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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해가 여러 개 있었다?-도솔가와 무리해
<KISTI의 과학향기> 제41호 2003년 10월 15일
삼국유사의 감통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신라 경덕왕 19년(760년) 4월 2일에 두 개의 해가 나란히 나타나서 열흘 동안이나 사라지지 않았다. 이 같은 변괴를 두고 일관이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인연 있는 중을 청해서 꽃 뿌리는 공덕을 지으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왕은 월명사에게 청하여 ‘도솔가’를 짓게 하였다. 월명사의 노래가 끝난 후 두 개의 해가 하나로 되었음은 물론이다. 몇 개의 해가 나타났다는 기록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혜공왕 2년(766년) 봄 정월에는 두 개의 해가 떴으며, 문성왕 7년(845년) 2월 그믐에는 세 개의 해가 떴다는 기록이 있다. 해는 별이다. 여러 개가 짝을 이루고 있는 별들을 연성이라고 하는데, 우주에는 이런 연성이 무수히 많다.
만일 연성 둘레를 도는 행성이 있다면. 이 행성은 여러 개의 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약 45억 년 전, 하나의 해를 가지고 태어난 지구에서 두세 개의 해가 나타났다가 열흘만에 다시 하나로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상들은 어째서 여러 개의 해가 나타났다는 기록을 이렇듯 많이 남긴 것일까?
햇빛은 지구의 대기를 거쳐 우리 눈에 들어온다. 이때 대기에 떠 있는 미세한 얼음 조각이 햇빛을 굴절시키고 반사시켜 해 둘레에 둥근 빛의 고리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을 햇무리라고 한다. 특히 해가 낮게 떠 있을 때, 햇무리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그 주변으로 여러 개의 빛의 덩어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여러 개의 해가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것을 ‘선독(Sundog)이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무리해’ 또는 ‘환일’이라고 부른다.
요즘이라면 무리해가 보인다고 해서 나라가 술렁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지식이 일천했던 옛날에는 잠시 동안 나타나는 기상 현상에도 꽤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 사람들에게 하늘은 인간 세상을 관장하는 신의 세계였으며, 온갖 천문 현상은 신들의 계시였다. 특히 해는 예로부터 왕을 상징하는 신성한 천체였으니, 해가 두세 개로 보인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무리해 현상을 여러 개의 해가 떴다는 옛 기록에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도 틀림없이 무리해 현상을 관찰했을 것이다. 무리해를 관찰한 경험이 두세 개의 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꾸미는 데 하나의 근거가 되지 않았나 추측된다. (정창훈/ 과학칼럼니스트)
신라 경덕왕 19년(760년) 4월 2일에 두 개의 해가 나란히 나타나서 열흘 동안이나 사라지지 않았다. 이 같은 변괴를 두고 일관이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인연 있는 중을 청해서 꽃 뿌리는 공덕을 지으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왕은 월명사에게 청하여 ‘도솔가’를 짓게 하였다. 월명사의 노래가 끝난 후 두 개의 해가 하나로 되었음은 물론이다. 몇 개의 해가 나타났다는 기록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혜공왕 2년(766년) 봄 정월에는 두 개의 해가 떴으며, 문성왕 7년(845년) 2월 그믐에는 세 개의 해가 떴다는 기록이 있다. 해는 별이다. 여러 개가 짝을 이루고 있는 별들을 연성이라고 하는데, 우주에는 이런 연성이 무수히 많다.
만일 연성 둘레를 도는 행성이 있다면. 이 행성은 여러 개의 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약 45억 년 전, 하나의 해를 가지고 태어난 지구에서 두세 개의 해가 나타났다가 열흘만에 다시 하나로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상들은 어째서 여러 개의 해가 나타났다는 기록을 이렇듯 많이 남긴 것일까?
햇빛은 지구의 대기를 거쳐 우리 눈에 들어온다. 이때 대기에 떠 있는 미세한 얼음 조각이 햇빛을 굴절시키고 반사시켜 해 둘레에 둥근 빛의 고리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을 햇무리라고 한다. 특히 해가 낮게 떠 있을 때, 햇무리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그 주변으로 여러 개의 빛의 덩어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여러 개의 해가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것을 ‘선독(Sundog)이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무리해’ 또는 ‘환일’이라고 부른다.
요즘이라면 무리해가 보인다고 해서 나라가 술렁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지식이 일천했던 옛날에는 잠시 동안 나타나는 기상 현상에도 꽤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 사람들에게 하늘은 인간 세상을 관장하는 신의 세계였으며, 온갖 천문 현상은 신들의 계시였다. 특히 해는 예로부터 왕을 상징하는 신성한 천체였으니, 해가 두세 개로 보인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무리해 현상을 여러 개의 해가 떴다는 옛 기록에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도 틀림없이 무리해 현상을 관찰했을 것이다. 무리해를 관찰한 경험이 두세 개의 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꾸미는 데 하나의 근거가 되지 않았나 추측된다. (정창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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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군요. 과학의 향기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2009-04-01
답글 0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