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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연장하는 황금의 젖줄- 형질전환 동물들
<KISTI의 과학향기> 제35호 2003년 10월 01일
밤하늘의 은하수를 본 적이 있는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이 별들의 강을 밀키 웨이(milky way)라 한다.
제우스는 어느날 인간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하나 낳았다. 신들의 왕인 자신의 아들이긴 하지만, 인간 어머니를 둔 탓에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가진 아들 헤라클레스, 그는 아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나눠주기로 하고 몰래 아이를 헤라에게 데려간다. 신들의 여왕이자 가족과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인 헤라의 젖에는 불로장생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호색한 남편 제우스에게 질린 헤라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에게 젖을 나눠줄 일은 만무하고, 헤라가 잠들었을때 몰래 젖을 빨리는 수 밖에. 그러나, 아기 헤라클레스의 젖빠는 힘이 어찌나 셌던지 그만 헤라가 잠에서 깨어났고, 놀란 그녀가 아기를 밀쳐냈을 때 그녀의 젖이 솟아올라 하늘의 강,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불로장생의 힘을 가진 헤라의 젖을 상업적으로 따지면 그 가치가 얼마나 될까? 그러나, 현재에는 헤라에 못지않은 황금젖을 내는 어미들이 생명공학의 힘을 얻어 속속 지구상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99년, 한 동물 실험실에서 새끼 돼지가 한 마리 태어났다. ‘새롬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이 아기 수퇘지는 한동안 생물학계의 핫 이슈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돼지와 다를바 없지만, 새롬이가 창출해낼 수 있는 엄청난 부가가치는 은하수에 견줄 만하다. 새롬이는 인간의 EPO(erythropoietine)라는 물질의 유전자를 돼지의 염색체 속에 끼워 넣어서 태어난 형질전환(形質轉換, transformation)- 쉽게 말하면 한 개체의 염색체 속에 다른 개체의 유전자가 끼어들어가는 현상-동물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힘들어, 생체에서만 생산되는 여러 가지 물질을 좀더 신속하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인슐린이 형질전환 방식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30년 전만해도 당뇨병 치료제는 값이 매우 비싸서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받았다. 인슐린의 인공 합성 기술을 모르던 시대에는 소나 돼지를 잡아서 췌장에서 인슐린을 추출해야만 했는데, 이 방법은 손이 많이 가고 생산량이 적어서 값이 매우 비쌌다. 그러나, 1978년, 인간의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집어넣은 대장균의 형질전환에 성공함으로써 인슐린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인슐린 1kg을 돼지에서 추출하려면, 1만 마리 분의 췌장이 필요하지만, 대장균은 커다란 플라스크에 배양액만 부어주면 되기에 시간과 돈이 획기적으로 절약된다. 게다가 대장균은 20분에 한 번씩 분열하니까 배양액 속의 대장균은 하룻밤만 지나면 인슐린을 가득 만들어 놓게 된다.
그러나, 대장균 등의 박테리아는 인간과 세포 구조가 많이 달라서 모든 물질의 형질전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좀더 인간과 비슷한 환경에서의 형질전환을 시도했고, 이 형질 전환된 산물을 무한정 얻는 방법으로 이 산물이 젖으로 배출되도록 만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새롬이는 인간의 EPO 유전자가 도입된 형질 전환 동물이다.
EPO는 인간의 신장에서 만들어지는 조혈 촉진제로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하여 빈혈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지만, 합성 방법이 매우 까다로워서 1g에 67만달러(한화 약 8억원)이나 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고부가가치 생산물이다. EPO가 함유된 젖을 내는 돼지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새롬이는 수컷이기에, 적합한 EPO를 얻기 위해서는 새롬이를 종돈(種豚,씨돼지)으로 암퇘지와 교배시켜 그 중에서 EPO 유전자가 유전된 새끼 암퇘지를 찾은 뒤, 이 딸 돼지를 잘 키워서 다시 새끼를 낳게 하면, 그때 비로소 황금의 젖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새롬이의 정액은 조심스럽게 운반되어 수정되었는데, 지난 2000년 드디어 새롬이가 가진 EPO 유전자를 물려받은 새끼 암퇘지 5마리가 태어나 이 꿈은 실현되었다.
이렇듯 형질전환 동물은 한 마리 한 마리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현재 새롬이 외에도 백혈병에 쓰이는 G-CSF를 내는 흑염소 메디, 항응혈제(antithrombine)나 항암제인 인터페론(interferon)을 생산하는 암소 등이 새롬이와 나란히 ‘황금유(黃金乳)’ 종족을 이루어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오래도록 어머니의 젖은 아이에게 생명을 나눠주는 사랑의 물질이었다. 이제 생명공학은 모성애에 더불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꿈을 형질 전환된 동물의 젖에서 조금씩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제우스는 어느날 인간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하나 낳았다. 신들의 왕인 자신의 아들이긴 하지만, 인간 어머니를 둔 탓에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가진 아들 헤라클레스, 그는 아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나눠주기로 하고 몰래 아이를 헤라에게 데려간다. 신들의 여왕이자 가족과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인 헤라의 젖에는 불로장생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호색한 남편 제우스에게 질린 헤라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에게 젖을 나눠줄 일은 만무하고, 헤라가 잠들었을때 몰래 젖을 빨리는 수 밖에. 그러나, 아기 헤라클레스의 젖빠는 힘이 어찌나 셌던지 그만 헤라가 잠에서 깨어났고, 놀란 그녀가 아기를 밀쳐냈을 때 그녀의 젖이 솟아올라 하늘의 강,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불로장생의 힘을 가진 헤라의 젖을 상업적으로 따지면 그 가치가 얼마나 될까? 그러나, 현재에는 헤라에 못지않은 황금젖을 내는 어미들이 생명공학의 힘을 얻어 속속 지구상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99년, 한 동물 실험실에서 새끼 돼지가 한 마리 태어났다. ‘새롬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이 아기 수퇘지는 한동안 생물학계의 핫 이슈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돼지와 다를바 없지만, 새롬이가 창출해낼 수 있는 엄청난 부가가치는 은하수에 견줄 만하다. 새롬이는 인간의 EPO(erythropoietine)라는 물질의 유전자를 돼지의 염색체 속에 끼워 넣어서 태어난 형질전환(形質轉換, transformation)- 쉽게 말하면 한 개체의 염색체 속에 다른 개체의 유전자가 끼어들어가는 현상-동물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힘들어, 생체에서만 생산되는 여러 가지 물질을 좀더 신속하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인슐린이 형질전환 방식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30년 전만해도 당뇨병 치료제는 값이 매우 비싸서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받았다. 인슐린의 인공 합성 기술을 모르던 시대에는 소나 돼지를 잡아서 췌장에서 인슐린을 추출해야만 했는데, 이 방법은 손이 많이 가고 생산량이 적어서 값이 매우 비쌌다. 그러나, 1978년, 인간의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집어넣은 대장균의 형질전환에 성공함으로써 인슐린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인슐린 1kg을 돼지에서 추출하려면, 1만 마리 분의 췌장이 필요하지만, 대장균은 커다란 플라스크에 배양액만 부어주면 되기에 시간과 돈이 획기적으로 절약된다. 게다가 대장균은 20분에 한 번씩 분열하니까 배양액 속의 대장균은 하룻밤만 지나면 인슐린을 가득 만들어 놓게 된다.
그러나, 대장균 등의 박테리아는 인간과 세포 구조가 많이 달라서 모든 물질의 형질전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좀더 인간과 비슷한 환경에서의 형질전환을 시도했고, 이 형질 전환된 산물을 무한정 얻는 방법으로 이 산물이 젖으로 배출되도록 만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새롬이는 인간의 EPO 유전자가 도입된 형질 전환 동물이다.
EPO는 인간의 신장에서 만들어지는 조혈 촉진제로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하여 빈혈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지만, 합성 방법이 매우 까다로워서 1g에 67만달러(한화 약 8억원)이나 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고부가가치 생산물이다. EPO가 함유된 젖을 내는 돼지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새롬이는 수컷이기에, 적합한 EPO를 얻기 위해서는 새롬이를 종돈(種豚,씨돼지)으로 암퇘지와 교배시켜 그 중에서 EPO 유전자가 유전된 새끼 암퇘지를 찾은 뒤, 이 딸 돼지를 잘 키워서 다시 새끼를 낳게 하면, 그때 비로소 황금의 젖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새롬이의 정액은 조심스럽게 운반되어 수정되었는데, 지난 2000년 드디어 새롬이가 가진 EPO 유전자를 물려받은 새끼 암퇘지 5마리가 태어나 이 꿈은 실현되었다.
이렇듯 형질전환 동물은 한 마리 한 마리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현재 새롬이 외에도 백혈병에 쓰이는 G-CSF를 내는 흑염소 메디, 항응혈제(antithrombine)나 항암제인 인터페론(interferon)을 생산하는 암소 등이 새롬이와 나란히 ‘황금유(黃金乳)’ 종족을 이루어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오래도록 어머니의 젖은 아이에게 생명을 나눠주는 사랑의 물질이었다. 이제 생명공학은 모성애에 더불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꿈을 형질 전환된 동물의 젖에서 조금씩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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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답글 0
과학기술의 힘은 실로 놀랍습니다. 불치병이나 희귀병, 난치병이 과학의 힘으로 모두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2009-04-01
답글 0
나도 한입 줘~
2003-10-01
답글 0
정말신기하네여
2003-10-0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