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몸에 좋은 허브의 신경질

<KISTI의 과학향기> 제195호   2004년 10월 08일
‘허브(Herb)’는 식용·약용으로 쓰이는 향기 있는 식물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쓰임새 또한 무궁무진하다. 관상용, 방향제, 요리 재료, 민간약재 등으로 쓰이고 살균·살충·미용·스트레스 해소·긴장 완화 등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웰빙 열풍과 함께 허브는 도시 생활에 찌든 현대인을 위한 자연의 선물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허브의 효능이 스트레스를 받은 허브가 신경질을 부린 것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허브의 독특한 향은 허브가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자기 보호 물질인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우리들은 허브가 신경질을 내며 뿜어낸 냄새를 맡으며 심신의 평화를 얻는 것이다. 좋은 향을 맡을 요량으로 로즈마리나 페퍼민트와 같은 허브 화분을 사서 길러본 사람 중에 의외로 허브향이 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외부 환경의 자극이 없을 때 이들 허브는 거의 향을 풍기지 않지만, 손으로 잎들을 건드려주면 바로 독특한 고유의 향이 품어져 나온다. 허브의 잎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매우 미세한 ‘기름주머니(Oil-Sac)’가 있는데, 외부로부터 자극이 생기면 이 기름주머니가 터져서 향을 발산하는 것이다. 허브가 사람이 라면 몸을 부르르 떨며 ‘아이 귀찮아 건드리지 마’라고 소리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건드리는 정도로는 향을 내지 않고, 잎을 찢어야 향을 내는 허브도 있다. 유칼립투스가 대표적인 예. 유칼립투스의 기름주머니는 잎의 표면이 아니라 세포 조직 안에 있기 때문에 표면을 건드려서는 향이 나지 않는다. 톡 쏘는 유칼립투스의 향은 살충 효과와 해열·진통 효과가 있다.



식물이 향을 내는 경우는 꽃을 수정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반대로 이처럼 해충이나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 허브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은 사람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페퍼민트가 내는 청량한 느낌의 박하향은 사탕, 치약, 파스, 껌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며 소화촉진과 살균 효과를 가지고 있다. 살균, 살충 효과를 가진 허브는 종류가 다양해서 홀리 바질, 로즈 제라늄, 버가모트, 유칼립투스 등이 있고, 해충을 쫓는데 효과가 있다. 옛날 시골집에서 모기며 벌레를 쫓기 위해 쑥을 태웠던 것도 비슷한 원리로 볼 수 있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다. 식물에게도 좋고 싫은 감정이 있으며, 미약하나마 험한 외부 환경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장치도 있다. 게다가 식물은 혼자 힘으로 광합성을 해서 성장한다. 자연계의 식물과 동물들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존경할 일이다. 앞으로 허브향을 맡으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으려 할 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물질’을 쓰게 해준 고마운 허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 어떨까.(글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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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 평점   별 5점

재미있네요

2021-09-27

답글 0

이미란
  • 평점   별 5점

저도 허브 화분을 사다 놓고 향기가 나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궁금증이 풀렸네요. 외부의 자극을 받아야 향기가나는군요 ^^ 하지만 식물도 그런경우 스트레스를 받는거군요. 그럼 오래 못살지 않을까요? 금방 시들어 버릴까봐 걱정이군요.

20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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