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은하계 생성 비밀을 풀다!!

<KISTI의 과학향기> 제409호   2006년 02월 20일
맑은 날 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면 초롱초롱한 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별들을 분류해 보면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하나의 별이 되어 빛나거나 셀 수 없이 많은 항성들이 군집을 이뤄 우리 눈에 하나의 별로 보이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후자의 ‘항성이 군집을 이루는 형태’ 중 대표적인 게 은하다. 이 은하는 크게 우리 태양계가 포함된 나선은하와 계란모양을 한 타원은하로 나눌 수 있다. 우주를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 이런 은하는 바로 세포에 해당된다. 따라서 은하는 우주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나선은하보다 타원은하에 관심이 많다. 나선은하는 별이 끊임없이 죽고 새로 생성되는 역동성을 갖는 반면, 타원은하는 별이 태어나는 비율이 1% 미만일 정도로 안정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의 나이를 140억년으로 보면 타원은하는 보통 130억년의 나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우주 생성의 비밀이 타원은하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안정성을 갖추고 우주생성 정보를 담고 있는 타원은하에 천문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도 세계 각국의 천문학자들이 첨단망원경을 타원은하에 고정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허블망원경이라 하더라도 타원은하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이가 제각각이고 철(Fe)이나 마그네슘(Mg)과 같은 중원소 함량이 제각각인 수억개의 항성들이 타원은하를 구성하고 있어 뿌옇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나무가 빽빽한 산을 멀리서 보면 나무는 보이지 않고 산 전체가 푸르게 보이듯이 은하도 개별적인 항성은 보이지 않고 뿌옇게 보이는 것이다.



대신 타원은하 주변에서 깨알처럼 빛나는 그 무언가가 타원은하 연구에 힌트를 제공한다. 마치 타원은하라는 팥빵에 팥이 콕콕 박힌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이들은 100만 여개의 항성들이 모인 하나의 군집, 즉 구상성단이다. 보통 하나의 타원은하에는 1만 여개의 구상성단이 위성처럼 달려 있는데 타원은하 무게중심 주변을 공전한다.

이들 구상성단은 타원은하가 생길 때 같이 생성됐기 때문에 타원은하의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다. 또한 하나의 구상성단 내에 있는 100만 여개의 항성은 모두 나이가 같고 중원소 함량이 같아 색깔이 동일하다. 다시 말해 크기만 다를 뿐 색깔과 성분이 같은 쌍둥이들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타원은하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타원은하에 딸린 이같은 1만 여개의 구상성단들에 관심을 갖고 관측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붉은 계통과 푸른 계통이 많은 반면, 두 색깔의 중간지대에 놓인 색깔들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그리고 세계 천문학계는 구상성단들의 색깔 분포가 학생 성적분포처럼 상위권(붉은 계통)과 하위권(푸른 계통)은 적고 중간층이 많은 분포(또는 정규분포) 형태를 이루지 않고 왜 양 극단이 많은 형태를 이루고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 매달렸고 이에 대한 이론들이 쏟아졌다.

그 중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이 바로 ‘각 성단의 중원소(우주 초기 빅뱅 순간에 생긴 헬륨과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 함량은 아주 많거나(붉은 계통) 아주 적은(푸른 계통) 2종류가 대부분이고, 이런 중원소 함량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색깔은 상호 직선 비례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중원소 함량을 갖는 두 종류의 성단족이 한 은하 안에 혼재하여 색분포 양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이는 ‘작은 나선 은하들이 합쳐져 타원은하가 형성됐다’는 고전적인 이론의 뚜렷한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처음부터 서로 다른 색을 낼 수 밖에 없는 은하들이 섞여 합쳐졌기 때문에 하나의 성단에서 서로 다른 색 분포의 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지금까지 천문학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왔다.



그런데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윤석진 교수팀은 이 이론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하나의 타원은하에 속하는 각 구상성단의 중원소 함량은 학생들의 성적분포처럼 중간대가 큰 정규분포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상성단의 색깔과 중원소 함량 사이에 대한 새로운 함수관계를 구상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02년 성단을 구성하는 항성들의 중원소 함량과 색깔은 직선 선형관계가 아니라 비직선형의 관계, 즉 너울 치는 3차 곡선 관계라는 이론을 학계에 냈다. 이 이론은 중원소 함량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간상태의 구상성단 집단에서는 중원소가 조금만 많아도 붉은 색을 나타내고, 조금만 적어도 푸른색 계통으로 치우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영역에서 붉은 색과 푸른 색 중간에 일부 공백역이 나타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이론을 증명할 만한 자료가 없었다.



그러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6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의 M87과 M49라는 2개의 타원은하를 관측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을 기반으로 윤 교수는 다시 자신이 세운 2002년 이론을 들여다본 결과 중원소와 색깔의 관계가 직선관계가 아닌 변곡점을 가진 3차 곡선 관계라는 사실을 증명해낼 수 있었다. 윤 교수팀은 이 증명관계를 올해 1월 19일 사이언스 지에 게재, 천문학계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는 색분포 양분현상이 진화후기 헬륨 연소단계 별들의 영향으로 두 성단이 섞이지 않아도 한 성단에서 두 가지 빛이 나올 수 있다는 것으로 “나선은하들의 합병을 통해 거대 타원은하가 형성됐다”는 고전적인 ‘은하합병 이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를 정면 부정한 셈이다.



이번 이론이 발표된 것을 계기로 기존 이론들은 도태될 것이며 천문학계는 타원은하의 생성시기 규명에 한발 다가서게 될 것이다.

우선 기존에는 은하에서 나오는 빛을 프리즘으로 나눠 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타원은하의 나이를 판별했는데 오차가 상대적으로 컸던 반면, 이번 연구로 오차범위가 대폭 줄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중원소 함량과 색깔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3차 곡선의 변곡점 위치가 해당 은하가 형성된 시기와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타원은하의 나이를 추정하는 데 오차를 ±30억년에서 ±5억년으로 5배 이상 줄였다는 것이 윤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큰 타원은하가 먼저 생겼는지, 작은 타원은하가 먼저 생겼는지, 혹은 하나의 타원은하 내에서 안쪽이 먼저 생성됐는지, 바깥쪽이 먼저 생성됐는지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3차 곡선을 더 연구하면 초기 우주에서 은하가 어떻게 생겼는지 연결고리를 풀어줄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와 관련 “10m짜리 천체망원경 하나 없는 열악한 우리 나라 천문학 연구 인프라 덕분에 관측에 힘을 쏟을 시간에 생각에 몰입할 수밖에 없던 것이 배경” 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0여년 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진 이론을 뛰어넘어 이룩한 이번 쾌거를 바탕으로 향후 진전될 우주초기 은하형성과정, 은하형성시점 등에 대한 연구가 기대된다. (글 : 서현교 - 과학칼럼니스트 )













구상성단


타원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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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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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조
  • 평점   별 4점

교뎌어냦ㄷ
개디랭
루아
요?

2007-04-20

답글 0

녹차밭
  • 평점   별 5점

온갖 과학의 정점인 나라 미국에게 한방 먹였다 ㅋ

자랑스럽습니다 !!!!!!

2006-03-03

답글 0

과학향기
  • 평점   별 4점

안녕하세요. 과학향기입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오타가 있었습니다.
[3차원 곡선]이 아닌, [3차 곡선]이 맞는 표현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노력하는 과학향기가 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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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아
  • 평점   별 5점

윤석진 교수님 멋쟁이~ ^^

2006-02-22

답글 0

한원억
  • 평점   별 5점

이론을 내놔도 자료가 없어서 증명을 할수없었다는 말도...
열악한 환경때문에 이론을 내놔도 타당성을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 안타까운 일이죠...

200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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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빈
  • 평점   별 5점

10m짜리 천체망원경 하나 없는 열악한 우리 나라 천문학 연구 인프라 덕분에 관측에 힘을 쏟을 시간에 생각에 몰입할 수밖에 없던 것이 배경...
참 씁쓸 하다고 할까요? 참;;

2006-02-20

답글 0

Kitty
  • 평점   별 4점

[3차곡선]과 [3차원곡선]은 혼용해서 쓸 수 있는 용어가 아닙니다.
과학 기사인 만큼 이런 용어를 정확히 사용해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

200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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