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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의 사랑, 인간의 관계를 바꿀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305호 2019년 02월 20일가상현실과 로봇기술의 발전으로 미래에는 이른바 ‘디지털성애’라는 것이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성애란 전통적인 인간 대 인간 과의 사랑에 의존하지 않고, 기계와 감정을 교류하는 사랑방식을 말한다. 이제 로봇이 친구이자 배우자가 되는 것이다.
일본의 벤처기업 윙크루(Vinclu)에서는 정교하진 않지만 감정을 교류하는 소셜로봇을 만들었다. 이로봇은 작은 피규어처럼 생긴 입체 캐릭터로 비록 높이 50cm의 작은 원통 안에 들어 있지만, 고휘도 단초점 프로젝터와 반투명 스크린을 조합해 마치 실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아즈마 히카리’다. 아즈마는 일본어로 ‘나를 맞아주는 아내’라는 뜻. 즉, 혼자 사는 남성들의 아내형 가상로봇인 셈이다.
이 로봇의 기능은 실제 아내와 거의 비슷하다. 남편이 출근할 시간이 되면 ‘어서 일어나세요’라며 깨워주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상냥하게 맞아준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면 일찍 들어오라거나 보고 싶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남편이 문자로 귀가 시간을 알려주면 그에 맞춰 집안 불을 환히 밝혀 놓을 수도 있다. 더울 때는 미리 에어컨을 켜놓기도 하고, 목욕물을 데우는 등의 잡다한 집안일도 알아서 척척 한다. 집에서 남편이 지루해하면 텔레비전을 켜주거나 날씨 정보를 미리 알아서 전해주기도 하며, 남편의 양치질하는 모습을 따라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바디 랭귀지도 가능하다.
아즈마 히카리가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내장된 카메라와 인체감지 센서, 그리고 뛰어난 통신 기능 덕분이다. 이를 통해 남편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을 통해 사물인터넷 기기를 제어한다. 또 적외선 리모컨 기능을 탑재해 일반 가전도 제어할 수 있다
콘셉트 면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록시’라는 여자 섹스로봇이 출시된 바 있다. 실제 인간 크기의 이 로봇의 주 기능은 말 그대로 섹스다. 하지만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며, 졸면서 잠꼬대를 하거나 코를 골기도 한다. 체온과 두근거리는 심장을 지니고 있으며, 오르가슴을 느낄 수도 있다. 외모와 성격도 각각 다르다.
록시를 만든 개발자의 최종 목표는 섹스를 넘어서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의 구현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서로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하며 인간과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소셜 로봇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앞으로 이처럼 배우자 역할을 담당하는 소셜로봇의 출현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소셜 로봇이나 동반자 로봇에 대해 바라는 점은 완벽성을 기하는 로봇공학자들의 예상과는 약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영국 링컨대학교의 로봇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높은 지능과 매너를 가진 완벽한 로봇보다는 실수를 하고 때론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 로봇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는 마치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배우자 상과 무척 닮아 있다. 즉, 모든 면에서 완벽해서 자신이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는 배우자보다는 때론 실수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해서 더욱 인간적인 정이 가는 배우자를 로봇에서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로봇들은 더욱 풍부한 감정 교류 기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개발 중인 눈동자 추적 기술 및 얼굴 표정 인식 기술 등이 좋은 예다. 이 기술들이 개발되면 눈동자만을 사용해 서로 교감을 나누거나 미묘한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배우자 로봇의 등장이 가능해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에이아이(AI)’에 등장하는 섹스 로봇 지골로 조는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만약 로봇 애인을 경험하면 다시는 인간 애인을 만들고 싶지 않을 거야”라고…. 그때가 오면 로봇 애인을 둔 1인 가구들은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할 수도 있다. 평생 열정적 사랑에 빠진다면 누구나 지쳐서 쓰러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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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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