 있다면? 아무래도 덜 무섭다. 따라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세 변수 df, a, fs를 더한 뒤 등장인물 수(n)로 나눠줘야 한다.
 
또 공포영화에서 피는 필수요소! 관객들은 주인공이 얼마나 다쳤는지를 피의 양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피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관객들은 잔인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구팀에 의하면 피를 흘리는 장면이 너무 자주 나와도 공포감이 떨어진다. 따라서 피 흘리는 장면(x)에 사인(sin)을 취한다. 사인값은 변수의 일정한 값(90°)까지는 커지다가 다시 줄어드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양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관객들이 예상한 대로 극이 전개되거나 진부한 장면(sp)은 공포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1점씩 감점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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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영국 킹스대 연구팀이 만든 공포영화의 ‘공포 수치’ 계산 공식. (출처:수학동아)
 
수학공식으로 본 최고의 공포영화는?
 
공포를 유발하는 변수인 서스펜스, 사실성, 환경, 피와 관련한 식을 더한 뒤 진부한 장면을 빼면 공포영화의 ‘공포 수치’를 알려주는 수학공식이 완성된다. 연구팀은 이 공식에 공포영화 10편을 적용한 결과, 역대 가장 무서운 영화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이라고 발표했다.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이어지는 사건 구성 때문에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를 꼽을 때 항상 상위권에 들었다.
 
글 :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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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yhun89
  • 평점   별 5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해 주시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공포영화에도 그런 부분들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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