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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전장을 누비는 로봇-롭해즈(ROBHAZ)
<KISTI의 과학향기> 제145호 2004년 06월 14일
234년 봄, 제갈량은 여섯 번째 북벌에 나섰다. 사마의의 위군과 맞선 촉의 제갈량 군대는 승리를 눈앞에 두고도 군량이 떨어져 철수하는 일을 다섯 차례나 반복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제갈량은 조조가 실시한 둔전(屯田)제도를 도입하고 강을 따라 황무지를 개간함으로써 먹을 식량을 스스로 조달하는 것은 물론 지역 농민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된 운반작업에 필요한 병사의 수를 줄여야만 해다. 이를 위해 제갈량은 목우(牧牛)와 유마(流馬)라는 도구를 만들었다. 목우와 유마는 저절로 움직여 산을 오르고 고개를 넘었으며 쉬지도 않았다. 또 꼴을 먹이거나 물을 줄 필요도 없었다. 식량 조달 문제를 해결한 제갈량은 마침내 북벌에 성공하였다삼국지에 나오는 이 목우와 유마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로봇이다. 체코 극작가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발표한 ‘루섬씨의 만능 로봇’이란 희곡에서 비롯된 ‘로봇(Robot)’이라는 말은 ‘강제로 일한다’는 뜻의 ‘로보타’에서 온 것으로 ‘스스로 일하는 기계’라는 뜻이다.
그러나 로봇의 역사는 자못 길다. 중국의 고전 ‘열자(列子)’에 실려있는 춤추는 ‘나무형’이나, ‘그리스 신화’의 청동인간 ‘탈로스(Talos)’가 로봇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일찍부터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상상해 온 까닭은 누구나 힘들고 재미없고 위험한 일을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재나 지진과 같은 사고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거나 폭발물을 탐지하고 제거하며 화생방 지역을 탐사하는 작업에 로봇에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위험한 일이 바로 전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피하고 싶은 것도 전쟁이다.
우리나라 군대도 곧 이라크에 파견되어 치안질서유지 및 전후복구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런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 섞인 의견도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게 될 소식이 있는데, 우리 국군과 함께 우리 손으로 개발한 최신 로봇도 같이 파견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지능로봇연구센터 강성철 박사팀이 개발한 ‘롭해즈(ROBHAZ)-DT3’가 바로 그것이다. (ROBHAZ는 Robots for Hazardous Application의 약자로 만든 조어이다.) ‘롭해즈-DT3’는 정찰과 사제 폭발물 처리와 같은 군사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로봇은 계단과 가파른 경사면이나 험한 지형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으며 리눅스를 탑재한 제어시스템에 의해 안정적으로 원격 조종된다. 새롭게 고안된 2종류의 트랙을 각각 로봇몸체 앞뒤에 장착하고 트랙간의 수동적인 상대운동을 허용하는 ‘가변댐퍼’를 추가하였다. 이를 통해 경사면의 불규칙한 각도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최대 경사각이 45도에 달하는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길을 최대 시속 12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다. 또 폭발물 처리용 물대포, 화생방 장비, 야간 투시경, 지뢰 탐지장치를 장착할 수 있어 군사용으로 폭 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성철 박사팀의 ‘롭해즈’는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로봇경진대회(RoboCup-Us Open)’의 구조작업 분야에 참가하였다. 과제는 모의 지진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20분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모의 희생자를 탐색하는 것이었는데, 롭해즈는 이 대회의 역대 최고점수인 123점을 획득하며 우승했다. 2등과 3등이 획득한 점수가 각각 17점과 13점이니 롭해즈가 얼마나 뛰어난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롭해즈는 이미 6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 머리 속에 그려지는 로봇의 모습은 우주소년 아톰으로부터 시작해서 철인 28호, 마징가 Z, 로봇 태권 V, 사이보그 009 그리고 건담 로봇과 최근의 에반게리온에 이르기까지 모두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는 멋진 로봇이다. 이 로봇들은 언제나 전투를 할 때면 적의 공격을 피하는 법이 없고 적을 제압하고 전투가 끝나면 멋진 자세의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의 전쟁은 총성과 포격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멋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투를 해야 한다.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리거나 낮은 포복으로 건물 사이를 기어 다녀야 하는데 이런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던 영웅이나 멋진 로봇의 모습은 아니다.
자이툰 부대와 함께 이라크에 파견될 ‘롭해즈 DT-3’는 길이 74센티미터, 너비 47센티미터 그리고 높이 29센티미터로 라면박스 정도의 크기로 만화 속의 멋진 주인공이 되기에는 애당초 틀린 모습이다. 그러나 ‘롭해즈 DT-3’는 만화속의 로봇과 같이 귀중한 우리 군인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위험한 순간 몸을 날려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이정모/과학칼럼니스트)
그래서 제갈량은 조조가 실시한 둔전(屯田)제도를 도입하고 강을 따라 황무지를 개간함으로써 먹을 식량을 스스로 조달하는 것은 물론 지역 농민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된 운반작업에 필요한 병사의 수를 줄여야만 해다. 이를 위해 제갈량은 목우(牧牛)와 유마(流馬)라는 도구를 만들었다. 목우와 유마는 저절로 움직여 산을 오르고 고개를 넘었으며 쉬지도 않았다. 또 꼴을 먹이거나 물을 줄 필요도 없었다. 식량 조달 문제를 해결한 제갈량은 마침내 북벌에 성공하였다삼국지에 나오는 이 목우와 유마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로봇이다. 체코 극작가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발표한 ‘루섬씨의 만능 로봇’이란 희곡에서 비롯된 ‘로봇(Robot)’이라는 말은 ‘강제로 일한다’는 뜻의 ‘로보타’에서 온 것으로 ‘스스로 일하는 기계’라는 뜻이다.
그러나 로봇의 역사는 자못 길다. 중국의 고전 ‘열자(列子)’에 실려있는 춤추는 ‘나무형’이나, ‘그리스 신화’의 청동인간 ‘탈로스(Talos)’가 로봇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일찍부터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상상해 온 까닭은 누구나 힘들고 재미없고 위험한 일을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재나 지진과 같은 사고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거나 폭발물을 탐지하고 제거하며 화생방 지역을 탐사하는 작업에 로봇에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위험한 일이 바로 전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피하고 싶은 것도 전쟁이다.
우리나라 군대도 곧 이라크에 파견되어 치안질서유지 및 전후복구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런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 섞인 의견도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게 될 소식이 있는데, 우리 국군과 함께 우리 손으로 개발한 최신 로봇도 같이 파견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지능로봇연구센터 강성철 박사팀이 개발한 ‘롭해즈(ROBHAZ)-DT3’가 바로 그것이다. (ROBHAZ는 Robots for Hazardous Application의 약자로 만든 조어이다.) ‘롭해즈-DT3’는 정찰과 사제 폭발물 처리와 같은 군사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로봇은 계단과 가파른 경사면이나 험한 지형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으며 리눅스를 탑재한 제어시스템에 의해 안정적으로 원격 조종된다. 새롭게 고안된 2종류의 트랙을 각각 로봇몸체 앞뒤에 장착하고 트랙간의 수동적인 상대운동을 허용하는 ‘가변댐퍼’를 추가하였다. 이를 통해 경사면의 불규칙한 각도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최대 경사각이 45도에 달하는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길을 최대 시속 12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다. 또 폭발물 처리용 물대포, 화생방 장비, 야간 투시경, 지뢰 탐지장치를 장착할 수 있어 군사용으로 폭 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성철 박사팀의 ‘롭해즈’는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로봇경진대회(RoboCup-Us Open)’의 구조작업 분야에 참가하였다. 과제는 모의 지진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20분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모의 희생자를 탐색하는 것이었는데, 롭해즈는 이 대회의 역대 최고점수인 123점을 획득하며 우승했다. 2등과 3등이 획득한 점수가 각각 17점과 13점이니 롭해즈가 얼마나 뛰어난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롭해즈는 이미 6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 머리 속에 그려지는 로봇의 모습은 우주소년 아톰으로부터 시작해서 철인 28호, 마징가 Z, 로봇 태권 V, 사이보그 009 그리고 건담 로봇과 최근의 에반게리온에 이르기까지 모두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는 멋진 로봇이다. 이 로봇들은 언제나 전투를 할 때면 적의 공격을 피하는 법이 없고 적을 제압하고 전투가 끝나면 멋진 자세의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의 전쟁은 총성과 포격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멋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투를 해야 한다.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리거나 낮은 포복으로 건물 사이를 기어 다녀야 하는데 이런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던 영웅이나 멋진 로봇의 모습은 아니다.
자이툰 부대와 함께 이라크에 파견될 ‘롭해즈 DT-3’는 길이 74센티미터, 너비 47센티미터 그리고 높이 29센티미터로 라면박스 정도의 크기로 만화 속의 멋진 주인공이 되기에는 애당초 틀린 모습이다. 그러나 ‘롭해즈 DT-3’는 만화속의 로봇과 같이 귀중한 우리 군인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위험한 순간 몸을 날려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이정모/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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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답글 0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3-30
답글 0
우
~~~~~~~~~~~~~~~~~~~~~~~~~~~~~~~~~~~~~~~~~~~~~~~~~~~~~~~~~~~~~~~~~~~~~~~~~~~~~~~~
비보
2004-06-28
답글 0
세계든, 세계든.. 제일이라는건 좋은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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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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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4
답글 0
중의적인 표현이군요... 한국인의 두뇌는 '새계에서 제일'이라는 표현은 새 세계에서 제일 즉 새대가리 중 제일 낫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
2004-06-14
답글 0