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매미잡는 방재시스템!

<KISTI의 과학향기> 제43호   2003년 10월 20일
지난 9월, 불과 6시간 만에 남부지방을 초토화시킨 태풍 매미로 인해 우리는 130여 명의 사망자와 복구비용만도 6조 7천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우리보다 먼저 매미가 상륙했던 일본은 단 1명의 사망자와 9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데 그쳤다. 강력한 허리케인 이사벨이 강타했던 미국의 경우에도 30여 명이 사망하고 수십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는 데 그쳤으며, 대부분의 인명피해는 교통사고가 원인이었다.왜 비슷한 자연재해인데도 우리나라가 훨씬 많은 피해를 입었을까?

더구나 피해의 대부분이 뒤늦은 경보와 체계없는 구호에 의한 인재라는 사실은 우리의 방재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해?재난국가인 일본은 부, 현 단위로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되어 있고, 그 운영시스템의 수준도 최상급이다. 94년 고베지진으로 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효고현의 경우 24시간 재해대응이 가능한 ‘피닉스방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최첨단 위성통신시스템, 고소감시카메라, 자체 발전과 급수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전용무선망을 완비했고, 인공위성 주파수의 상당부분도 재해대책용 무선망으로 할당하고 있다.



재해?재난에 대한 미국의 해법은 피마(FEMA:연방재난관리청)의 통제 하에 이뤄진다. 1년에 평균 2번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미국은 국립기상청, 국립해양대기청, 국립허리케인센터, 공군 등 다양한 기관에서 정확한 기상정보수집을 위해 엄청난 장비와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



적외선으로 허리케인의 이동경로를 감시하는 기상위성과 허리케인 사냥꾼으로 불리는 기상정찰 항공기들이 허리케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중계한다. 첨단 센서와 기상관측장치를 장착한 특수비행기를 허리케인에 접근시켜 고공에서 폭풍상층부에 2종류의 고농축 레이저광선을 발사해 수증기의 양과 바람의 상태를 측정, 고해상도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 한발 늦은 재해대책 수립도 문제지만, 기상예보 수준의 현주소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미국 기상청은 여러대의 슈퍼 컴퓨터를 연결, 1초에 10조 6천억번의 연산이 가능한 수치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일본의 슈퍼 컴퓨터는 이보다 10배 이상 속도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기상청 모델보다는 3배가 빠르다.



이번 태풍 매미의 관측에는 미국의 GOES-9 위성이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우리는 외국의 기상위성들로부터 위성자료를 수신, 기상정보로 이용하고 있는데, 국내 기상상황에 따라 10분, 혹은 그보다 자주, 한반도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자체 기상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현재 발생한 태풍의 진로를 향후 48시간 동안 예측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오는 2006년까지 예측기간을 120시간(5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태풍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매미 이후 적어도 1개 이상의 태풍이 한반도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방재시스템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국가의 안정성은 개인의 안전은 물론 국제적인 경쟁력의 관건이다. 현재와 같은 사후복구개념은 예방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보다 전문적, 효율적인 재난대비체계의 확립이 시급하다.(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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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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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2009-03-30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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